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감독 중 문제 빼돌린 ‘간 큰 교사’
학교·서울교육청 “처벌 권한 없다” 주의·경고만
서울 A고교 “설립자 출제돼 교직원들만 공유”
수능 모의평가 시험감독을 맡은 한 교사가 시험 도중 문제를 찍어 70여명이 있는 카카오톡 ‘단톡방’에 유출했다. 자신이 다니는 학교 창립자가 문제로 나와 반가운 마음에 올렸다는 변명인데, 해당 학교와 교육청은 제대로 된 처벌조차 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인천시교육청과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인천시교육청 주관으로 지난 9월6일 열린 ‘2023학년도 9월 고2 전국연합학력평가’ 한국사 영역 시험에서 서울 용산구의 A고등학교 교사 B씨가 시험 도중 15번 문항을 유출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당시 A고교에서 오후 2시35분부터 3시5분까지 열리는 한국사 영역 시험 감독으로 들어간 B교사는 오후 2시45분께 15번 문항 전체를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 교직원 70여명이 모인 단톡방에 올렸다.
해당 문항은 독립운동가인 남강 이승훈 선생을 다룬 내용으로, 이승훈 선생은 A고교의 설립자다.
B교사가 사진을 올리고 수분 뒤 다른 교사가 시험 도중 이 같은 사진을 올리면 안된다며 삭제를 요구했고, A고교 교장은 오후 3시가 넘어 전체 교직원에게 카톡방을 나갈 것을 지시했다.
이후 A고교 교장은 B교사에게 구두 경고를, 서울시교육청은 사립학교에 대한 처벌권이 없다는 이유로 A고교에 주의를 부탁하는 선에서 B교사에 대한 처벌을 끝냈다.
이와 관련, 인천시교육청은 “전국연합학력평가는 학생들이 수능을 연습하기 위한 시험이기에 감독 등을 수능 기준에 준해 운영한다”며 “일반 정기고사에도 교사가 휴대전화를 들고 들어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서울지역의 한 교사는 “만약 수능 시험에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면 학교와 교육청 등이 방관할 수 있었겠느냐”며 “관련 규정을 따져 철저한 진상조사와 그에 맞는 처벌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단톡방에 A고교 교직원들만 있었기에 문항이 유출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더 주의하도록 안내할 것”이라고 밝혔다.
A고교 관계자는 “학교 설립자가 문항에 나와 반가운 마음에 공유를 한 것 같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교장이 구두로 경고하는 정도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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