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총리 긴급호송’ 등 허위정보, 중동전쟁속 SNS 확산
70만명 이상 읽어… 허위로 밝혀져
“머스크 인수후 X가 허위정보 온상”
일부 사용자 “10년만에 CNN 시청”
7일 새벽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직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는 이스라엘 현지 언론 예루살렘포스트가 출처라며 이 같은 내용을 전하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네타냐후 총리 사진과 병원 이름까지 포함된 이 글은 순식간에 70만 명 이상이 읽었지만 허위정보로 확인됐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과 관련된 허위정보가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급격히 퍼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같은 최근 국제적인 분쟁 때마다 해당 국가들의 프로파간다(선전)에 활용되는 허위정보 사례가 이번에도 되풀이되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X를 인수한 뒤 도입한 각종 언론 관련 정책이 허위정보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X 블루 체크 계정, 허위정보 온상’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이후 소셜미디어에는 구체적 영상이나 사진을 담은 그럴듯한 허위정보가 퍼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하마스 은신처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 개시 전부터 X에는 이미 ‘속보: 이스라엘 공군이 가자지구를 공격하고 있다’ 같은 게시글이 공격 장면을 담은 영상과 함께 떠돌았다. 8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해당 영상은 올 5월에 벌어진 공격 장면을 담고 있었다.
백악관이 이스라엘 정부에 ‘80억 달러 예산 지원을 승인했다’는 허위문서 사진도 나돌고 있다. 올 7월 백악관이 발표한 이스라엘 지원 내용을 담은 서류를 위조한 것으로 추정된다. 백악관은 조작된 문서라고 밝혔지만 여전히 포털에서 검색하면 이 짜깁기 문서가 뜬다.
특히 이 허위정보들이 과거 사회적 영향력이 큰 인물에게 부여하던 X의 ‘블루 체크’ 계정에서 나왔다는 점도 우려를 높이고 있다. 블루 체크 계정은 한때 여론의 신뢰를 받아 왔다. 하지만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 뒤 이를 유료 계정으로 전환하면서 허위정보 진원지로 악용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더욱이 X에서 언론 기사를 링크할 때 기사 제목 등은 빼고 이미지만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사실 조작은 더 쉬워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실을 왜곡하고 선동하는 정보를 올린다는 비판이 제기된 X 사용자 2명 계정을 머스크가 추천하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속보를 실시간으로 얻고 싶다면 이 계정에 들어가 보라”고 밝힌 점도 논란을 키웠다. 비판이 일자 머스크는 해당 게시글을 삭제했다.
● “허위 계정, 종군기자 역할극”
미국 작가 벤 헌트를 비롯한 X 사용자들은 “10년 만에 CNN을 다시 시청하게 됐다”며 “X는 더 이상 실시간 뉴스를 제대로 전달해주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소셜미디어가 허위정보에 대한 자정 기능이 있는지를 알려줄 척도가 될 것”이라고 8일 보도했다. 에머슨 브루킹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 연구원은 자신의 X 계정에 “블루 체크에 돈을 낸 사람들은 과거 이야기나 허위영상을 곁들여 종군기자 역할극을 하고 있다. 이들은 (팔로어를 늘리려는) 재정적 인센티브를 노린다”고 지적했다.
소셜미디어 허위정보는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 같은 국제 분쟁과 연계돼 더 활개를 치고 있다. 일부 해당 국가 정보기관이 세계 여론을 우호적으로 만들기 위해 개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8월 메타는 페이스북을 비롯한 자사 소셜미디어에서 중국공산당이 운영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가짜 계정 8000여 개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최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X를 통해 러시아 홍보 의제가 급속히 퍼졌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도 소셜미디어에서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 이스라엘은 X에 희생자 사진 등을 올리며 하마스가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와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X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활동이 금지된 하마스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이스라엘을 비난한다고 미 NBC방송은 전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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