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로 30조 무기 수출, 금융지원 안돼 발목 잡혔다

강다은 기자 2023. 10. 10.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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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은행법 지원한도 초과… 2차 계약 차일피일 미뤄져
그래픽=양진경

올 상반기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던 최대 30조원 규모의 폴란드 2차 무기 수출 계약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방산 업계에선 “수출입은행(수은)의 수입국에 대한 금융 지원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자칫 2차 계약 규모가 크게 줄거나 계약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방산 업계에선 이번 폴란드 2차 계약의 신속한 체결을 위해 금융 지원을 늘리는 수은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또 장기적으로 방산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 법제를 정비하고, 금융지원을 위한 추가 수단으로 방산펀드를 조성하거나, 미국처럼 국방부가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FMF(Foreign Military Financing) 제도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수은법에 발목 잡힌 폴란드 2차 수출계약

폴란드 정부는 지난해 한국 방산기업과 17조원 규모의 무기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경전투기 FA-50,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현대로템의 K2 전차 등이다. 이 중 K9 자주포와 K2 전차 물량은 계약을 1차와 2차로 나눠서 체결하기로 했다. 올 상반기까지 최대 30조원 규모의 2차 계약을 맺어 남은 물량을 수출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2차 계약 체결은 무기한 늦어지고 있다. 보통 무기 수출 계약이나 고속철도, 원전같이 정부 간 계약(G2G)의 경우 수출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수출하는 나라 쪽에서 금융 지원을 해주는 독특한 방식이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국책은행인 수은이 해외 정부에 무기 구매 자금을 직접 빌려주거나 대출 보증을 서는 식이다. 예산 운영이 여유로운 선진국은 이런 금융 지원 없이도 제품을 구매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수입국은 수출국 금융 지원을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수은의 폴란드 무기 수출을 위한 자금 지원 한도가 거의 찼다는 점이다. 현행 수은법 시행령은 특정 대출자에 대한 신용 제공 한도를 자기자본의 40%로 제한하고 있다. 7월 말 기준 수은의 자기자본은 18조4000억원이어서 폴란드 정부에 지원할 수 있는 금액은 7조3600억원 정도다. 이미 지난해 17조원 규모의 1차 무기 수출 계약 때 수은은 무역보험공사(무보)와 폴란드 정부에 6조원씩 지원하기로 했다. 결국 수은의 2차 계약 때 지원 가능한 자금은 1조3600억원 수준에 그친다.

그래픽=양진경

◇”수은법 개정 서두르거나 대안 마련에 나서야”

수은이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예외적으로 특별 한도를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수은법 시행령에 따르면 ‘급격한 경제 여건 변화 등 피할 수 없는 사유가 있는 경우로서 금융위원회가 인정하는 경우’에는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하는 신용 제공이 가능하다.2010년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을 수출할 때 적용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이는 미봉책일 뿐이고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수은을 대신해 무보가 추가 지원할 수도 있지만, 무보 역시 자금 운영 여력이 많지 않다. 무보 관계자는 “중소기업 수출 지원 등 기금을 쓸 곳이 많아 특정 국가에 대규모 지원은 어렵다”고 했다.

업계에선 수은의 자기자본을 2배로 늘리는 수은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당장 폴란드 2차 수출 계약뿐만 아니라 유럽 시장으로 무기 수출을 늘리고, 원전이나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수주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수은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논의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환위기 당시 IMF가 국내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해외보다 강력한 규제를 수은에도 적용했었다”며 “앞으로 대규모 수출을 위해 자기자본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 지원이 제대로 안 되면 수주 경쟁에서 약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양진경

◇방산펀드, 美FMF 등 보완책도 마련해야

수은법 개정과 함께 추가 보완책 마련도 필요하다. 금융기관 지원이 필요 없는 방산펀드를 운용하는 방법이 있다. 미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국방부가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미 FMF 같은 제도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우리 경쟁국인 해외에선 파격적 금융 지원책을 운영 중이다. 미국은 FMF 외에도 시중은행의 대출이나 신용장 방식을 활용하는 CAPS(Credit Assured Payment Schedules)를 지난 1월 도입했고, 적격 은행이 발행한 신용장을 통해 제3의 민간자금을 추가 확보해 정부 재정 부족을 보완하는 제도를 지난 8월 도입했다. 프랑스·이탈리아 등에서도 수출 신용기관을 통해 수입국에 파격 지원을 하는데, 우리보다 규제가 적어 더 많은 금융지원이 가능하다.

폴란드 2차 수출 계약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당장 15일 예정된 폴란드 총선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폴란드 현지에선 “유럽산 무기를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또 미국·독일 등 경쟁국들도 시장을 노리고 있다. 한 방산업체 관계자는 “우리 방산업체들의 2차 계약이 축소 또는 취소될 가능성도 있어 애가 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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