[이름이뭐약]타이레놀·타이레펜 등 약 이름 비슷한 까닭은

김윤화 2023. 10.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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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성분·함량 투약 오류시 환자 피해 우려
"제네릭 제품명 유사한 이유는 성분명 포함 때문"

타이몰, 타이레펜, 타이리콜 등 비슷비슷한 이들 이름의 정체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해열진통제 타이레놀의 제네릭의약품(복제약)입니다. 오리지널약과 비교해 한두 음절만 다를 뿐 이름이 유사한데요. 이런 모습 때문에 제네릭의약품은 진짜가 아닌 가짜약이란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지난 2021년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타이레놀 품귀현상이 일어났을 때 동일한 성분·함량을 가진 제네릭의약품은 찾는 발길이 적어 재고가 그대로 쌓여 있었습니다. 이에 약사 단체는 대국민 제네릭의약품 인식전환 운동을 추진하기도 했죠.

이처럼 비슷비슷한 제네릭 이름은 환자들의 오해뿐만 아니라 의사나 약사의 처방 및 조제 과정에 혼선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는데요. 제약사들이 오리지널과 비슷하게 제품명을 짓는 이유는 뭘까요.

비슷비슷한 약 이름…투약 오류 위험도

제네릭은 처음 개발된 오리지널 의약품과 안정성, 효능, 품질, 주성분 함량, 약효 작용원리 등이 동등한 의약품을 일컫습니다. 최초로 개발된 오리지널 의약품은 경쟁 약물인 제네릭을 출시할 수 없도록 특허 기간 동안 보호를 받는데요. 특허기간이 만료되면 다른 제약사들은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생동성시험) 등을 거쳐 개발한 제네릭을 판매할 수 있습니다.

신약 개발과 비교해 제네릭은 개발이 쉽고 비용이 적게 들어 진입장벽이 낮습니다. 이에 많은 국내 제약사들이 동일한 성분의 제네릭을 너도나도 출시하며 시장에 뛰어듭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건강보험급여목록에 등재된 제네릭 수는 2만개를 넘습니다.

문제는 다른 성분이나 함량을 가진 제네릭의 이름이 비슷하면 의사나 약사가 실수로 다른 약을 처방, 조제해 환자들이 피해를 입는 약화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겁니다.

하나의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미국 머크사(MSD), LG화학의 당뇨병 치료 전문의약품 '자누메트' '제미메트'입니다. 이름이 비슷한 두 약은 같은 당뇨약이나 세부 성분이 다릅니다. 자누메트는 시타글립틴과 메트포르민 복합제이고, 제미메트는 제미글립틴과 메르포르민 복합제죠. 자누메트와 달리 제미메트는 서서히 약효가 방출되는 서방정으로 제형도 다릅니다.

실제로 제품명 때문에 실제 약국에서 투약 사고가 종종 일어난다고 하는데요. 서울 소재의 한 약학대학 교수는 "필드(현장)에서 비슷한 약품 이름 때문에 일어나는 투약오류가 상당히 많다. 단지 이를 입증할 만한 통계 데이터가 없어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라며 "일본과은 꽤 오래전부터 이러한 사고를 막기 위해 비슷한 제네릭 상품명을 못 쓰도록 규제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유사한 약 이름, 이유는 동일 '성분·효능' 강조

종근당의 글리아티린(왼쪽)과 대웅바이오의 글리아타민(오른쪽). [사진=종근당, 대웅바이오]

같은 성분과 함량의 제네릭 사이에선 유사한 이름이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들 사이에서 처방이나 조제가 혼동돼도 같은 성분·함량인 만큼 심각한 약화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작기 때문입니다. 약사가 의사의 처방과 다른 약을 조제했으나 이를 알리지 않을 경우 절차의 문제(변경조제)는 남을 수 있겠죠.

그렇다면 제약사들은 이러한 위험이나 불편에도 왜 오리지널약과 비슷한 이름의 제네릭약품명을 짓는 걸까요. 가장 큰 이유는 마케팅 전략에 있습니다. 유사한 이름을 사용해 오리지널 약품이 쌓아온 신용도나 브랜드 가치에 편승하기 위한 목적인데요. 이는 식품업계가 시장에서 성공한 제품의 이름이나 모양, 디자인을 모방한 미투상품을 내는 것과 비슷합니다.

지난 2010년 광동제약이 낸 '힘찬하루 헛개차'가 히트를 치자 식품업계에선 '헛개수'(HK이노엔), '아침헛개'(롯데칠성), '헛개차'(웅진식품) 등이 후발주자로 시장에 등장했는데요. 이 중 HK이노엔의 '헛개수'는 출시 약 1년 만에 광동제약을 밀치고 헛개음료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일으키기도 했죠. 오리지널 회사 입장에선 무척 뼈아픈 패배가 아닐 수 없을 겁니다.

제약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리지널 제약사들은 어떤 수를 쓰더라도 경쟁사들의 진입을 막고 싶어 합니다. 제네릭의약품이 시장에 풀리는 순간 치열한 경쟁과 약가인하로 매출액이 뚝 떨어지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오리지널 사는 비슷한 제품명을 쓴 제네릭 제약사들에게 상표권 소송이란 견제구를 날리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케이스는 2015년 불거진 이탈파마코와 대웅제약의 상표권 분쟁입니다. 이탈파마코는 대웅바이오의 인지장애 개선제 제네릭의약품 '글리아타민'이 자신들의 원상품 '글리아티린'의 상표명을 침해했다고 반발했는데요. 대법원까지 간 분쟁은 결국 대웅바이오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제품명에 '글리아'라는 공통된 단어를 사용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땐 유사하지 않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었죠.

한 업계 관계자는 "제네릭을 오리지널과 유사한 이름을 짓는 이유는 동일한 성분과 효능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며 "또 전문의약품의 경우 대부분 성분명을 넣어 짓기 때문에 이름이 비슷할 수밖에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김윤화 (kyh9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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