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컵 보증금제는 과연 물러서야 할까[우보세]

세종=김훈남 기자 2023. 10. 10.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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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행' 관점에서 시범 운영 1년을 앞두고 있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한번 보자.

최근 보증금제의 향방을 놓고 열린 전문가 토론회에서 한 전문가는 "제도 하나만으로 일회용컵 소비를 줄이고 재활용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순환경제 조성을 위한 아이디어와 그를 실행했다는 점에서 존중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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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보는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2014년 12월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일랏에서 열린 신재생에너지 전시회 '에너지위크'에서 조나단 레게브 '피너지' CEO가 알루미늄 전지를 사용하는 전기 차량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훈남 기자 /사진=김훈남 기자

9년전 신재생에너지 산업 전시 행사 취재를 위해 이스라엘을 방문했다. 벤처·스타트업의 천국이라는 이스라엘에서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구글·페이스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10일 남짓 출장은 다소 실망스러웠던 기억으로 남았다. 국내 뉴스에서도 봤을 법한, 어디 발명대회에선 수상을 했을 법한 아이디어가 대부분이었다.

한국에 돌아와 여기저기 불만섞인 후기를 털어놨다. 이를 듣던 한 엔젤투자자가 웃으며 말했다. "대부분 스타트업이 엄청난 기술을 갖고 시작하는 게 아니에요. 지금보다 조금 나은, 작은 아이디어면 돼요. 중요한 건 그것을 사업으로 만드는 실행력이죠"

지난해부터 순환경제를 담당하면서 소위 '선도국'을 찾아다니고 있다. △외부를 스키장과 암벽등반장으로 꾸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소각장 △태양광 패널의 유리를 재활용하는 100년 기업 △폐플라스틱에서 새플라스틱 원료를 만드는 대기업에서 벤처기업까지. 최근에는 세계 첫 제로웨이스트(ZeroWaste) 도시를 찾아 90%에 달한다는 재활용률의 비결을 찾아보기도 했다.

2년여의 순환경제 여정에 대한 감상도 9년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가 가야할 순환경제의 모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쉽사리 채워지지 않는다. '이 나라의 기준대로라면 우리나라 재활용률도 더 올라갈텐데', '저 정도 정책과 제도는 당장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할 것 같은데', '우리나라 재활용 선별기술이나 분리배출 제도가 딱히 후진적이지 않은데' 하는 생각이 더 많다.

순환경제 분야에서 우리보다 조금 앞서 있다는 나라도 천지개벽할 아이디어나 정책을 갖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차이를 찾자면 결국 단순하거나 작더라도 순환경제로 한발 다가설 수 있는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겼다는 점이다.

'실행' 관점에서 시범 운영 1년을 앞두고 있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한번 보자. 당초 환경부는 제주와 세종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1년 이상 시범운용한 뒤 전국 시행을 검토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제도 확대를 지방정부에 맡기자는 법안이 나오고, 정부도 이에 동의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소비자 불편과 소상공인 부담 때문이라지만 사실상 뒷걸음질을 선택했다.

최근 보증금제의 향방을 놓고 열린 전문가 토론회에서 한 전문가는 "제도 하나만으로 일회용컵 소비를 줄이고 재활용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다른 이는 "플라스틱을 생산하고 판매함으로써 이익을 만드는 지금의 경제구조의 변화없이 불가능한 일인데 제도 하나에 너무 큰 부담을 줬다"고 했다.

보증금제는 일회용컵 감축 정책의 일부분인데도 마치 모든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는 요술방망이마냥 대했다는 얘기다. 9년전 이스라엘에서 '제2의 구글'을 찾아헤매다 실망했던 모습이 겹친다. 한두가지 제도나 아이디어만으로 순환경제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 전 아니었는지.

그럼에도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순환경제 조성을 위한 아이디어와 그를 실행했다는 점에서 존중받아야 한다. 순환경제의 여정이 유효하다면 보증금제의 후퇴보다는 조금 더 다양한 아이디어와 정책을 덧붙이는 방안을 고민할 시점이다.

세종=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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