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도 칼럼] 엑스포 키즈가 꽃피울 부산이니셔티브
신세대 주도 새로운 지구…함께사는 세상 그들의 몫
이제 한걸음 남았다. 9일 프랑스 파리에서 2030부산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주제와 관련한 철학적 담론을 다루는 국제 심포지엄이 열렸다. 2030엑스포 개최지는 11월 28일 5차 프레젠테이션(PT) 이후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 투표로 결정된다.
공식적인 일정이 마무리됐으니 마지막 순간까지 암중모색 총력전이다. 강력한 경쟁자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오일파워를 앞세운다면 대한민국 부산은 K-파워가 있다. 전쟁의 잿더미를 극복한 저력과 K-컬처다. 은근은 한국의 미요, 끈기는 한국의 힘이다. 국문학자 조윤제의 말처럼 2030엑스포 부산 유치라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젖 먹던 힘까지 쏟아내야겠다. 61조 원 경제 효과와 50만 명 고용 효과라는 수치도 매력적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이유가 있다. 바로 엑스포 키즈 육성과 그들이 구현할 새로운 세상이다.
엑스포 키즈는 2030년 부산엑스포 주역이 될 젊은 세대다. 부산이 엑스포를 유치하면 대한민국은 월드컵 올림픽과 함께 3대 메가 이벤트를 개최하는 세계 7번째 나라가 된다. 대한민국 위상과 부산 도시브랜드를 발판으로 미래를 이끌 주역이다. 앞서 일본이 이를 보여줬다. 1970년 오사카엑스포를 개최한 일본 만박(萬博) 세대다. 만박은 만국박람회 줄임말로 세계박람회, 엑스포를 뜻한다. 2002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다나카 고이치가 대표적인 예다. 그는 “유년 시절 엑스포 체험이 꿈을 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중국은 2008년 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엑스포를 통해 미국과 세계를 이끄는 ‘G2’ 위상을 확립했다. 상하이엑스포를 앞두고 중국에선 아기 이름을 ‘스보’로 짓는 유행이 번졌다. 스보(世博)는 세계박람회 약자다. 스보 세대의 탄생이다.
엑스포 키즈가 구현할 새로운 세상은 부산이니셔티브에 담겼다. 부산이니셔티브는 2030엑스포 유치를 위해 대한민국이, 부산이 선보인 승부수다. 대한민국 성장 경험과 첨단 기술을 세계와 공유해 인류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다. 디지털 불평등, 기후변화 위기, 보건 격차, 식량 위기, 교육 기회 격차 등 글로벌 과제는 분명하다. 공유와 공생으로 이를 해결하자는 프로젝트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이를 간단하게 정리했다. “대한민국은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세계 유일한 나라이다. 그 노하우를 나누고 싶다.”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라는 2030부산엑스포 주제 의미가 그만큼 크다. 얼마든지 실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130년 전인 1893년 미국 시카고박람회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 박람회는 여러모로 각별하다. 우리나라가 처음 참가하면서 엑스포와 인연을 만들었다. 국호 ‘대조선’을 내걸고 43㎡ 남짓한 전시실을 꾸몄다. 정경원을 대표로 한 사절단은 도자기 부채 갑옷 등을 선보였다. 특히 시카고박람회 의미와 메시지는 부산에 구체적이다. 이 박람회는 아메리카 대륙 발견 400주년을 기념한 세기적 이벤트였다. 당시 미국의 중심인 뉴욕과 경쟁에서 시카고가 이겼다. 시카고는 지금도 뉴욕 로스앤젤레스와 더불어 미국 3대 도시의 하나다.
빼놓을 수 없는 건 미국 정체성의 확립이다. 박람회 기간 미국 역사학자 프레드릭 잭슨 터너가 발표한 논문 ‘미국 역사에서 프런티어의 의의’는 미국사의 새 지평을 열었다. 그동안 유럽에서 이식된 역사를 넘어 서부 개척사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미국 역사와 국민성 형성의 뿌리를 서부 개척에서 찾은 것이다. 이는 누구나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개척할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미국 정신의 뿌리로 평가받는다.
대한민국이, 부산이 위기에 처한 지구와 세계의 대안을 찾는 플랫폼이 되겠다고 나선 엑스포다. 엑스포 개최 예정지인 북항은 태평양과 대륙이 만나는 접점이며 개방과 포용의 시대정신이 발현되는 곳이다. 엑스포 키즈에게 이런 시대정신을 이어주고 이들이 마음껏 꿈꾸고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지금 세대의 역할이다. 젖 먹던 힘까지 쏟아내는 게 힘들지만 흔쾌한 이유이다.
부산시가 2030엑스포 유치 추진 방안을 수립한 건 2014년이다. 2022년 5월 대한민국 국정과제로 채택된 후 같은 해 9월 유치계획서를 공식 제출했다.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를 자처한 윤석열 대통령과 박 시장을 비롯해 그야말로 대한민국이 똘똘 뭉쳐 달려온 숨가쁜 일정이었다. 10일 오후 부산시청 녹음광장에선 100여개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부산엑스포 유치 다짐 시민선포식’이 열린다.
‘이 세상을 집으로 삼고,이 세상에서 가장 바른 자리에 서며, 이 세상에서 가장 큰 길을 걷나니, 뜻을 펼 기회가 주어지면 모든 이와 함께 하고, 그렇지 않으면 홀로 그 길을 간다’(‘맹자’). 이런 결기를 엑스포 키즈에게 전해주자.
정상도 논설실장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