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142> 매불쇼 ‘시네마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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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지갑은 열고 입은 닫으라'는 흔한 얘기가 있다.
특히 남자들의 세계에선 수다보단 말을 아끼는 것을 미덕으로 치는 경향이 있다.
허나 실상 주변의 '아재'들을 살펴보면 말 못해 죽은 원혼을 품은 듯 수다를 즐기는 이가 가득하다.
그중 매주 빼먹지 않고 챙겨보는 '시네마지옥'은 아재들의 한판 수다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코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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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지갑은 열고 입은 닫으라’는 흔한 얘기가 있다. 특히 남자들의 세계에선 수다보단 말을 아끼는 것을 미덕으로 치는 경향이 있다. 허나 실상 주변의 ‘아재’들을 살펴보면 말 못해 죽은 원혼을 품은 듯 수다를 즐기는 이가 가득하다. 평소 과묵한 이미지였으나 어느 정도 경계가 풀리면 폭발하듯 말을 쏟아내는 어르신도 종종 만날 때가 있다.
국내 최대 팟캐스트 플랫폼 ‘팟빵’의 오리지널 콘텐츠 ‘매불쇼’는 다양한 주제로 수다를 쏟아내는 콘텐츠다. 그중 매주 빼먹지 않고 챙겨보는 ‘시네마지옥’은 아재들의 한판 수다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코너다. 신들린 깐족거림을 선보이는 메인 MC 최욱이 진행하고 전찬일, 최광희, 거의없다, 라이너 4명의 영화평론가가 신작 영화에 대한 평과 각자 영화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영화에 대한 쏠쏠한 정보와 다양한 시각의 차이를 즐길 수 있는 유익한 프로그램이지만 아재들의 유치하고 통쾌하고 때론 무례함과 비속어까지 난무하는 침 튀기는 수다가 ‘시네마지옥’의 핵심처럼 느껴진다.
진행자 최욱은 열심히 이간질하며 말싸움을 부추긴다. 저 정도의 깐족이라면 가히 장인의 경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점잔 떠는 게 더 익숙할 아재들이 말꼬리를 잡고 억지 부리고 삐진 티를 팍팍 내며, 윽박지르기도 하는 모습이 호불호는 있을 수 있지만 분명 놓치기 싫은 진귀한 구경거리이기도 하다. 결국 한바탕 폭소로 마무리되는 수다의 장이 어쩐지 정겹기도 하다.
서로 맘껏 무례할 수 있는 사이, 그랬던 시절이 문득 그리워지기도 한다. 오랜 친구에게 덕담 대신 괜히 서로 욕설을 날리고도 함께 웃을 수 있는 것처럼 어쩌면 저런 식의 무례함은 아재들의 ‘스웩’(swag)일지 모른다. 그러고 보니 그들의 얼큰한 영화 평론은 힙합의 디스배틀을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예전에 만난 어느 선생님께서 내게 “친해지려면 너무 예의를 차려선 안 된다”고 하셨다. 내가 너무 어려워하는 것처럼 느끼셨는지 모르겠다. 어엿한 아재가 되었음에도 인간관계는 쉽지 않다. 어릴 때보다 더 주의해야 할 것이 많아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편안하고 즐겁게 서로 막말을 던지는 ‘시네마 지옥’이 유독 재미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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