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없는 네덜란드 축사, 비결은... 대소변 분리하고 돼지 배변 훈련까지 [출구 없는 사회적 공해 악취]

윤현종 2023. 10. 10.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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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소 많은 사료 먹여 변 냄새 감소
사육면적 확보해 정해진 곳 배설 유도
분뇨 비료는 땅 위 아닌 땅 속에 뿌려
암모니아 빨아들여 미세먼지도 막아
편집자주
전국 곳곳에서 '후각을 자극해 혐오감을 주는 냄새', 즉 악취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악취 민원은 무수히 쌓이는데 제대로 된 해법은 요원합니다. 한국일보는 16만 건에 달하는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국내 실태 및 해외 선진 악취관리현장을 살펴보고, 전문가가 제시하는 출구전략까지 담은 기획 시리즈를 5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지난 8월 29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후그스트라트 '존바르켄 농장' 축사에서 자라고 있는 돼지들의 모습. 돼지들의 체표면에 오물이 전혀 묻어있지 않다. 축사 내부의 암모니아 농도는 1ppm수준이다. 농장주는 "어미돼지가 새끼돼지의 배변습관을 형성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했다. 사육 면적이 충분한 것도 교육에 도움이 된다. 사육 밀도가 높아지면 아무 데나 배설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존바르켄 농장의 사육 면적은 1마리 당 평균 2.3제곱미터, 한국은 0.9제곱미터다. 후그스트라트=윤현종 기자

지난 8월 29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약 120km 떨어진 후그스트라트의 한 돼지농장. 축사 안에는 연분홍색 돼지 약 500마리가 자유롭게 놀고 있었다. 동물에서 나는 특유의 체취는 느껴졌으나 코를 찌르는 분뇨 냄새는 거의 나지 않았다. 농장주 롭 뉴웬하우스(54) 씨는 "축사 내 암모니아 농도는 1ppm 수준”이라며 “암모니아 농도가 6ppm 이상 되면 사람 호흡에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한국 축사 내 암모니아 농도 허용 기준은 25ppm이다.

이 농장은 네덜란드가 2018년부터 주창한 순환농업을 실천하는 수많은 축산농가 중 하나다. 이곳 돼지는 한국 양돈농가가 주로 쓰는 곡물배합사료를 먹지 않는다. 분뇨는 배출 직후 고체(똥)와 액체(오줌)로 분리해 건조 처리한 다음 화학비료 대신 사용한다. 여기서 자란 경작물의 일부는 다시 돼지의 먹이가 된다. 자원의 외부 조달을 최소화하고 폐기물을 줄이면서 먹거리를 생산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축사의 악취는 세 단계에 걸쳐 저감된다. 돼지들은 배설물에서 냄새가 덜 나는 먹이를 섭취한다. 아무 데나 누지도 않는다. 배설물은 악취를 덜 유발하는 방식으로 처리한다.


지속 가능한 사육 = 냄새 덜 나는 사육

뉴웬하우스 씨의 농장 이름은 존바르켄(Zonvarken). 축사는 지붕 덮인 밀폐식임에도 환했다. 네덜란드어 '태양(zon)'에서 이름을 따온 농장답게 안으로 햇빛이 들도록 설계했다. 동물들이 '일광욕'도 할 수 있는 환경을 추구했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8월 29일(현지시간) 존바르켄 농장 축사 내부. 밀폐형이지만 햇빛이 투과되도록 설계돼 있다. 후그스트라트=윤현종 기자

돼지들은 '잔류물'을 먹는다. 뉴웬하우스 씨는 "수확하고 땅에 남는 경작물의 찌꺼기 또는 비트펄프(설탕 추출 후 찌꺼기), 콩껍질, 옥수수 글루텐(전분 찌꺼기) 등이 섞인 사료를 먹인다"며 "원료를 농장 주변에서 쉽게 공급받기 때문에 '순환사료'라고 부르고, 일반적인 곡물배합사료보다 가격도 싸다"고 했다.

