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OST '소주 한 잔' 작사한 봉준호 “저작권료 7850원 받았다”

조봉권 2023. 10. 1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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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비프

- ‘마스터톡’ 온라인으로 팬과 만나
- 관객 ‘제시카송’ 등 질문 쏟아내
- 봉 감독 “현장서도 흥미로웠다”
- 햇살 등 연출 노하우도 들려줘

- 밤새며 3편 연속보는 ‘취생몽사’
- 록 음악 영화 ‘더 월’ 등 삼매경
- ‘그녀의 취미생활’ 출연진 방문
- ‘넘버3’ 제작자도 간략한 설명

부산 중구 남포동을 거점으로,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시민 참여 중심 프로그램으로 펼쳐지는 커뮤니티비프에는 별난 프로그램이 많다. 그중 ‘마스터톡’과 ‘취생몽사’ 현장을 기자들이 직접 체험했다.

지난 8일 영국에서 영화를 제작 중인 봉준호 감독이 커뮤니티비프의 ‘마스터톡’ 프로그램에 참가해 온라인으로 관객과 대화하고 있다.


▮봉준호 ‘제시카송’ 뜰 줄 았았다

지난 8일 오후 7시30분 부산 중구 남포동 롯데시네마 대영 1관과 부산영화체험박물관에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커뮤니티비프의 ‘마스터톡’이 진행됐다. 마스터톡은 ‘실시간 양방향 코멘터리 픽처 쇼’로, 감독·배우를 초청해 영화를 함께 관람하며 실시간으로 수다 떨 듯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주인공은 봉준호 감독이었다. 올해는 봉 감독의 데뷔 30주년, ‘살인의 추억’ 개봉 20주년, ‘설국열차’ 개봉 10주년이다. 런던에서 영화를 제작 중인 봉 감독은 온라인 화상 프로그램을 통해 팬들과 만났다. 관객은 수신기를 착용했다. 상영작은 ‘기생충’(2019). 2019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2020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장편영화상 등을 수상했고, 세계 3대 영화제 수상작으로는 최초로 국내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다. 관객은 스크린으로 기생충을 관람하면서, 화면 옆 별도의 창에 등장한 봉 감독의 이야기를 수신기로 실시간 청취했다. 질문도 올렸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쏟아졌다. 극 중 기우(최우식)가 민혁(박서준)에게 선물 받은 수석(영화 막바지에서 주요 소품이 된다)을 실제와 라텍스 버전, 두 가지를 사용했다는 점, 기우와 민혁이 야외에서 이야기할 때 도로의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마을버스가 뒤로 지나가도록 계획한 점 등이다. 질문도 쏟아졌다. ‘민혁과 연교(조여정)의 관계는 항간의 추측대로 로맨스가 있는지’란 질문엔 봉 감독은 “추측은 할 수 있지만 정답은 없다”고 답했다. ‘기정(박소담)의 ‘제시카송’이 화제가 될 줄 알았느냐’는 질문엔 “현장에서도 흥미로웠다”고 했다.

‘봉테일’(봉준호+디테일)의 노하우도 들려줬다. “극중 인물의 전환점을 나타내는 햇살을 표현하려고 컴퓨터그래픽을 안 쓰고 실제 햇살이 들 때까지 기다렸다.” “기우가 눈 덮인 산을 올라 기택(송강호)에게 편지를 읊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실제 눈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도 수다는 이어졌다. 봉 감독은 “배우 최우식이 부른 기생충 OST ‘소주 한 잔’은 내가 작사했는데, 나는 작사가협회에 등록돼 있다”고 밝혔다. 진행을 맡은 커뮤니티비프 조원희 운영위원장이 “저작권료가 들어오는 거냐”고 묻자 “7850원이 들어왔다”고 답해 청중을 웃게 했다. 채팅 도중, 봉 감독이 머무는 건물의 화재경보기가 울린 소란도 있었으나, 오경보인 것으로 밝혀졌다.

9일 새벽 부산영화체험박물관에서 펼쳐진 ‘취생몽사’ 행사에서 영화 ‘그녀의 취미생활’이 상영되는 모습이다.


▮배우 김혜나 “이 감동적인 집중력”

영화 상영은 밤 10시 15분 시작한다. 끝나는 시각은 다음날 새벽 5시다. 그사이 영화 세 편을 잇따라 본다. BIFF의 명물, 커비(커뮤니티비프)의 전설로 점점 입지를 굳히는 ‘취생몽사’ 프로그램의 얼개다.

지난 8일 밤 10시께 부산 중구 동광동 부산영화체험박물관에서 올해의 취생몽사가 진행됐다. 전체 좌석 50여 석은 일찌감치 매진됐다고 했다. 그 비결이 뭘까. 2018년 시작한 취생몽사에서는 야외에서 술과 음식을 먹어 가며, 수시로 들락거려 가며, 옆 사람과 이야기해 가며 영화를 본다. 이런 분위기에 어울리는 영화를 선정한다. 전설이 된 록 밴드 핑크 플로이드의 록 음악 영화 ‘더 월’(The Wall), 힐링 스릴러라는 애칭을 얻은 ‘그녀의 취미생활’(감독 하명미), 숱한 전설의 씨를 뿌린 1997년 영화 ‘넘버3’(감독 송능한)가 올해 상영작이었다.

‘취생몽사’에는 상영작의 배우나 감독도 곧잘 찾아와서 관객과 함께한다. 이날도 그랬다. 획일과 억압 투성이의 기성 교육 시스템 속에서, 아이들이 일렬로 컨베이어 벨트 위에 실려가다 끝내 소시지처럼 변해버리는, ‘더 월’의 저 유명한 장면에 넋이 빠졌다가 정신 차리니 ‘그녀의 취미생활’이 시작했다. 이 영화의 하명미 감독과 김혜나 임새벽 배우 등이 현장에 찾아왔다. 새벽 3시쯤 영화가 끝나자 김혜나 배우가 말했다. “이 시간까지 이 많은 분이 이토록 집중해 영화를 봐주시다니, 감동했어요.”

‘넘버3’ 때는 이 영화를 제작한 영화인 김인수(전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 씨가 나와 영화를 간략히 설명했다. 어느새 새벽 5시가 됐다. ‘취생몽사’에 또 오게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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