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수요일' 공포 가시기도 전에 '이·팔 전쟁'까지…살얼음 걷는 韓증시

강은성 기자 2023. 10. 10.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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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분쟁때마다 국제유가 급변동→인플레 심화로 긴축 자극
한미 기준금리 격차도 '사상최대' 인데…美 국채금리 급등세 불안요인
8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 군이 포격을 하고 있다. 2023.10.9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하고, 이후 이스라엘이 전쟁을 선포하면서 중동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 2022년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발발한 전쟁으로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곡물가격 등이 치솟아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확대된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팔전쟁)이 또 다시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자극할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추석 연휴 기간 불어닥친 미국발 긴축 공포로 '검은 수요일'까지 연출하며 지난주 증시가 한차례 급락세를 보인 상황에서 중동발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겹치면서 주가, 환율, 채권 등 국내 금융시장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0일 증권가에 따르면 전날 뉴욕상업거래소(한국시간 오후 6시 기준)에서는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이 전날보다 2.59달러(3.13%) 오른 배럴당 85.38달러를 기록했다. 오전 한때 4% 이상 오른 86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WTI는 세계 3대 유종 중 하나로 국제유가를 선도하는 지표다. WTI는 지난 2022년 상반기 배럴달 100달러를 넘어서며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크게 자극한 바 있다. 이후 2022년 하반기부턴 100달러를 하회했고 올 들어선 80달러선을 오가면서 안정세를 보였다.

하지만 WTI는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달 후반엔 93달러를 넘어서면서 연내 다시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연휴 직후인 지난 4일엔 경기침체 및 수요 위축 전망에 5% 이상 하락한 84달러를 기록했지만 이스라엘 분쟁이 터진 직후 다시금 3~4%대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김광석 한양대 교수는 "지난 수십년간 국제유가가 스파이크(급등세)를 보인 순간을 보면 대부분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연관된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번 이·팔 전쟁은 당사자 뿐만 아니라 미국, 이란, 러시아 등 주요 국가의 직간접적 확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는 만큼 국제유가 불안정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국제유가의 상승은 인플레이션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원자재 가격의 직접적 상승은 물론 이에 따른 소비재 물가 연쇄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주요 항목에도 국제유가가 긴밀하게 연동되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지속될수록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및 유럽 중앙은행 등의 긴축 기조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긴축에 따른 고금리가 이어지면 투자자들은 증시 등 '위험자산'을 줄이고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인플레이션→긴축→고금리→증시 및 자산시장 위축으로 이어지는 사이클이다.

최근 국내 증시에선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의 '긴축 태세 및 고금리 유지 발언'으로 인해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미국 국채금리의 고공행진으로 인해 외국인 자금 유출이 가속화되면서 지수가 급락한 바 있다.

지난 9월15일 2601.28이었던 코스피 지수는 불과 11거래일만인 지난 6일 2408.73으로 200포인트 가까이 급락했다. 이 기간 코스피 지수 하락률은 7.4%에 달한다.

따라서 이·팔전쟁으로 인플레이션이 다시한번 자극을 받는다면 증시위축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증폭되는 상황이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 분쟁은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확대할 수 있다. 이는 결국 유가 상승 위험을 초래해 높은 인플레이션과 경기 위축 모두에 위험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이번 사태로 국제유가가 급등할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을 재 확산시키거나 경기 위축 속도를 빠르게 진행시킬 수 있어 연준의 셈법이 복잡해졌다"고 짚었다.

최상목 경제수석이 9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반도체 관련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10.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특히 우리 시장에서 부담이 되는 요인은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다.

미국은 파월 의장이 당분간 긴축 기조를 이어간다는 강경발언을 한 이후 연내 금리인상을 한 차례 더 단행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고물가 상황이 지속된다면 이같은 연준의 입장은 더욱 강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와 국내 기준금리는 그 격차가 200bp(2%포인트)까지 벌어진 채 유지되는 중이다. 만약 미국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한다면 이 격차는 225bp(2.25%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

현 시점의 한미 기준금리 격차도 '사상최대' 수준인데 여기서 더 금리차가 벌어질 경우 외국인 자금 유출 등 국내 증시엔 악재다.

최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투자심리를 '공포' 수준까지 몰고 간 점도 부담이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가 빠르게 상승한 이유는 높은 금리 수준이 오랜 시간 동안 유지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최근의 코스피 하락은 주가수익비율(PER) 급락(연중 고점 대비 코스피 -9%, PER -20%)에 기반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sth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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