냄새 저감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곡물 껍질 등 식품 부산물, 경작물 찌꺼기의 섬유소는 돼지의 장을 건강하게 만든다. 자연스레 배설물에서 냄새가 덜 난다. 파견 연구 중인 정민웅 국립축산과학원 농업연구관은 "섬유소 많은 사료를 먹은 돼지는 곡물배합사료를 먹은 돼지보다 분뇨 악취가 덜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존바르켄 농장주 롭 뉴웬하우스 씨가 농장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후그스트라트=윤현종 기자

돼지들이 배변 교육도 받는다. 수분이 많은, 돼지 특유의 분변이 축사에 보이지 않던 이유다. 농장 관계자는 "배설 자리가 정해져 있다"며 "돼지들도 최소한의 지능이 있기 때문에, 어미가 새끼에게 배변을 훈련토록 유도한다”고 했다. 사육 면적이 충분한 것도 교육에 도움이 된다. 사육 밀도가 높아지면 아무 데나 배설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돼지들의 몸엔 분변이 묻어 있지 않았고, 목욕이라도 한듯 깨끗했다. 존바르켄 농장의 사육 면적은 1마리 당 평균 2.3㎡, 한국은 0.9㎡다.

존바르켄 농장 한켠에 설치된 분뇨 분리시설. 분리된 분뇨는 땅 '속'으로 주입해서 추가 악취를 막고 유기질 비료로 쓰이도록 한다. 후그스트라트=윤현종 기자

농장은 배설 직후의 분뇨가 똥과 오줌으로 분리되는 시설도 갖추고 있다. 이는 대변의 효소와 소변 내 요소가 만나 생성되는 암모니아 발생을 사전 차단한다. 분리된 분뇨는 땅 '속'으로 주입해서 추가 악취를 막고 유기질 비료로 쓰이도록 한다. 뒤섞인 분뇨를 땅 '위'에 뿌리는 한국 방식과 다르다. 실제 네덜란드서 발생한 가축분뇨의 68%는 축산농가들이 이런 식으로 자가소비하고 있다.

수정네덜란드 축사의 '질소저감장치' 작동방식 .그래픽=박구원 기자

소 1마리가 배출하는 질소 13kg → 3kg

네덜란드 축산업계는 악취 저감을 넘어 분뇨를 처리할 때 대기오염을 사전에 차단하는 방법까지 고민하고 있다. 폐기물 발생에 따른 환경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 순환농업의 궁극적인 목표이기 때문이다. 현지 낙농기업 렐리(Lely)가 2020년 질소저감시설을 개발한 배경이기도 하다. 이 시설은 축사 옆에 설치돼 분뇨에서 생긴 가스를 빨아들인다. 암모니아가 공기 중에 흩어져 질소산화물과 결합해 초미세먼지가 되는 것을 미리 막는다.

지난 8월31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스키플루이덴 마을의 한 젖소농장에 설치된 질소저감장치의 모습. 이 시설은 축사 옆에 설치돼 분뇨에서 생긴 가스를 빨아들인다. 암모니아가 공기 중에 흩어져 질소산화물과 결합해 초미세먼지가 되는 것을 미리 막는다. 스키플루이덴=윤현종 기자

지난 8월 31일(현지시간) 덴하그(헤이그) 외곽 스키플루이덴 마을의 한 젖소농장에서 이 시설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젖소 100여 마리가 사는 축사 바닥엔 구멍이 뚫려 있다. 분뇨는 그 구멍 밑에서 바로 대변과 소변으로 나뉜다. 분리된 대·소변의 가스는 흡기관을 통해 축사 옆 ‘N(질소) 캡처’로 불리는 시설로 들어가 화학처리되고, 최종적으로는 질소가 저감된 채 배출된다.

농장을 관리하는 마르셀 반 레이우엔 씨는 “소 한 마리당 질소 13kg이 나왔는데, 이 시설 설치 후 3kg로 약 70%가 줄었다”고 했다. 렐리 관계자는 “축산농가의 분뇨를 외부로 보내지 않고 자체 처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시설을 개발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랙티브] 전국 악취 지도 '우리동네 악취, 괜찮을까?'

※ 한국일보는 2018년 1월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전국 모든 기초지자체 및 세종시가 접수한 악취의심지역 민원 12만 6,689건과, 이 민원에 대응해 냄새의 정도를 공식적으로 실측한 데이터 3만 3,125건을 집계해 분석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내가 사는 곳의 쾌적함을 얼마나 책임지고 있는지 살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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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헤닝언, 후그스트라트, 스키플루이덴(네덜란드) = 윤현종 기자 bell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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