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형 ETF’ 투자 12년… 개미들 평균 17% 손해봤다
국내 증시에 2011년 4월 테마형 상장지수펀드(ETF)가 처음 등장한 이후 올해 9월까지 총 197개의 테마형 ETF가 상장됐다. ETF는 펀드를 손쉽게 거래할 수 있게 증시에 상장한 것으로, 그중 테마형 ETF는 전체 주가 지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지수형 ETF와 달리 특정 산업군의 종목에 투자하는 ETF를 가리킨다.
그런데 테마형 ETF 중에서 개인 투자자가 이익을 보고 있는 ETF는 전체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57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40개 테마형 ETF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은 손해를 본 것이다.
9일 한국거래소와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상장된 197개 테마형 ETF의 상장 이후 9월 말까지 개인 누적 순매수액은 9조385억원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9월 말 기준 개인 투자자들의 테마형 ETF 보유 금액은 7조4788억원이다. 순매수한 금액보다 현재 보유 금액이 적다는 건 손실을 보고 있다는 뜻이다. 개인 투자자는 테마형 ETF에서 현재 평균 17%가량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테마형 ETF는 비교적 적은 종목으로 구성돼 있어 변동성이 높기 때문에 장기 투자보다는 가격을 고려한 중·단기형 투자가 적합하다고 조언한다. 반면 지수형 ETF는 지수가 멀리 보면 우상향하는 경향이 있어 장기 투자에 적합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개인 투자 상위 ETF 10개 중 6개 손실
개인 순매수 상위 테마형 ETF로 좁혀서 따져보면, 상위 10개 중 6개에서 개인 누적 순매수액 대비 개인 투자자 보유 금액이 ‘마이너스(-)’ 였다. 개인 순매수 1위인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 ETF는 2020년 12월 상장 이후 개인 투자자들이 3조627억원어치 순매수했지만, 현재 개인 보유 금액은 1조7280억원에 불과했다. 개인 투자자가 44%쯤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순매수 3위 ‘TIGER 2차전지 소재fn’(-22%), 4위 ‘TIGER 글로벌리튬&2차전지 SOLACTIVE’(-29%), 5위 ‘TIGER 차이나항셍테크’(-36%), 6위 ‘KODEX K-메타버스액티브’(-53%), 10위 ‘TIGER Fn메타버스’(-46%) 등도 개인 투자자들의 손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개인 순매수 2위 ‘TIGER 미국테크TOP10 INDXX’는 21%, 7위 ‘KODEX 미국FANG플러스(H)’는 개인 투자자들이 24%가량의 이익을 낸 것으로 집계됐고, 8위 ‘KODEX 2차전지산업’과 9위 ‘TIGER 2차전지테마’는 현재 개인 보유 금액이 순매수액의 2배가 넘어 쏠쏠한 수익을 투자자에게 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중국 관련 ETF에서 투자자들의 손해가 컸고, 메타버스처럼 유행이 다소 지난 테마형 ETF에서도 손실이 두드러졌다. 반면, 올 들어 주가가 상승세였던 미국 ‘빅테크’ 관련 ETF는 수익률이 돋보였다.
◇“개별 종목 투자처럼 신경 써야”
테마형 ETF 상위 10개 중 눈에 띄는 건 이차전지 관련 ETF의 수익률은 갈린다는 점이다. ‘TIGER 2차전지소재Fn’, ‘TIGER 글로벌리튬&2차전지SOLACTIVE’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각각 20% 이상의 손해를 보고 있지만, ‘KODEX 2차전지산업’, ‘TIGER 2차전지테마’에선 100% 이상의 평가 이익을 얻고 있었다. 앞선 두 ETF는 각각 올해, 2021년에 상장했지만, 뒤의 두 ETF는 이차전지 관련주가 시장의 큰 관심을 받기 전인 2018년에 상장했다는 차이점이 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테마형 ETF가 당시 시장의 주된 관심을 받는 종목에 주로 투자하다 보니 이미 고평가된 종목이 ETF에 많이 편입되고, 그래서 상장 이후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저조하게 나타나는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테마형 ETF에 투자할 때는 매수 후 장기 보유하는 ‘바이 앤드 홀드(Buy and Hold)’ 전략을 무조건 고수하기보다는 개별 종목에 투자할 때처럼 쏠림에 유의하면서 매수와 매도 시점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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