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엄마가 뭘까" 모성 신화 직격한 SF 소설들

진달래 2023. 10. 10. 04:3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육아하는 아빠가 익숙해진 시대라고 해도 여전히 육아휴직자 10명 중 7, 8명(2021년 기준)은 여성이다.

출산·육아로 인한 공백을 경험한 엄마 작가들의 작품이다.

엄마가 아닌 남의 손에서 이뤄지는 육아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심리적, 사회적, 문화적 압력의 결과다.

중국계 엄마인 저자의 삶이 투영된 주인공 '프리다'는 이혼 후 일과 육아를 병행하고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경 '오늘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
AI 기술로도 벗어날 수 없는 돌봄의 굴레
제서민 첸 '좋은 엄마 학교'
좋은 엄마를 증명하라…시험대에 선 엄마들
게티이미지뱅크

육아하는 아빠가 익숙해진 시대라고 해도 여전히 육아휴직자 10명 중 7, 8명(2021년 기준)은 여성이다. 육아의 책임을 오롯이 진 여성들은 비슷한 죄책감을 공유한다. '나는 좋은 엄마인가.' 그 질문에 엄마들이 느끼는 무겁고 복잡한 감정을 SF와 접목한 신간 소설 두 편이 비슷한 시기 출간됐다. 출산·육아로 인한 공백을 경험한 엄마 작가들의 작품이다. 현실을 고스란히 담은 소설들은, 엄마의 현실이 이토록 비현실적이란 점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독박 육아 직장맘의 선택은 AI

오늘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이경 지음·래빗홀 발행·304쪽·1만5,000원

이경의 소설집 '오늘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래빗홀 발행)는 현실 육아(혹은 돌봄)에서 한 번쯤 상상했을 법한 신기술을 소재로 삼고 있어 눈길을 끈다. 표제작은 독박 육아 중인 직장맘 '혜인'이 인공지능(AI) 보육 이동 서비스를 이용하는 여정을 그렸다. 신종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어린이집에 긴급 휴원 명령이 내려지고, 복직 후 자신이 처음으로 주관하는 회의를 앞둔 상황에서 도움 받을 곳이 없어 전전긍긍하던 혜인은 AI 서비스를 선택한다. 또 다른 수록작인 '한밤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의 주인공 '미주'는 육아로 인한 고독함을, 대화형 AI를 장착한 젖병 소독기를 통해 위로받는다.

안타깝게도 소설 속 주인공들은 AI 기술을 통해 완전한 평안을 얻지 못한다. 혜인은 AI 서비스를 구매하는 행위 자체에 죄책감을 느낀다. 엄마가 아닌 남의 손에서 이뤄지는 육아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심리적, 사회적, 문화적 압력의 결과다. 또 AI를 활용하더라도 결국 누군가는 돌봄 노동을 피할 수 없는 '돌봄의 연쇄 작용'을 보여주며 작가는 돌봄의 문제를 다시 보게 한다.


AI 인형으로 '좋은 엄마' 교육하는 세상이 온다면

좋은 엄마 학교·제서민 챈 지음·정해영 옮김·허블 발행·492쪽·1만8,000원

제서민 챈의 장편소설 '좋은 엄마 학교'(허블 발행)는 그보다 더 도발적인 상상에서 시작한다. 양육 과정의 실수를 한 엄마들이 모성 교육 프로그램 '엄마 학교'를 이수해야만 하는 세상이 된다면이라는 상상이다.

중국계 엄마인 저자의 삶이 투영된 주인공 '프리다'는 이혼 후 일과 육아를 병행하고 있다. 일과 육아에 고군분투하지만 결국 사건이 터졌다. 18개월 된 딸 '해리엇'을 집에 둔 채 외출했다가 이웃에게 '방치' 혐의로 신고를 당한 것. 일종의 엄마 재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게 된 그녀는 실제 아이와 똑같이 생긴 AI 인형을 돌보며 자신이 '좋은 엄마'임을 증명해야 진짜 딸을 되찾을 수 있는 상황에 놓인다. 사회가 설정해 놓은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애쓰는 동안 프리다는 해리엇에게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낀다.

이른바 엄마 학교 안에서 엄마들은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면 안 되고, 자식에 관련된 것이 아닌 이상 자신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다. 남성에게 호감을 보이면 "저는 욕망 때문에 나쁜 엄마입니다"라고 자아비판까지 한다. 학교는 엄마에게서 한 여성이자 사람으로서의 삶을 삭제한다. 돌봄의 영역 바깥에서 나를 실현할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아이들을 사랑한다는 사실과 어긋난다는 생각을 강요한다. 이 책은 저자가 사회에 던지는 거대한 물음표 그 자체다. '좋은 엄마'라는 이상향은 존재하는가, 사회가 만든 '좋은 엄마'의 기준이 여성에게 족쇄를 채우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던진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문이림 인턴 기자 yirim@hanyang.ac.kr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