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키우는 日, 국내 업체 빨아들인다
게임 업체 넷마블의 블록체인 자회사인 마브렉스는 오는 11일 일본 가상화폐 거래소 ‘자이프’에 자체 코인 MBX를 상장한다. 라인의 링크 코인(현 핀시아 재단의 핀시아), 카카오의 클레이튼 코인에 이어 한국계 가상화폐로는 세 번째 일본 거래소 상장이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최근 블록체인 시장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규제에 막힌 국내 블록체인 업체들의 일본 진출이 늘고 있다”고 했다.
가상 자산 볼모지로 불렸던 일본이 글로벌 블록체인 산업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14년 대규모 거래소 해킹 사태 이후 가상화폐, 블록체인 산업을 강력하게 규제하며 ‘코인 쇄국’으로 불렸다. 하지만 기시다 후미오 총리 취임 이후 가상화폐, NFT(대체 불가능 토큰) 등 블록체인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가상자산 데이터 제공 업체 카이코에 따르면 지난 6월 일본 가상자산 거래소 거래량은 올 초보다 60% 이상 오른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 26% 감소했다.
◇日 “블록체인=미래 먹거리”
지난 7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블록체인 콘퍼런스 ‘웹X’에서 기시다 총리는 영상 축사로 “블록체인 기술은 일본 사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혁신”이라며 “일본 정부는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업계에선 “총리가 민간 행사에 축사를 보낼 정도로 일본이 블록체인 육성에 진심인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일본 정부는 블록체인 산업을 ‘잃어버린 30년’ 장기 침체를 극복할 성장 동력으로 꼽는다. 초기 IT 산업에서 미국, 한국 등에 뒤처졌지만 블록체인, 가상화폐 시장에선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작년 7월 경제산업성 산하에 ‘웹3 전담 사무처’를 설치했다. 해외로 떠난 블록체인 기업, 전문 인력이 일본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다. 웹3는 개인들에게 권한을 분산해 웹을 이용한다는 개념으로 탈중앙화가 핵심인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활용하는 토대가 된다. 지난 4월 집권 여당인 자민당은 규제 완화, 소득세율 인하 등을 골자로 하는 ‘웹 3 백서’를 발행했다. 지난 6월에는 자금결제법 개정안이 시행돼 시중 은행에서도 스테이블 코인(법정화폐와 가격이 연동되는 가상화폐)을 발행할 수 있게 됐다. 한 번 생긴 규제 법안이 쉽게 없어지지 않는 일본 풍토를 감안하면 파격적인 변화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도 지난 8월 일본 법인을 세우고 서비스를 개시했다.
국내 블록체인 업계도 속속 일본에 진출하고 있다. 위메이드는 웹X 콘퍼런스에 스폰서로 참여했고, 네오위즈홀딩스의 블록체인 계열사 네오핀은 일본 블록체인 업체인 캐비닛과 파트너십을 맺는 등 일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블록체인 게임 스타트업 곰블도 웹3 게임의 일본 출시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강력한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한 NFT 산업도 집중 육성하고 있다. 만화·게임·애니메이션 등 일본이 글로벌 시장에서 강점을 가진 콘텐츠 경쟁력으로 NFT 산업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일본 의회는 자민당을 중심으로 NFT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수익을 키울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54억엔(약 487억8500만원)이던 일본 NFT 시장 규모는 2028년 1142억엔으로 20배 넘게 성장할 전망이다.
◇가이드라인 없는 한국
업체들이 잇따라 일본에 진출하는 것은 한국이 블록체인 사업에 대한 명확한 정책 방향이 없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가상화폐 이용자를 보호하는 ‘가상자산법’이 6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가상화폐 발행 업체 등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거래소들도 파생상품의 거래가 불가능해 수수료에 의존하며 고사 위기에 빠졌다. 업계 2위인 빗썸은 지난 4일부터 거래 수수료를 없애며 이용자 유치에 나섰다. 박수용 웹3.0포럼 운영위원장은 “한국이 블록체인 분야에서 일본에 따라잡히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며 “규제와 정치적 이슈로 미래 먹거리를 놓치게 될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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