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시안게임 금메달 병역 특례 재검토해야
야구·축구 대표팀 38명과 e스포츠팀 6명을 포함해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들이 무더기로 병역 면제를 받게 되면서 이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50년 전 한국의 스포츠 경쟁력이 취약했을 때 만든 제도를 계속 운영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아시안게임의 일부 종목은 경기 내용에서 세계 수준과 큰 격차가 있다. 축구만 해도 결승전 상대인 일본은 아마추어 사회인팀 중심으로 선수진이 구성됐다. 골프도 다른 나라 선수는 대부분 아마추어인데 우리는 미국 프로 투어에서 뛰는 정상급 선수들이 출전해 손쉽게 금메달을 땄다. 야구 역시 참가국이 8국에 불과했고 한국만 프로 선수들이 대거 나와 금메달을 땄다. 어깨 통증을 이유로 한 게임도 뛰지 않고 병역 면제를 받은 투수도 있었다. 야구협회가 ‘팀별 3명 이내’ 원칙으로 대표팀을 선발한 것도 병역 혜택을 골고루 나눠 갖자는 뜻으로 해석됐다. 수준 낮은 아시안게임에서 ‘병역 바겐세일’을 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일부 선수들은 수준이 훨씬 높은 세계선수권대회 우승보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더 결사적이다. 일본 미디어들은 ‘한국 축구 선수들이 열심히 뛰는 건 병역 혜택 때문’이라고 비꼬는 일본 내 반응을 전했다. 우리 수영 금메달리스트들 회견장에서도 외국 기자들은 군복무 면제 혜택을 거론했다.
아시안게임 메달을 국가 위상을 높인 업적으로 본다는 것 자체가 시대에 뒤진 발상이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한류의 종주국이자 10대 경제 대국인 우리가 병역 혜택으로 동기 부여해야 하는 수준은 이미 넘어선 지 오래다. 국위 선양으로 본다면 BTS만 한 공로가 없을 텐데 BTS 멤버에겐 왜 면제 혜택을 주지 않느냐는 형평성 문제도 있다.
손쉬운 금메달에 병역 면제를 남발하면 군 복무는 요령껏 피하는 게 좋은 성가신 의무라는 인식이 퍼지게 된다. 헌법상 의무이자 명예로워야 할 군 복무가 이렇게 하찮게 여겨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병역 특례 도입 50년이 지났으면 달라진 시대 상황에 맞춰 손을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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