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내가 죽였다'고 했어요" [그해 오늘]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아버지로부터 ‘내가 죽였다’는 말을 들었다”
2017년 10월 10일, 이영학(당시 35세) 딸(당시 14세)은 경찰에서 “(친구) A에게 ‘집에서 영화를 보고 놀자’고 해 집으로 데려와 수면제를 먹여 잠들게 하고 나가서 다른 친구들과 놀다 집에 들어오니 A가 죽어 있었다”면서 이같이 진술했다.
살인 혐의를 부인하던 이영학도 같은 날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시인하면서 “딸에게 미안하다”고 흐느꼈다. 이영학의 이중성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영학은 그해 9월 딸 친구인 A양을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수면제를 먹여 재운 뒤 추행하고 다음 날 살해해 시신을 강원도 야산에 유기했다.
이후 경찰 조사 과정에서 아내에게 성매매하도록 알선하고 그 장면을 몰래 촬영했고, 자신의 계부가 아내를 성폭행했다고 경찰에 허위 신고한 사실도 드러났다. 아내와 계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내가 사망했을 당시에도 SNS에 영정 사진을 들고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올렸고, 아내의 시신을 직접 염하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을 방송사에 제보하며 방송하는 조건으로 거액의 장례비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람들의 동정심을 이용한 이영학은 재판이 시작되자 43번의 반성문을 제출했다.
1심은 “준엄한 법과 정의의 이름으로 형을 선고한다”며 이영학에게 사형을 내렸으나 2심은 다소 우발적이었고 범행 직전 그의 정신상태가 불안했으며 재범 우려가 매우 크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을 들어 무기징역으로 감형했다.
2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9부(김우수 부장판사)는 “피고인을 이성적이고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취급해 사형을 선고한 것은 가혹한 측면이 있다”며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할 필요가 있지만, 교화 가능성을 부정하며 사형에 처할 정도로 보이지 않는다. 원심이 선고한 사형은 형의 양정이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또 “피고인은 어려서부터 정서적, 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온 탓에 왜곡된 사고와 가치체계를 갖게 됐고 여러 잔혹한 범행을 저질렀다”며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미약하게나마 이를 인식해 시정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학의 범죄를 도운 혐의로 함께 기소된 딸에게는 장기 6년, 단기 4년의 징역형이 그대로 유지됐다, 딸은 현재 출소한 상태로 알려졌다.
사형은 집행하지 않더라도 사형수가 특별사면 외엔 풀려날 길이 없지만, 이영학이 선고받은 무기징역은 10년에서 20년 이상 복역하면 풀려날 여지가 있다.
이영학은 딸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는 살인범이다’라는 제목의 책을 쓰고 있다며 “1년 정도 기다려. 우리가 복수해야지”라고 했다.
이영학의 감형 요소로 인정된 ‘심신미약’이 피해자의 실질적 회복, 가해자 교화에 무슨 도움이 됐는지 묻고 싶은 대목이다.
이영학이 영원히 사회와 격리되길 원한다는 그는 동아일보를 통해 “이영학이 사형당한다고 딸애가 살아 돌아오는 건 아니라는 것을 잘 압니다. 하지만 재판부로부터 ‘무기징역’을 듣는 순간 속에서 뭔가가 치밀어 오릅디다. 이영학은 감형을 받아 20년 후, 30년 후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을지도 몰라요. 우리 딸은 그럴 수가 없는데…”라며 “애 엄마도 대법원 판결이 나오고 사흘 밤낮을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울기만 했어요”라고 말했다.
박지혜 (nonam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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