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평화 추진 이스라엘, 고립 우려한 하마스 ‘기만술’에 허찔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2023. 10. 1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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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인) 가자지구에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면 하마스를 억제하고 안정을 가져올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우리는 틀렸다."

하마스 소식통은 로이터통신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면서 하마스 (도발을) 억제하고 있다고 믿었다"며 "하마스는 이스라엘과 싸울 의향을 감추면서 대규모 작전을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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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쟁]
개전 초기 기습공격에 속수무책
이스라엘 경찰, 하마스 용의자 검색 8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서부 도시 아시도드의 한 검문소에서 이스라엘 경찰이 하마스 용의자들을 검색하고 있다. 아시도드=게티이미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인) 가자지구에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면 하마스를 억제하고 안정을 가져올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우리는 틀렸다.”

이스라엘군 관계자는 9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방위 공격에 이스라엘이 속수무책으로 당한 이유를 이같이 말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경제 제재를 완화해 이 지역을 장악한 하마스의 변화를 끌어낸다는 ‘이스라엘판 햇볕정책’의 효과를 과신하는 사이 평화 무드 속에 정치적 입지 위축을 우려한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철통 방공망 ‘아이언돔’을 뚫을 작전을 준비해 허를 찔렀다는 것이다.

● 제재 완화 틈타 공격 준비한 하마스

이스라엘은 2021년 하마스와 무력 충돌한 ‘11일 전쟁’ 직후 가자지구에 대한 강력한 봉쇄 정책을 완화하며 중동 평화 무드를 꾀했다. 이스라엘의 제재로 가자지구 주민들의 삶이 궁핍해질수록 테러와 무력 도발 가능성이 커진다는 판단에서였다.

우선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1만5500개의 취업 허가를 내줘 이스라엘과 서안지구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승인했다. 월급은 가자지구 평균 임금의 4배에 달했다. 또 하루 12시간으로 제한했던 전기 공급을 늘리기 위해 하마스와 카타르의 연료 거래를 중개했다.

기대는 실현되는 듯했다. 지난해 서안지구를 중심으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이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등 이-팔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하마스는 거리를 뒀다. 하지만 이는 대규모 공격 계획을 감추기 위한 기만전술이었다. 하마스 소식통은 로이터통신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면서 하마스 (도발을) 억제하고 있다고 믿었다”며 “하마스는 이스라엘과 싸울 의향을 감추면서 대규모 작전을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하마스는 이 기간에 아이언돔을 무력화할 로켓포 등 무기를 비축하고 이스라엘 정착촌 모형까지 건설해 모의 침투 작전을 훈련했다.

● 이스라엘 정치 혼란, 정보기관 취약하게 해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허를 찔린 데는 첩보력과 군사력에 대한 과신도 배경이 됐다는 지적이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전역에 전자 도청 시스템과 촘촘한 정보망을 구축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하마스의 무기 거래를 수차례 사전 포착해 압수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모사드 등 정보기관은 하마스 공격에 대해선 사전 첩보를 받지 못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휴민트(HUMINT·인적정보망)를 색출해낸 것은 물론이고 이스라엘의 도감청 역량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 내 정치적 혼란도 정보기관을 취약하게 만든 요인으로 꼽힌다. 워싱턴포스트(WP)는 “모사드, 신베트 같은 이스라엘 정보기관 엘리트들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종교적이고 극우적인 정부에 크게 반발해 왔다”고 전했다.

올 초부터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을 상대로 한 산발적인 공격이 있었고 하마스 민병대도 최근 대규모 야외 훈련을 진행해 이스라엘 정보 당국은 사전에 공격 징후를 감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마스의 공격 당시 가자지구에서 불과 5km 떨어진 곳에서 대규모 음악축제가 열려 이곳에서만 사망자 260명이 속출하고 수십 명이 납치돼 안보불감증을 보여줬다.

이집트 정보기관 역시 이스라엘에 “조만간 뭔가 큰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여러 번 경고했지만 이 역시 간과됐다고 AP통신은 익명의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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