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미운털 박힌 새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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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에 책임을 묻는다면 그 권한과 역할에 부합하는 수준이 돼야 합니다. 새만금 사회간접자본시설(SOC) 사업 예산에 분풀이하는 것은 지역에 대한 폭거입니다."
지난 8월 초 파행으로 막을 내린 '제25회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감사원 감사가 본격화한 데 대한 전북도 고위 관계자의 반응이다.
이 역시 최대 쟁점은 잼버리 파행, 77.6% 삭감 편성된 내년도 새만금 SOC 예산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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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에 책임을 묻는다면 그 권한과 역할에 부합하는 수준이 돼야 합니다. 새만금 사회간접자본시설(SOC) 사업 예산에 분풀이하는 것은 지역에 대한 폭거입니다.”
특히 청소년의 여름방학을 고려했다고 하나 1년 중 가장 무더운 혹서기에 나무 한 그루 없는 간척지에서 대회를 열면서도 폭염 대책 등을 부실하게 해 파행을 불러왔다는 점이 뼈아프다. 공교롭게도 코로나19로 대회가 1년 연기됐고 그 준비상황 점검과 개선을 위한 프레잼버리마저 취소됐던 게 아쉬운 대목이다.
폭염을 피할 수 없었다면 지구적인 과제인 기후변화에 대해 세계 청소년들이 함께 고민할 체험 기회로 활용했으면 어떠했을까. 야영지에 간이 태양광발전기 등 시설을 설치해 그늘을 제공하고, 생산한 전기로는 선풍기와 냉장고를 돌리고 휴대전화 충전에 활용했다면 폭염을 좀 더 견딜 힘이 되고 교육적 효과도 컸을 법하다.
정부와 여당은 잼버리 파행에 대한 주된 책임을 전북도에 묻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새만금에서 국제공항과 신항만, 새만금∼전주간 고속도로 등 내년 주요 SOC 사업 예산을 6626억원에서 1479억원으로 77.6%나 삭감했다. 정작 정부에 미운털이 박힌 새만금엔 최근 이차전지 분야를 중심으로 기업 투자가 쇄도하고 있다. 지난 1년여 동안 6조6000억원이라는 유례없는 투자유치 성과를 거뒀다. 추가 투자도 이어져 9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를 의식해 취임 1주년을 맞은 지난 8월 새만금에서 열린 1조8400억원 규모의 LS그룹 이차전지 투자 협약식에 직접 참석해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서 함께 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도 지난 7월 새만금을 ‘국가첨단전략산업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선정했다.
기업 등의 투자가치 평가와 정부 일각의 예산 삭감이 크게 엇갈리는 모양새에 전북도의회 등 지역 정치권은 “사상 유례없는 예산 횡포”라며 강하게 반발하며 삭발식과 함께 한 달째 단식 천막농성을 펼치고 있다.
전북은 잼버리 개최지이기도 하지만 여느 국제대회와 달리 유치에 먼저 뛰어들었고 뒤늦게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 지원을 끌어냈다. 새만금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이자 SOC 확충 등으로 지역 개발을 앞당기는 계기로 삼기 위함이었다. 대회 권한과 역할은 조직위, 여가부, 스카우트연맹 등에 견줄 수 없이 작았던 전북도가 파행 결과에 대한 책임을 한 몸에 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동욱 사회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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