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164] 혼자 놀기 연습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2023. 10. 1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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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부부 비율이 거의 50%다. 자주 접하는 맞벌이 부부의 고민 중 한 예를 들어보면 ‘주중에 업무에 지치고 주말에도 자녀 양육에 집중하다 보면 제대로 쉴 수가 없고 부부가 함께하는 힐링 활동은 꿈도 못 꾸니 부부 사이도 멀어지는 느낌이 든다’는 내용이다.

원앙 부부도 동시에 마음 에너지가 고갈되는 번아웃이 찾아오면 부부 갈등이 심해지기 쉽다. 위로받고 싶은 마음은 커지는 반면 공감 능력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쪽이 힘들다고 하면 상대방이 애정을 가지고 받아줄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동시에 번아웃이 오면 소통이 짜증으로 끝나기 쉽다. ‘나 요즘 너무 힘들어’에 ‘그렇지 미안해. 내가 어떻게 도와줄까’가 아니라 ‘너만 힘든 것 아니야’ 하는 식으로 대화가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계가 나쁜 것이 아니라, 함께 노력하며 열심히 살다 보니 마음이 지친 것인데, 생각지 못하게 소통이 이렇게 진행되다 보면 관계가 실제로 벌어질 수 있다.

이런 경우엔 ‘연인으로 만나기’를 권한다. 자녀는 사랑의 선물이다. 그런데 양육하다 지치면 부부간에 이성으로 느끼던 사랑의 감정은 약해지기 쉽다. 그냥 ‘엄마 아빠 동호회’ 같은 느낌이 든다는 고민도 접한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자녀를 가족 등에게 맡기고 맛집 탐방이나 영화 관람 같은 데이트를 연인 느낌으로 즐기는 것이다. 이때 자녀 이야기는 데이트 뒤로 미루고 부모가 아닌 연인으로 소통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면 좋다.

‘혼자 놀기 연습’도 필요하다. 주말마다 함께 힐링 활동을 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론 쉽지 않다. 더불어 혼자 놀기는 그 나름의 장점도 많다. 주말에 배우자 한 명이 아이를 돌보는 사이 잠시라도 다른 배우자가 혼자 놀기의 힐링 시간을 갖는 것이다. 동시에 번아웃이 찾아오는 것을 막는 데도 도움이 된다.

사실 혼자 놀기는 누구나 연습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함께 놀기를 원하는 욕구가 크다. 누군가와 물리적으로 가까운 상황에서 좋은 경험을 공유할 때 더 좋은 기억이 남을 것이라 예상한다. 예를 들면 제일 보고 싶은 영화 A를 떨어져 앉아서 봐야 한다면, 함께 앉을 좌석 예약이 가능한 다른 영화 B를 보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영화 B가 재미있으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은 경우 혼자 영화를 본 경우보다 같이 본 경우 부정적 감정 경험이 더 강할 수 있다. 각자 따로 앉아 혼자 놀기로 영화 A를 보고 나서 커피나 식사를 함께하는 혼합 방식 놀기가 예상과 달리 더 좋은 감정 경험과 기억을 남길 수 있는 것이다.

바쁜 일상에 적합한 혼자 놀기 또는 하이브리드형 놀기로 이번 가을을 알차게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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