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시적 공격에 무력화된 첨단 방어망, 한반도에서 벌어질 수도

조선일보 2023. 10. 10.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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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정보력과 방어망을 자랑하던 이스라엘이 민병대 수준의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뚫린 것은 북한과 대치한 우리 안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원시적 공격이라도 대규모 물량 공세가 불시에 가해지면 첨단 방어 시스템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2005년 가자 지구에서 철수하면서 6m 높이 콘크리트 장벽과 철조망 담장으로 이곳을 완전 봉쇄했다. 감시 카메라와 동작 감시 센서를 촘촘하게 설치하고 2㎞마다 원격 조종 기관총으로 중무장한 무인 감시탑을 세웠다. 이렇게 수십억 달러를 들여 구축한 ‘스마트 국경 시스템’ 을 하마스는 간단히 무력화했다. 콘크리트 장벽은 폭파하거나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월담했고, 철조망 담장은 불도저로 밀어버리거나 절삭기로 끊어버렸다. 국경 도처에 뚫어놓은 땅굴과 해상 수상정도 침투에 동원됐다. 육·해·공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두들기는 재래식 전술에 최첨단 방어 시스템이 무너졌다.

팔레스타인 소년이 지난 7일 가자 지구에서 불타는 이스라엘 차량을 배경으로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리 군 역시 최전방 경계 작전에 로봇 등 유·무인 복합 체계를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화력 면에서 하마스와 비교도 되지 않는 북한군이 유사시 전선 전역에 걸쳐 파상 공세를 퍼부을 경우 최전방 지역은 물론 수도권 방어도 벅찰 수 있다. 가장 위협적인 것은 20만명 규모의 특수부대다. 이들이 레이더에 안 잡히는 저공 침투기를 이용해 우리 후방을 교란할 경우 마땅한 대책이 없다.

현존 최고의 방공 시스템으로 꼽히는 ‘아이언돔’이 뚫린 것도 우리가 긴장해야 할 부분이다. 이스라엘 전역에 10 포대가 배치됐다는 아이언돔은 동시 요격할 수 있는 로켓·미사일이 수백 발 수준이다. 하마스는 5000발이 넘는 로켓을 발사했다. 한 발당 수백 달러짜리 초보적 로켓을 소나기처럼 퍼부어 발사 때마다 5만달러가 드는 아이언돔을 농락한 것이다. 북한의 장사정포 수백 문이 수도권을 겨누고 있고, 최근 들어선 위력이 훨씬 강력한 신형 탄도미사일과 방사포까지 배치되고 있다. 북이 이것을 동시다발적으로 퍼부을 경우 현재 한미 연합군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으로 막아낼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게다가 2018년 문재인 정부가 체결한 ‘9·19 남북 군사합의’는 우리 군의 대북 감시·방어 능력을 크게 제약하고 있다. 군사분계선 부근에서 포격 훈련과 연대급 기동 훈련뿐 아니라 전투기·정찰기 비행까지 못 하도록 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주한 미군의 방위 태세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것이 큰 문제다. 이번 중동 분쟁을 계기로 대북 방어 태세를 전반적으로 재점검하고 9·19 합의 역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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