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해군 전단 미국 방문…美 인사들 “한·미 불의와 함께 싸워, 감사한다”
미 인사들 “6·25전때 자유와 민주주의 수호한 양국 군 기억해야”
“(한미 양국의) 현재와 미래 세대는 당신의 숭고한 헌신을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Current and Future Generation will Never Forget Your Noble Devotion).”
141일간 13개국 14개항을 방문하는 훈련을 진행 중인 우리 해군의 순항훈련전단이 9일(현지 시각) 오전 미 동부 메릴랜드주(州) 볼티모어 항구에 도착했다. 한·미 동맹 70주년을 기념해 이날 입항 환영 행사가 진행된 한산도함에 올라서자 이 같은 영어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한·미 국기와 함께 양국이 손을 맞잡고 있는 형상도 함께 새겨졌다.
이번 순항훈련전단은 제78기 해군사관생도 151명을 비롯해 장병 460여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4500톤급 훈련함 한산도함과 4200톤급 군수지원함 화천함을 타고 이번 순항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이들은 오는 13일까지는 미국에 머물며 미 해군 장병들과 교류하고 참전 용사 참배 등을 진행하게 된다.
수전 리 메릴랜드주 주무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오늘은 메릴랜드와 한국 모두를 위한 멋진 날”이라며 “6·25 전쟁(Korean War)에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불의에 맞서 싸우기 위해 함께 싸운 미군과 한국군을 기억해야 한다”며 “아버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 해군으로 복무했고, 삼촌은 공군 일원으로 한국의 동맹국들과 함께 자유를 수호했다”고 했다. 리 장관은 “(현재의 번영은) 미군과 한국군의 용기와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들은 우리 모두를 위해, 그리고 미래 세대를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토대를 마련했고, 그래서 우리는 민주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에 감사드린다”라고 했다.
이어 빅토리아 민카 볼티모어 이민국장은 “내 할아버지는 한국전 참전용사였다”며 “이민 담당 업무를 하면서 상당 부분은 (볼티모어내) 한인 및 한인 커뮤니티 구성원들과 함께 보내는 것이다. (한미간 소중한)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이 자리에 오게 되어 영광”이라고도 했다.
로베르토 콘셉션 미 해안경비대 메릴랜드 지구 대표는 “한국전에서 맺어진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고자 하는 생도들의 뜻을 높게 평가한다”며 “70주년이라는 이정표는 당신들과 미국인에게 역사적 의미가 매우 크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 사위’로 유명한 래리 호건 전 메릴랜드 주지사의 부인인 유미 호건 여사도 참석해 연설을 했다.
순항훈련전단을 이끄는 조충호 전단장(준장)은 답사에서 “6·25 정전 및 한미동맹 70주년이라는 역사적인 해에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을 함께 이끌어 나가고 있는 미국에 올 수 있게 돼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미국 방문을 통해 사관생도들은 한미동맹의 가치를 되새기고 자유와 평화 수호를 위한 위국헌신 군인본분의 숭고한 가치를 생각해볼 소중한 기회를 얻게 됐다”고 했다.
해군의 순항훈련은 임관을 앞둔 4학년 생도들이 해군 장교로서 갖춰야 할 함정 적응 및 임무 수행능력을 익히기 위해 실시하는 연례 훈련이다. 지난 1954년 해사 9기생부터 시작돼 올해 훈련 70주년을 맞았다. 이에 역대 7번째로 ‘세계일주’에 나선 것이다. 이들이 이번 훈련기간 항해하는 거리는 약 3만마일(5만5600㎞)로서 지구 1바퀴 반에 해당한다. 순항훈련전단은 미국 하와이를 시작으로 콜롬비아 카르타헤나, 미 볼티모어, 캐나다 핼리팩스, 독일 함부르크, 영국 포츠머스, 프랑스 쉘부르, 스페인 바르셀로나,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인도 첸나이, 방글라데시 치타공, 필리핀 마닐라, 일본 요코스카를 거쳐 내년 1월15일 진해로 돌아올 예정이다.
안예담(22) 생도대표는 “4년만에 이런 행사를 열었다고 하는데 이에 참여할 수 있어 영광스럽다”며 “한미 동맹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고, 앞으로도 한국이 조금 더 주도적으로 행동하는 동맹으로 발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순항훈련전단은 첫 기항지로 미 인도태평양사령부와 태평양함대사령부가 위치한 하와이 진주만에 입항했었다. 이 곳에서 생도·장병들은 태평양 국립묘지에서 헌화·참배를 했고 ‘한국전쟁기념비’ 주변 환경정화 봉사활동 등을 했다. 안 생도는 “하와이대학교 해군학군사관후보생(NROTC)과 축구도 했고, 한·미 장병들이 각자 나라에서 만들어진 기념 주화도 주고 받으면서 국적을 떠나 가까워졌다”고 했다.
생도들은 오는 11일 아나폴리스에 있는 미해군사관학교를 방문해 미해군 사관생도들과 교류하고, 12일에는 워싱턴DC에 있는 한국전쟁 참전기념비에 헌화하고 보훈 요양원을 위문할 계획이다.
이번 순항훈련전단에는 해군사관학교 영어학과 교환교수로 근무 중인 크리스토퍼 웨이너 소령이 미 해군 최초로 동행했다. 웨이너 소령은 지난 2020년부터 해사에서 연합작전, 작전계획, 군사영어 등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유창한 한국어로 “한국을 사랑해 한국 근무를 자원했다”며 “근무한 지 3년 동안 (한국에 대해) 최대한 많은 것을 배우려고 노력했다. 원래는 작년에 한국을 예정이었는데 근무를 1년 연장하기도 했다”고 했다. 이어 “해사 생도들은 정말 훈련이 잘 돼 있다”며 “(이후에도) 사관생도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교육을 실시해 강철처럼 견고한 한미동맹 발전에 작게나마 기여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했다.
재향군인회 미 동부지회 김인철(80) 회장은 “해군 생도들을 위해 햄버거 300개를 주문해서 가져왔다”며 “예전과 비교해 더 늠름하고 발전된 젊은 군인들을 보게 돼 마음이 뿌듯하다”고 했다. 이어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아 미국에서도 호응이 많다”며 “지난달 말에도 알링턴국립묘지에서 한미 베테랑들이 함께 참배를 다녀왔고, 조만간 인천 상륙 작전에 참여했던 미 해병대 노병(老兵)들을 초청해 만찬 행사를 열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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