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요금 올라도 '만성적자'…1명 타면 858원 손해
안전투자비도 연평균 1조원대 소요…"정부 국비 지원 있어야"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지난 7일 8년여 만에 서울의 지하철 기본요금이 150원 인상됐다. 그러나 지하철 요금 인상에도 운임 현실화율은 여전이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나 연 1조원대에 달하는 서울교통공사의 만년 적자를 해결하기엔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공사의 지난해 적자는 6420억원, 누적적자는 17조6808억원이다. 이는 서울시의 재정지원금을 반영한 것으로, 이를 제외한 지난해 실제 적자는 9878억원에 달한다.
누적된 적자로 부채도 급등하고 있다. 공사의 중장기 재무계획에 따르면 올해 부채 추산액은 7조5423억원으로 2026년에는 10조5597억원까지 불어날 것이란 게 서울교통공사 분석이다.
공사 재정난의 가장 큰 요인은 수송원가에도 못 미치는 낮은 운임이다. 지난 7일 2015년 이후 동결됐던 지하철 기본요금이 8년 만에 150원 인상됐으나 1인당 운송원가 대비 평균 운임을 나타내는 운임 현실화율은 55%로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승객 1명당 수송원가는 1904원이지만 기본요금 1400원에 각종 할인과 무임승차 등을 반영한 평균 운임은 1046원에 불과하다. 승객 1명을 지하철에 태울 때마다 858원의 적자가 나는 구조다.
법과 정책에 의한 공익서비스비용(PSO)의 지속적 증가도 재정난을 가중시키는 요소다. 지난해 무임수송, 버스 환승할인, 정기권 등 공익서비스에 따른 손실 비용은 총 5296억원으로, 이는 전체 당기순손실의 82.5%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손실을 내는 것은 '무임수송'이다. 특히 65세 이상 경로 무임승차의 비중이 84.5%로 가장 높다.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무임손실도 가파르게 증가해 2030년에는 요금을 지불하지 않고 지하철을 무료로 타는 승객이 전체 승객의 30%(4645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개통 후 50여년이 흐르면서 강화된 안전규정과 노후화된 시설 등에 따른 비용 증가도 부담이다. 공사는 현재 노후 전동차 교체, 노후 시설 개량 등 시설 재투자에 연평균 1조원을 투입하고 있다.
안전·서비스 인프라 확충을 위한 투자비용도 만만치 않다. 향후 3년간 지하철 공기질 개선에 약 2000억원,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등 승강편의 시설 설치에도 약 10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한 상황이다.
공사는 열악한 재정 상황을 타개하고 경영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고강도 자구계획을 마련해 추진 중이다. 중복인력 조정과 비핵심업무 위탁 등 인력을 효율화하고 임대·광고수익 다각화도 진행 중이다. 토지 등 비핵심자산 매각 추진과 역세권 재정비, 기지 물류시설 조성 등 중장기 경영체질 개선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공사는 토지 등 비핵심자산 매각을 통해 2025년까지 약 4800억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사용 연수가 지난 미사용 전동차 등을 매각해 115억원의 수익을 확보했다. 8월에는 용산 국제빌딩 주변 4구역의 공동주택을 35억원에 매각했고, 현재 감정가 719억원에 달하는 4구역 내 오피스 용산센트럴파크타워 매각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감정가 15억6000만원의 영등포구 소재 빌딩을 21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6년까지 총 4조원대의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자구노력만으로는 '적자탈피'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사는 만성적자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운임 현실화와 공익서비스비용 재정 지원 등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관련해 도시철도 무임승차 손실에 국비를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관련 법안이 20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법사위에서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폐기된 바 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미래세대에 급격한 비용부담을 전가하지 않기 위해서는 시민의 경제적 여건을 고려한 선에서 현실적인 요금 책정에 대한 정기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하철은 탄소중립 시대를 이끌 대표적 저탄소 친환경 교통수단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경로 무임승차제도를 녹색복지의 한 축으로 설정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국비 지원이 전향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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