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땅의 변신… 전기차 충전소·세차장으로 짭짤한 수익
경기도 경전철역 인근에서 주유소와 가스충전소를 함께 운영하는 A씨는 2년여 전부터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최근 전기차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가스 충전차량이 줄고, 주유소 역시 경쟁이 치열해 갈수록 영업이 힘들어진 것. A씨가 보유한 부지는 2500여평. 규모가 작지 않지만 각종 규제에 묶여 용적률은 100%에 그쳤다. 딱히 다른 용도로 개발해도 수지타산을 맞추기 쉽지 않아 매각 방안도 검토했다.
고민 끝에 A씨는 올 초 땅집고 공간기획센터를 찾았고, 주유소 부지 활용 방안에 대한 컨설팅을 의뢰했다. 땅집고는 파트너사인 내외주건과 머리를 맞댄 끝에 지난 8월 결과를 도출했다. ‘토지 매각은 보류하고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좋은 주유소 사업은 유지하되, 충전소는 드라이브스루 카페로 개발한다’는 것이었다. 김세원 내외주건 상무는 “교통량이 많다고 도로변 유휴부지에 무턱대고 분양형 상가 건물을 크게 지으면 건축비만 수십억원 날릴 수 있다”며 “최적 활용 방안을 찾기 위해선 부지 주변 개발 계획, 인구 변화, 유동인구와 상권 특성을 사전에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수익도 못내는데…세금만 왕창 늘어
최근 지방 대도시와 관광지는 물론 수도권 핵심 입지인데도 쓰임새를 찾지 못해 아무런 수익도 내지 못하는 땅을 가진 소유주가 적지 않다. 김 상무는 “과거엔 땅만 갖고 있어도 ‘부자’소리를 듣고, 땅값 역시 시간이 지나면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면서 “요즘엔 땅값이 올라봐야 보유세 부담만 폭탄급으로 늘어난다”고 했다. 활용도가 낮은 땅은 팔아도 제 값을 받기 어렵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잘만 개발하면 수익성 높은 황금땅으로 변신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특히 베이커리 카페, 전기차 충전소, 세차장, 스테이(고급 숙박) 등을 복합 개발하는 방안이 주목받고 있다.
땅집고는 수익성 낮은 땅(또는 건물)을 보유한 토지주 대상으로 부동산 가치를 높이는 소규모 개발 노하우를 알려주는 ‘유휴 부동산 밸류업 실전스쿨’ 과정을 오는 11월 1일 개설한다. 입지는 나쁘지 않지만 오랜기간 빈땅으로 방치한 경우, 관광지나 저수지·강변 등 주변 경관이 우수한 토지, 수익성이 낮아진 주유소·충전소·공장 부지 등이 대상이다.
김 상무는 “방치된 땅일수록 제약 조건이 많아 개발 가능한 용도의 종류를 최대한 많이 파악해야 한다”면서 “다만 유행에 휘둘리지 말라”고 했다. 일단 내 땅에 가능한 개발 방식부터 파악한 뒤 요즘 유행하는 트렌드를 접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기차 충전소는 수요 많고 세차장은 비용 적어
이번 과정에 강사로 나서는 이상천 로지시스 EV사업부 부문장은 전기차 충전기 사업소를 유망한 개발 아이템으로 꼽았다. 로지시스는 토지주와 전기차 사업자 대상으로 전기차 충전기 설치와 컨설팅을 해주는 회사다. 이 부문장은 “머지않아 대부분 신차가 전기차로 바뀌고 충전소 수요도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며 “충전 시간이 평균 30분에 달하기 때문에 카페나 소매점을 복합 개발하면 좋다”고 했다. 또 다른 매력도 있다. 토지주는 2~5년 정도 정부 보조금을 받아 위탁운영하면서 수익을 정산받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전기차 충전기 소유권을 넘겨받기 때문이다.
물론 아무 땅이나 전기차 충전기 사업장으로 개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부문장은 “충전소를 무인 운영하려면 200kW 기준 최소 4대가 필요하며 부대시설을 감안하면 최소 60~100평 정도 부지가 필요하다”면서 “차량 통행이 활발한 입지가 유리하다”고 했다.
적은 돈으로 유휴 부지 개발이 가능한 세차장도 주목받고 있다. 세차장 체인 ‘버니오토워시’는 충남 천안, 경기도 양주 등지에서 세차장을 운영하고 있다. 버니오토워터 양주점은 중고차 매매단지로 사용하다가 버려졌던 빈 땅을 개발해 성공한 사례다. 이 곳은 부지가 800여평으로 제법 큰 편이었지만 근처에 주택가와 상권이 발달하지 않아 건물을 짓기 힘들었다. 윤민섭 버니오토워시 실장은 “500평 규모로 지은 세차장이 토지주가 상상했던 이상으로 짭짤한 수익을 내면서 지역 랜드마크가 됐다”며 “세차장 손님이 늘어나면서 남은 부지에 카페를 짓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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