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X’...이스라엘 전쟁 와중에 가짜 뉴스 퍼날랐다

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 2023. 10. 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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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혼란 키우는 소셜미디어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인 하마스가 지난 7일(현지 시각) 이스라엘을 전격 공습하며 전쟁이 발발한 지 사흘 만에 실시간으로 정보가 오가는 소셜미디어가 가짜 뉴스의 온상이 되고 있다. X(옛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및 유튜브 등 대형 플랫폼에서 전쟁 현황을 교묘하게 왜곡하거나 관련 없는 영상을 짜깁기한 허위 정보들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플랫폼에서 각종 영상·이미지·텍스트가 홍수처럼 밀려들며 이용자들은 몇 초 만에 보고 지나치는 정보의 진실과 거짓을 분간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이 발달하며 감쪽같은 가짜 정보가 확산하고 여론을 좌우해 전쟁의 양상을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그래픽=백형선

◇가짜 뉴스 본진 된 소셜미디어

기습 공격이 벌어진 지 하루 만인 8일, X의 한 계정에는 하마스 무장 대원이 박격포로 이스라엘 측 헬리콥터를 격추시키는 영상이 올라왔다. “하마스에게 더 많은 힘을”이라는 설명과 함께였다. 이 영상은 현재까지 53만회 조회됐을 뿐 아니라, 수많은 계정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하지만 이 영상은 비디오 게임 ‘아르마3′에서 연출된 격추 장면이었다. 페이스북에는 ’속보: 이스라엘 공군이 가자의 테러 타깃을 공격하고 있다’는 설명과 함께 건물을 폭격하는 영상이 빠르게 확산했다. 하지만 이는 통신사 AP가 지난 5월 유튜브에 공개한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를 공격하는 영상으로 이번 전쟁과는 관계가 없다.

허위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도 많다. X와 틱톡 등에서는 미국이 이스라엘에 80억달러 규모 지원을 승인했다는 백악관 문서가 퍼졌다. 하지만 이는 지난 7월 바이든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4억달러를 지원한 문서를 조작한 문건이었다. 이스라엘 언론인 것처럼 이름을 ‘예루살렘 포스트’라 지은 한 계정은 X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병원에 이송됐다는 허위 기사를 올리기도 했다.

X를 ‘시민 저널리즘’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일론 머스크는 전쟁 관련 가짜 뉴스가 창궐하게 만든 책임자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X 인수 후 신원 인증을 받은 미디어·유명인의 계정 옆에만 표시해주던 ‘블루체크’ 마크를 월 8달러에 아무에게나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정보의 진실 여부를 더욱 알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익명 기반으로 한 사람이 다수의 계정을 운영할 수 있는 X는 모든 소셜미디어 중에서 가짜 뉴스 생성과 확산이 가장 빠른 플랫폼으로 꼽힌다.

머스크는 8일 “실시간 전쟁을 추적하는 데 좋다”며 두 X계정을 직접 추천했는데, 모두 지난 5월 미 국방부 청사인 펜타곤에서 폭발이 일어났다는 가짜 뉴스를 퍼뜨려 증시를 출렁이게 만든 주범으로 꼽히는 계정이었다. 게시 3시간 만에 1100만 조회 수를 기록한 이 게시물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은 문제가 있는 게시물을 신고하고 댓글로 추가 정보를 남기고 있지만, 가짜 뉴스 생성 속도를 따라잡긴 어렵다. 신고가 누적돼 문제 계정의 사용이 제한될 수는 있지만, 이미 가짜 뉴스가 광범위하게 퍼진 뒤에나 조치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 정보전도 치열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소셜미디어를 공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7일 X 공식 계정에 ‘우리는 전쟁 중이고 시민들을 보호할 것이며 테러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무고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은 반드시 큰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는 글을 공지로 올렸다. 이스라엘은 민간인들이 하마스의 공격을 받고 도망치는 모습이나 다친 모습, 납치되는 영상을 올리면서 하마스가 무장 이슬람 세력 ‘이슬람국가(ISIS)’와 사실상 동일한 집단이라는 선전물을 지속적으로 게시하고 있다.

글로벌 주요 소셜 미디어에서 계정이 차단된 하마스는 텔레그램을 주요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텔레그램 공식 계정에서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으로 인해 가자지구에서 여성과 어린이가 거주하고 있는 가옥, 모스크, 학교 등이 파괴되고 있다’와 같은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사실상 소셜미디어가 통제 불가하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며 “가짜뉴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전쟁과 선거 같은 중요한 사안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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