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준의 마음PT] 성철스님과 이태석신부가 가리키는 길
조계종 종정을 지낸 성철 스님(1912~1993)의 열반 30년을 맞아 그를 기리는 행사나 추모 이야기가 잇따르고 있다.
일제에게 나라를 빼앗긴 암흑기에 태어나 24세 때 처자식을 버리고 불가에 귀의, 평생 수행과 대중 교화에 정진해온 그는 20세기 한국을 대표하는 고승일 뿐 아니라 수행과 관련된 갖가지 일화로도 유명하다.
수행하는 암자에 철조망을 쳐놓고 사람들을 몇 년이고 만나지 않은 ‘동구불출’(洞口不出), 눕지 않고 앉은 채 수행하는 장좌불와(長座不臥), 높은 사람이 찾아와도 ‘부처님께 3천배’를 하게 한 뒤 만나준 것들은 잘 알려진 얘기다.
일생 수행을 하고 살아온 그였지만 임종 전 남긴 열반송을 보면 그 역시 죽는 날까지 인간적 고뇌를 해오지 않았을까.
일생 동안 남녀의 무리를 속여서
하늘을 넘치는 죄업은 수미산을 지나친다.
산 채로 무간지옥에 떨어져서 그 한이 만 갈래나 되는지라
둥근 한 수레바퀴 붉음을 내뿜으며 푸른 산에 걸렸도다.
그러나 불교의 선문답은 판단과 이성을 넘어선 직관과 영성의 세계로, 워낙 많은 은유와 반어, 역설이 사용되므로 이렇다 저렇다 논리적 잣대로 판단하긴 어렵다.
# KBS 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로 유명한 이태석신부(1962-2010)는 2001년부터 2008년까지 내전 상태인 아프리카 수단에서 슈바이처박사처럼 의술을 베풀고 사랑과 희생을 쏟다 48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인제대 의과대 졸업후 다시 가톨릭대학에 들어가 로마유학을 거쳐 2001년 39세 나이로 김수환 추기경으로부터 사제 서품을 받은 뒤 곧바로 아프리카 수단(現 남수단) 톤즈(Tonj)로 나갔다.
극도로 열악한 상황에서 병원을 직접 세우고 한센병(나병) 환자를 여러 질병에 시달리는 주민들을 위한 의료 진료를 하면서 한편으로는 학교 기숙사를 짓고 어린이들을 가르치고 악단을 만드는 교육활동도 펼치다 대장암에 걸려 병사했다.
한창 바쁘던 시절, 지원차 찾아간 우리 천주교 신부와 저녁에 술을 한잔 할 때 이태석 신부는 평소 씩씩했던 모습과 달리 “정말 쉽지 않다. 힘들다”며 인간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어쩌면 그런 힘듦과 분투의 시간을 꾹꾹 참다 암으로 발병돼 일찍 세상을 뜬 것 같다고 했다.
# 성철스님이나 이태석신부의 정신세계는 일반인에 비해 고도로 순수하고 숭고했을 것이다. 그들의 영혼은 혼탁한 속세의 삶과는 화해하지 못했고, 극한적 정신수행을 통해서만 평안을 찾았을 것이다.
우리 같은 범인에게 이런 종교인들의 삶을 강요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세속적인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 것이 현명할까.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욕망, 분노, 불화, 좌절, 불행과 직면하며 힘들게 살아간다.
또한 우리는 일상에서 많은 실수와 잘못을 저지른다. 그렇게 해선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또 저지른다. 그리고 후회한다. 금연이나 절주, 다이어트조차 마음먹은 대로 못한다.
인터넷 시대가 도래해 온갖 가짜 뉴스, 거짓 정보가 넘치긴 하지만 이점도 많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온갖 경험・체험・경전・이론・책・노하우를 풀어 놓은 지혜(智慧・wisdom)도 널려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찾고 어떻게 내 것으로 만들 것인가. 그것은 각자의 선택과 의지와 열정에 달려 있다.
이런 맥락에서 다소 결이 다르지만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딸이자 20세기 아동정신의학의 선구자 안나 프로이트(1895~1982)가 남긴 말은 늘 내게 힘을 주었다.
‘나는 힘과 자신감을 찾아 항상 바깥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자신감은 내면에서 나온다.
항상 그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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