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한글 '모양'도 봐 주세요"…폰트회사 산돌 전시회 '내가 좋아하는 한 글' 가보니
세종문화회관 지하 한글갤러리
100여명 디자이너 참여한
'한 글자'씩의 한글 작품들
“이건 ‘똥’이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트리(나무) 모양 같지 않아?”
9일 방문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지하 한글갤러리. 내부는 한글날을 맞이한 시민들로 북적였다. 이곳에서는 국내 최초의 폰트(글꼴) 회사인 콘텐츠 크리에이터 플랫폼 기업 산돌에서 주최한 무료 전시회 ‘내가 좋아하는 한 글’이 열리고 있었다.
산돌은 577돌 한글날을 기념해 일러스트레이터, 그래픽 디자이너 등 다양한 창작자들과 협업해 이번 전시를 진행했다. 전시 참여자들이 각자 한글 한 글자씩을 골라 레터링을 작품으로 그려내고, 한글의 문자 형태를 재조명한다는 취지다.
한글갤러리는 세종문화회관 지하 2층 내에 있는 전시 공간으로, 한글과 세종을 주제로 한 전시가 주로 열리는 곳이다.
흰 벽면에 다가서니 ‘한 글자’씩 적힌 작품들이 빼곡히 걸려 있었다. 전시 공간은 △글자의 형태 △글자의 소리 △글자의 발견이라는 세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한 글자씩 적혀있는 작품은 모두 96점으로, 각기 다른 96명의 디자이너들이 작업했다.
벽 중간중간에 붙여진 QR코드를 촬영해 도슨트가 해주는 작품 설명을 듣는 방식도 가능하다. 자녀와 함께 전시회를 찾은 회사원 임성연(44)씨는 “도슨트 설명을 들으면서 아이에게 좀 더 자세히 알려주려고 QR코드를 찍었다”고 얘기했다. 작품 옆에 붙은 코드를 통해 연결되는 인터넷 페이지에서는 작품 설명과 작품을 만든 작가 소개를 찾아볼 수 있다.
중간에 작품을 활용해 만든 손바닥만한 크기의 종이카드를 가져갈 수 있도록 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현장 스태프는 “50개~100개 정도의 ‘한글 미니카드’를 배치하고 있다”며 “금일은 한글날이어서 금방 소진됐는데, 오전에 사람이 많아 통제가 어려울 정도였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한글 미니카드는 각 ‘한 글자’ 작품을 종이카드 형태로 인쇄한 것으로, 전시 방문객들이 원하는 카드를 선택해 가져갈 수 있다.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들은 한글 한 글자씩으로 만들어진 작품 하나하나를 가리켜 보이며 감상했다. 공룡, 꽃다발 등 각양각색의 형태를 한 글자를 본 아이들은 소리 내어 웃음을 터뜨렸다. 일부 외국인 방문객은 사진을 찍으며 기자에게 ‘저 글자는 무슨 뜻이냐’라고 묻기도 했다.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이 주로 눈에 띄었다. 아빠와 함께 전시관을 찾은 임윤서(8) 학생은 가장 좋아하는 한 글자로 ‘산’을 꼽았다. 임씨는 “산의 모양이 예뻐서 마음에 든다”며 웃어 보였다. 동그란 안경을 쓴 김민서(10) 학생은 “‘꽃’이라는 글자가 꽃 모양으로 이뤄져 있어 신기하기도 하고 가장 좋았다”라고 말했다.
전시장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도 다수였다. 칠레에서 온 통번역사 실비아(33)는 “한국에서 글자를 위한 기념일을 만든 것이 흥미롭다”며 “‘해’라는 글자가 알록달록해서 마음에 든다”고 했다. 아르헨티나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빅토리아(33)는 “붓으로 쓴 느낌의 ‘걍’, 돌과 같은 질감을 살린 ‘편’ 등의 작품들이 신기하고 좋다”며 글자 모양을 따라 허공에 글씨를 쓰기도 했다.
관람을 돕는 현장 스태프는 “인근 관광차 온 가족 분들, 디자인에 관심있는 분들이 주로 오신다”며 “평일에는 300명에서 500명, 주말에 1000명 정도 방문하는데 오늘은 한글날이라 그런지 2000명 정도 방문했다”고 했다.
전시회의 목적은 한글날에 한글 단어, 문법, 고유의 어법 외에도 ‘한글의 조형미’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 보자는 것이다.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산돌의 이용호 PD는 “한글날에 주로 나오는 메시지는 맞춤법을 제대로 쓰기, 외래어를 한국어로 쓰기 등에 초점맞춰져 있다”며 “이번 기회에 한글이라는 문자 자체의 모양과 형태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고민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이번 전시는 오는 15일까지 진행된다. 별도의 누리집을 통한 온라인 전시 관람도 가능하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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