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구] 삶의 마무리를 존엄하게… 어르신 생전 정리 지원

심소희 기자 2023. 10. 1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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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초로 ‘사전장례주관 의향서’ 관리
무연고 사망 대비 ‘장례 주관자’ 지정
‘내 장례 누가 어떻게’ 미리 정해
‘웰다잉’ 교육, 사전연명의료 의향서 안내
최근 천호2동에서 진행된 웰다잉 교육 현장. 강동구 제공

1인 가구가 많아진 요즘, 홀로 살던 기초생활수급자들이 고독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고독사한 사람들은 수일이 지나서야 발견되거나, 발견된 후에도 연고자를 찾지 못해 장례 절차를 밟는 데도 큰 어려움이 있다.

강동구(구청장 이수희)는 이처럼 고독사나 무연고 사망으로 세상을 떠난 고인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살아 있는 동안 본인의 삶을 정리하고, 사후를 계획하는 ‘생전정리서비스’를 전국 최초로 운영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를 위한 유언장 작성, 재산 정리 등을 지원하는 것.

최근엔 생전정리서비스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사전장례주관 의향서’를 작성할 수 있는 기회도 전국 최초로 마련했다. 사전장례주관 의향서란 본인이 위급상황에 처하거나 사망했을 때 그 가족이나 지인의 연락처를 사전에 파악하기 위한 문서. 올해 3월 ‘장사 등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주관하는 사람의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마련된 것이다. 개정된 법률에 따르면 사망자와 친족관계가 아니라도 △사망자와 사망 전 오래 지속적으로 친분을 유지한 사람 △사망자와 종교·사회활동 등을 함께한 사람 △생전에 사망자 본인이 문서에 서명해 지정한 사람 등이 희망하는 경우 장례 의식을 주관할 수 있다.

내 장례는 누가 어떻게… 미리 정해둬

강동구는 1인 가구인 60세 이상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사전장례주관 의향서를 작성하도록 해 위급 상황이 발생하거나 사망했을 때 연락할 가족이나 지인이 있는지, 장례를 치러주거나 유류품을 처분해 줄 사람이 있는지 등을 미리 파악했다. 접수된 사전장례주관 의향서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행복e음)에 등록하고 동주민센터 복지플래너와 함께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사전장례주관 의향서를 적은 구민에게 건강상 응급상황이 발생하거나 구민이 사망했을 때엔 미리 파악된 연고자에 연락해서 장례를 준비하도록 한다. 연고자가 시신 인수를 거부·기피하거나 장례를 치를 능력이 없음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신속하게 공영장례 절차를 밟도록 한다. 공영장례는 가족이 없거나 경제 형편이 어려워 장례를 치르기 힘든 이들에게 장례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로 서울시는 2018년부터 도입했다.

천호2동에선 지난 5월부터 사전장례주관 의향서 서비스를 시범 운영했는데, 8월 말 기준 40명이 넘는 주민이 신청했다. 천호2동의 한 복지플래너는 “가족과 연락이 두절된 상태로 치매 증세를 보이던 구민이 지인과 함께 사전장례주관 의향서를 작성했다”라며 대상자들이 사후에 관해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안내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사전연명의료 안내하는 ‘웰다잉’ 교육

강동구는 품위 있고 존엄하게 생을 마감하는, 이른바 ‘웰다잉’을 위한 교육도 연다. 동주민센터에서 사전장례주관 의향서를 작성한 구민들에게 별도로 연락해 희망자를 모집한다.

지난 6월, 천호2동 주민센터는 강동종합사회복지관과 함께 60세 이상 1인 가구 기초생활수급자를 대상으로 ‘죽음을 잘 준비하려면 삶을 잘 살아야 한다’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인식개선 교육을 시행했다.

교육에선 사전연명의료 의향서 안내도 이뤄졌다. 사전연명의료 의향서는 본인이 의식이 없거나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자신의 의료결정을 존중 받고, 스스로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미리 연명치료(생명 유지를 위한 의학적 시술)에 대한 의사를 결정하고 문서로 남겨두는 것이다.

내년 전 동으로 확대 계획

강동구는 천호2동에 이어 강일동에서도 1인 가구인 65세 이상 기초생활보장수급자를 대상으로 생전정리서비스 희망자를 지난 9월부터 모집하고 있다. 운영 결과에 따라 내년에는 전 동으로 확대해 실시하고, 강동시니어클럽과 연계해 ‘찾아가는 사전연명의료 의향서 상담소’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 구청장은 “구민의 삶이 소홀하게 대우받는 일이 없도록 생애 전반을 아우르는 복지 구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심소희 기자 sohi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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