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K-금융, 해외서 제대로 된 날개 달려면

박슬기 기자 2023. 10. 10.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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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나가보면 한국계 금융기관의 현지 위상은 많이 낮은 편입니다. 점포를 늘리는 게 능사가 아닙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추려면 전문 인력 양성이 시급합니다."

10년 이상 같은 업무를 하며 역량을 쌓는 해외 선진 금융사들과는 달리 한국계 은행은 3년마다 보직을 바꾸는 순환보직 체제로 운영되는 게 그 배경으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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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나가보면 한국계 금융기관의 현지 위상은 많이 낮은 편입니다. 점포를 늘리는 게 능사가 아닙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추려면 전문 인력 양성이 시급합니다."

지난달 아시아 금융의 메카로 꼽히는 홍콩에서 만난 국내 은행 간부들이 입을 모아 강조한 말이다. 한국 금융회사들이 그 동안 해외 금융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외연을 확장해왔지만 글로벌 메이저 플레이어로 거듭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다는 평가다.

국내 금융사들은 선진국과 신흥국 등 글로벌 주요국에 점포를 늘리면서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써왔다. 홍콩만 해도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KDB산업·수출입 등 총 11개 한국계 은행들이 진출해있다. 양적 확장이 가시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이들이 차지하는 자산 규모는 여전히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홍콩 내 은행 자산은 총 3조4000억달러. 이중 한국계 은행들이 차지하는 규모는 약 300억 달러다. 1%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반면 일본 미즈호은행 홍콩지점의 자산은 600억 달러에 이른다. 일본 대형 은행 하나가 홍콩에 진출한 전체 한국계 은행 자산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한국계 은행이 홍콩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리스크(위험) 관리에 따른 적극적인 영업력 부재 ▲전문 인력 부족 등이 거론된다.

현지 한 은행 관계자는 "IB(투자은행)는 규모의 경제로 본점에서 큰 돈을 들여야 그만큼 자산을 불릴 수 있다"며 "하지만 리스크 관리에 치중하다보니 해외 IB 자산을 대상으로 공격적으로 투자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현지 은행 관계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 '은행의 손실 위험이 높아져 영업을 아예 하지마라'라는 지침이 내려왔다"며 "개점휴업을 6개월 하다보면 나중엔 영업을 다시 시작하려 해도 어려운 점이 있다"고 했다.

전문 인력 부족은 금융 경쟁력 강화에 있어 상수와도 같은 문제다. 한국계 금융회사는 전문지식과 글로벌 감각을 갖춘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수 십년 넘게 흘러나온다. 외국어 구사능력은 물론이고 국제금융시장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과 네트워크를 가진 인재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란 얘기다.

10년 이상 같은 업무를 하며 역량을 쌓는 해외 선진 금융사들과는 달리 한국계 은행은 3년마다 보직을 바꾸는 순환보직 체제로 운영되는 게 그 배경으로 거론된다. 금융 현장에선 "금융시장은 사람장사인데 한국은 해외 전문인력 양성이 부족한 데다 인수인계를 해도 전임자가 쌓아놓은 인적 네트워크를 제대로 이어받기 어렵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지주 회장 등과 함께 유럽 주요국을 방문해 'K-금융' 세일즈에 나섰다. 이달에는 금융지주 회장들은 모로코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해 해외 투자유치를 이어갈 예정이다.

물론 한국 금융의 위상 제고를 위해선 이런 대외활동이 꼭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전문 인력 확보와 적극적인 영업활동 보장을 요구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로라면 이는 자칫 내실 없는 '공치사'에 그칠 수 있다는 점도 한번쯤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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