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욱의 과학 오디세이] [40] 과학의 젠더 혁신
2018년 5월, 유전학자인 막달레나 스키퍼(Magdalena Skipper) 박사가 최고의 과학 학술지 ‘네이처’의 편집장으로 임명되었다. 네이처 150년의 역사에서 첫 여성 편집장이었다. 취임 인터뷰에서 스키퍼 박사는 자신은 과학자의 경력에 성별 때문에 크게 불이익을 당한 적이 없어서 행운이었다고 했다. 그렇지만 거의 같은 시기에 네이처에 나온 통계를 보면 여성은 여기 실린 논문의 교신 저자 중 16%에 불과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전 세계 과학자 중 여성이 29%라는 사실에 비추어보면 매우 낮은 비율이었다. 학술지의 영향력을 재는 임팩트 팩터(impact factor)가 높은 학술지일수록 여성 비율이 줄어든다는 통계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큰 연구 프로젝트의 연구 책임자나 학술지 편집위원회에서 여성 비율은 더 떨어진다.
나라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과학 분야에서 여대생은 절반에 육박하거나 절반이 넘기도 한다. 그런데 정규 교수직을 잡는 시점이 되면 그 비율이 떨어진다. 테뉴어(종신 교수)를 받는 사람은 더 줄고, 정교수가 되는 비율은 더 줄어든다. 남성적 문화가 지배적인 과학기술 분야나 산업 분야에서 여성이 편안하게 일을 지속하기 어려워하고, 임신-출산-양육 과정에서 여성이 겪는 불이익이 남성보다 훨씬 더 크고 장기적이라는 것이 문제를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주에 한국을 방문한 스키퍼 박사는 여성의 비중과 비율을 높이기 위해 젊은 여성 연구자를 지원하는 등 네이처가 다양한 정책을 강화할 것임을 밝혔다. 그녀는 자동차 안전벨트나 방탄조끼가 남성을 대상으로 설계되어 여성들에게는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와, 신약 개발 과정에서 주로 수컷 동물만 실험 동물로 쓴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네이처가 이런 문제를 바로잡는 지침을 만든다고 했다. 네이처 편집장이 연구 개발 과정에서 젠더(gender) 문제를 고려함으로써 과학기술 혁신을 도모하는 ‘젠더 혁신’의 이념을 수용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데, 이 역시 스키퍼 박사가 여성이기 때문에 더 쉽게 가능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젠더 차이를 해결해 나가는 데 네이처가 선도적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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