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 ‘납작’ 구글·애플… 한국서만 ‘독점 활개’
구글과 애플이 자사 결제 시스템(인앱 결제)만 이용하도록 강제한 행위에 대해 지난 6일 방송통신위원회가 680억원(구글 475억원, 애플 20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자 반발하고 있다. 애플은 “방통위 조사 결과에 동의하지 않으며 전기통신사업법을 준수했다”고 맞섰고, 구글은 “최종 서면 결정을 통보받으면 신중히 대응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1년 9월 인앱 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이른바 ‘구글 갑질법’ 시행 이후 2년 만에 실질적인 제재가 내려졌지만, 이들이 처분에 불복하면서 최종 조치가 확정될 때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구글과 애플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갑질을 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구글은 국내 게임 업체들이 경쟁사 앱장터(원스토어)에 앱을 출시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가 구글 안드로이드를 변형한 운영 체제(OS)를 탑재하는 걸 막았다. 애플도 앱 개발사에 높은 결제 수수료를 요구하는 정책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IT업계에서는 “미국에서 반독점 소송 끝에 앱 개발사들에 거액을 배상하고, 유럽에선 독점 규제 대상에 오르며 철퇴를 맞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규제 사각 지대에서 시장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글·애플에서 앱 사면 돈 더 줘야
구글·애플의 갑질로 피해를 보는 건 국내 소비자들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구글은 원스토어보다 최대 59%, 애플은 76.9% 앱 결제 비용이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에서 이모티콘을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이모티콘 플러스’ 상품은 원스토어에선 월 3900원인데 구글플레이에서는 5700원, 애플스토어에서는 6900원을 내야 한다. 애플 앱 장터에서 결제 금액이 최대 3만원 이상 비싼 경우도 있었다. 애플은 한국에서만 앱 개발사들로부터 추가 결제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43.6%가 앱 장터마다 가격이 다르다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답했다. 애플은 올 들어서만 세 차례 아이폰 배터리 교체 비용을 올렸다. 지난 3월에는 아이폰 14 이전 모델의 교체 비용을 43% 올렸는데 미국(29%), 일본(31%)보다 인상률이 훨씬 높았다.
IT업계에선 구글·애플의 독점 행위가 계속되는 배경에 이들의 막강한 시장 지배력이 있다고 본다. 스마트폰·검색·앱장터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앞세워 다른 기업의 경쟁 행위를 차단해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스마트폰 등 모바일 운영 체제 시장에서 구글 안드로이드 점유율은 71.96%이다. 지난해 국내 18~29세 소비자의 아이폰 이용률은 65%로 1년 전보다 13%포인트 올랐다.
◇한국 정부 규제에 ‘시간 끌기’만
이들 테크 기업들이 국내에서 정부 당국의 규제 조치에 맞서 소송 등 법적 수단을 동원하며 의도적으로 시간 끌기 전략을 반복하고 있다. 제재 조치를 확정하는 데만 수년의 시간이 걸린다. 구글은 공정위가 스마트폰 제조사의 변형 안드로이드 OS 탑재를 막은 행위로 200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하자 행정 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다. ‘통신망(網) 사용료’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대응도 마찬가지다. 구글(유튜브 포함)은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에선 통신망 이용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한 푼도 내지 않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구글이 국내 망 트래픽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8.6%(지난해 4분기)로 넷플릭스(5.5%)·메타(4.3%)보다 높다. 반면 해외에서는 규제 강화에 납작 엎드리고 있다. 애플과 구글은 자사 앱 장터 내 결제를 강요한 반독점 위반 관련 소송 끝에 앱 개발사들에 각각 1억달러, 9000만달러를 배상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구글 등 해외 기업들이 한국 법, 제도를 가볍게 여기는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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