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바둑 백중세… 어린 세대에 미래 달렸다”
지난주 바둑계 시선은 아시안게임 사상 두 번째로 바둑 경기를 치른 항저우 대회장에 집중됐다. 한국이 거둔 금·은·동 1개씩의 메달 수는 당초 목표엔 못 미치지만 그 나름대로 분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열흘 넘게 현장에서 남녀 대표팀을 지휘한 목진석(43) 감독을 만나봤다.
-프로 대회서도 좀체 보기 힘든 최고 대진이 매일 쏟아졌다. 대회를 마친 소감부터.
“만감이 교차한다고 할까. 프로 기사 생활 30년째지만 평생 겪어보지 못한 이색 경험이었다.”
-단체전서 남자는 한국과 중국, 여자는 중국과 한국이 금·은메달을 나눠 가졌다.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 남자 단체전은 세 종목 중 우승 확률을 상대적으로 가장 낮게 봤는데 선수들이 잘해줬다. 결과와 관계없이 한-중 양국 남녀 전력은 여전히 5대5다.”
-남자 개인전은 대만 기사가 우승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쉬하오훙은 그간 다크호스 정도로만 여겼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적 스타로 올라섰다. 함께 출전한 라이쥔푸도 잠재력이 커 대만 전체가 경계 대상으로 떠올랐다.”
-우승한 우리 남자 단체전 멤버 중 최고 수훈 선수 한 명만 꼽는다면?
“우승은 함께 고생한 선수단 공동 작품이어서 한 명만 지목하긴 힘들다. 성적만 본다면 난적의 숲을 뚫고 전승 가도를 달려 팀의 무패 우승을 뒷받침한 신민준(8승)·김명훈(7승)을 꼽고 싶다.”
-지난해 코로나로 아시안게임 개막일이 1년 연기되자 중국은 재선발전을 실시했고, 구쯔하오·리쉬안하오 등이 제외돼 전력이 약해졌다. 한국은 재선발 없이 1차 명단을 1년 반 동안 고수했는데 불안하진 않았나?
“중국은 국가체육총국 지시로 전 종목 재선발을 실시했다고 안다. 우리는 남자 1~4위(신진서·박정환·변상일·신민준)에 상승세의 김명훈, 성실한 이지현이 최강 진용이라고 봤다. 여자 팀 구성(최정·김채영·오유진·김은지)도 마찬가지다.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
-2016년 12월 대표팀 감독 취임 이후 만 7년이 다가온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는다면?
“이번 아시안게임은 당연히 포함되고, 2018년 농심배도 잊을 수 없다. 김지석 선수가 커제를 제압, 4년 연속 우승하던 중국을 꺾었을 때가 가장 감격스러웠다.”
-대표팀 감독으로 재임하면서 얻은 교훈은?
“유망주 개발과 육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리기만 하던 신진서·신민준·변상일 등이 세계를 휩쓰는 기둥으로 성장했다. 영재를 발굴하고 그들이 훈련에 전념하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는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
-앞으로 계획은?
“올해 12월 대표팀 감독 계약이 만료된다. 연말까지 국가 연승 대항전인 농심배를 비롯해 삼성화재배, 우칭위안배 등이 이어지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한국이 지난해 우승한 대회다. 세 대회 모두 타이틀을 지켜내 유종의 미를 거두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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