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댐 더 높이고 상류에 보조댐 설치… ‘물그릇’ 키워 기후위기 대응
40년 후엔 극한 호우 46% 증가… 댐 활용해 물재해 위험 줄여야
노후 댐 구조 보강해 저류량 확보… 용수댐, 다목적댐으로 기능 추가
가뭄-홍수 모두 대응 가능해져
극한 가뭄과 홍수가 남의 일만은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 올봄에는 남부지방이 반 세기 만의 가뭄을 겪었고, 여름에는 충북 청주시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극한 호우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 특히 7월 15일에는 폭우로 충북 괴산댐의 물이 넘쳐 흐르는 월류(越流)가 발생했다. 1980년 이후 43년 만이다.
감사원은 ‘기후위기 적응 및 대응실태 감사’ 결과 제1차 국가물관리계획 전망 대비 미래 물 부족량이 2.2∼2.4배 심화될 수 있는 데 비해 정부의 대응이 철저하지 못하다는 진단을 8월 내놨다. 기상청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후센터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100년 빈도 극한 강수량(187.1∼318.4mm)이 20년 후에는 29%, 40년 후에는 46%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일상화되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늦기 전에 구조적인 대책 마련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물재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가장 직관적인 방법은 ‘물그릇(Water Storage)’을 키우고 잘 활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 낡은 아파트처럼, 오래된 댐도 리모델링
물그릇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할 수 있는 것은 신규 댐 건설이다. 그러나 이는 입지 선정부터 지역 주민 동의 등의 절차를 밟다 보면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이에 전문가들은 당장 새 댐을 짓기 어렵다면 기존 댐을 ‘리모델링’해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노후 아파트를 리모델링·재건축하듯, 준공 후 30∼50년이 지난 노후 댐도 구조를 보강하자는 것이다. 이달 15일 준공 50주년을 맞이하는 강원 춘천시 소양강댐을 비롯해 경북 안동댐, 충북 대청댐, 전북 섬진강댐 등 주요 댐들도 지어진 지 최소 40년이 넘어섰다. 기후위기가 본격화된 2000년대 들어 ‘치수능력증대사업’을 통해 이들 댐에 보조 여수로를 짓는 등 임시 처방은 했다. 하지만 이 역시 2004년 산정된 가능최대강우량(PMP) 등을 기반으로 추진해 벌써 약 20년 전 기준이다.
댐의 리모델링에는 대표적으로 기존 댐의 높이를 높이거나, 상류에 보조댐을 건설하는 방식이 있다. 댐 높이를 끌어올릴 경우 물의 추가 여유고와 저류량이 확보된다. 가뭄, 홍수를 모두 대응할 여력이 커진다. 1943년 지어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샌빈센트 댐이 증고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1991년 최악의 가뭄이 닥친 것을 계기로 2014년 댐 높이를 67m에서 102.7m로 35.7m 높이면서 저수용량을 2억 t 늘렸다. 이는 지난해 겨울 최악의 가뭄과 뒤이은 올 초 폭우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
기존 댐의 상류에 추가로 보조댐을 만드는 방식도 있다. 권현한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상류에 보조댐을 만들면 저수용량을 20, 30%는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며 “상류에서 들어오는 퇴사나 오염원이 본댐에 쌓이는 것도 막아 수질이 개선되고 댐 수명도 길어진다”고 말했다. 또 이미 댐이 지어진 곳이기 때문에 추가 수몰 면적을 최소화할 수 있어, 지역 주민의 수용성도 높고 보상비도 적게 들어간다. 독일, 호주 등에서도 댐 상류의 지류하천에 보조댐을 건설해 수자원을 추가로 확보한다.
● “단일목적댐을 다목적댐으로 기능 추가해야”
발전용수 또는 농업용수 공급 등 단일 목적으로 쓰이고 있는 댐을 홍수와 가뭄에도 쓸 수 있는 다목적댐으로 기능을 추가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건연 경북대 명예교수(토목공학과)는 “발전용 댐 중 저수량이 커서 이·치수 활용도가 높은 댐을 다목적댐으로 전환할 수 있다. 또 우리나라는 농업용 댐과 저수지가 많은데, 산업화로 활용도가 떨어진 댐들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상습 가뭄 지역인 영산강·섬진강 유역의 장성댐은 저수용량(1억 t)이 큰 대규모 농업용 댐이다. 정부가 농업용 댐을 소유한 한국농어촌공사 등에 보상한 후 정부에 귀속시킬 수 있다. 이후 다목적댐으로 전환시켜 치수 능력 증대 등 홍수와 가뭄에 대비한 재해 예방 인프라를 확대하자는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1990년대 들어 수력발전댐을 구조 변경 등을 거쳐 홍수 조절, 용수 공급, 관광까지 가능한 다목적댐으로 변신시켰다. 댐의 경제적·환경적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한 교수는 “우리나라는 아직 성덕댐 정도 외에는 단일목적댐을 다목적댐화한 사례가 많지 않다. 국가물관리위원회 등이 용도별로 나뉘어 있는 댐 소유 기관들의 의견을 조율해 (다목적댐화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앞서 8월 내년도 예산안을 공개하며 2024년부터 신규 댐 건설 및 기존 댐 리모델링 등을 위한 기본 구상 및 타당성 조사를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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