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강릉의 우리말 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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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에 '어리미'라고 불리는 동네가 있다.
강릉에 살다 보면 이처럼 아름다운 우리말 지명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고랭지 고원 관광지로 유명한 왕산면 대기리 '안반데기'가 떡메로 떡살을 칠 때 밑에 받치는 안반(案盤)과 평평한 곳을 뜻하는 우리말 '덕'의 강릉 사투리인 '데기'가 합쳐서 만들어진 이름이라는 것도 눈길을 끈다.
이처럼 우리말 지명이 아직은 곳곳에 남아 있지만, 사용 빈도는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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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에 ‘어리미’라고 불리는 동네가 있다. 남대천 남쪽, 모산봉 방향으로 고개를 넘어가는 곳에 위치해 있다. 한자 지명으로는 유산동(幼山洞)이다. 그런데 강릉의 어르신들은 이 마을을 어리미라고 부르는데 더 익숙하다. 모산봉 옆 작은 봉이어서 ‘어린뫼’라고 부른 것이 편한 발음으로 변형된 것이다.
강릉에 살다 보면 이처럼 아름다운 우리말 지명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병산동(柄山洞)’은 ‘자루메(뫼)’로 불리는데, 마을 주변 산세가 북두칠성의 북두자루처럼 생겼다는 데서 연유했다. 또 지변동의 백교(白橋)는 ‘흰다리’가 발음 소리 변형을 일으켜 ‘핸다리(핸달)’로 불리고, 많은 숲을 가진 명당터로 알려진 강동면 임곡(林谷)은 예로부터 숲과 마을을 합한 우리말, ‘숲실’로 통한다. 고랭지 고원 관광지로 유명한 왕산면 대기리 ‘안반데기’가 떡메로 떡살을 칠 때 밑에 받치는 안반(案盤)과 평평한 곳을 뜻하는 우리말 ‘덕’의 강릉 사투리인 ‘데기’가 합쳐서 만들어진 이름이라는 것도 눈길을 끈다.
이처럼 우리말 지명이 아직은 곳곳에 남아 있지만, 사용 빈도는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농어촌 인구 소멸과 함께 이제는 모두 사라질 운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도로명 주소가 일반화되면서 포남동의 ‘보래미길’ 등 일부 우리말 지명이 살아나는 것이 다행스러운 정도다.
흔히 강릉을 한자의 고장으로 인식하기 쉽지만, 사실 강릉은 한글 역사에 빛나는 이정표를 세운 곳이다. 율곡 이이 선생은 1576년에 대학, 논어, 맹자, 중용을 한글로 풀이한 최초의 ‘사서언해(四書諺解)’를 냈고, 개혁 사상가인 교산 허균은 첫 국문소설인 ‘홍길동전’을 저술했다. 훈민정음을 ‘언문’이라고 속되게 낮춰 부르던 당시의 통속에 비춰 볼 때 가히 혁명적인 선진 의식이요, 애민(愛民)의 첫걸음이다.
그러하니 이제 공식적인 법정동 명칭에도 우리말 이름 하나쯤 가지게 된다면 어떨까. 수도 ‘서울’이 순우리말 이름으로 국제도시가 되는 데 아무 문제가 없고, 세종특별자치시는 행정동 명칭뿐 아니라 도로, 다리, 학교 이름까지 한글 이름이 수두룩하니, ‘한글날’을 맞아 한번쯤 고민해 볼 일이다.
최동열 강릉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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