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야당은 무조건 “반대” 여당은 “강행” 이런 인사 청문회 그냥 둘 건가
민주당이 보고서 채택을 거부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을 7일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하면서 현 정부 출범 후 국회 인사 청문 보고서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이상 인사가 총 18명이 됐다. 윤 정부가 지명한 국무위원 후보자 30명 중 60%에 해당한다. 야당은 습관적으로 보고서를 채택해주지 않고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하는 것이 관행처럼 됐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비난했지만 문재인 정부 때 국회 청문 보고서 없이 임명된 장관급도 34명에 달한다. 이전 노무현(3건), 이명박(17건), 박근혜(10건) 정부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았다. 당시 문 대통령은 “능력은 제쳐두고 흠결만 따지는 무안 주기식 청문회”라고 했는데, 지금 민주당 행태가 바로 그렇다. 장관 후보자에 대해 어떻게든 트집을 잡아 정권 공격 소재로 삼는다. 어느 쪽이 정권을 잡든 마찬가지다.
2000년 도입된 인사청문회는 고위 공직자의 능력과 자질, 도덕성 등을 검증해 인사 투명성을 높이고 공직 사회에 긴장감을 주는 등 순기능이 있었다. 하지만 청문 대상이 확대되고 정치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여야 간 정쟁의 장으로 변질됐다. 신상 털기 식 흠집 내기가 이어져 “예수님, 부처님이 와도 낙마할 것”이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 됐다. 청문회에서 망신당하기 싫다며 장관 직을 마다하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다.
국무총리나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등 국회 동의가 필요한 자리는 청문회를 통해 후보를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하지만 장관 임명에는 국회 동의가 필요 없다. 현행법상 국회가 반대해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이대로라면 누가 정권을 잡든 소모적 정쟁만 되풀이될 것이다.
여야가 함께 제도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장관 청문회의 법적 구속력을 강화해 국회가 반대한 후보는 대통령이 임명할 수 없게 하거나, 반대로 이미 형해화한 장관 청문회를 아예 폐지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어떤 경우든 후보자를 지명하기 전 대통령실의 사전 검증 절차는 지금보다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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