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희창칼럼] 대법원장이 정치적 흥정거리라니
사법부마저 정쟁 수단 비판 자초
재판·인사 지연되면 국민 피해 커
후임 인선 서둘러 사태 수습해야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결국 부결됐다. 전체 298석 중 168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본회의 직전 의총에서 부결을 당론으로 정해 표결에 나선 결과다. 우리 헌정사에서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건 1988년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 때 단 한 번뿐이었다. 그간 사법 공백 사태를 막기 위해 대법원장 임명동의안만큼은 여야가 대승적으로 협력하는 게 관례였지만 그 전통이 깨졌다. 정치권이 사법시스템을 마비시키고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까지 침해한 건 정치적 악업을 쌓은 것이다.
게다가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런 인물을 계속 보내면 두 번 세 번도 부결시킬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윤석열 대통령이 다른 대법원장 후보를 지명해도 같은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역대 최악의 사법부’를 만든 김 전 대법원장처럼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판사라야 인준해 주겠다는 오만과 독선 아닌가. 분노와 자괴감이 든다는 법관들이 많다. 삼권분립은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대법원장 자리를 정치적 흥정 대상으로 삼는 건 후진국에서나 벌어지는 행태다.
이번 사태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재판리스크 방탄용’이라는 의혹도 만만치 않다. 이 대표는 대장동·위례 특혜 사건,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등 총 7가지 사건의 10가지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한 사건에서만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돼도 다음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이 대표로서는 2027년 대선 전까지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데 사력을 다해야 하는 처지다. 이 대표에게 유리한 사법 환경을 만들기 위해 새 대법원장 인준을 최대한 늦출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흠결 있는 후보를 낸 대통령실과 여당의 책임도 작지 않다. 대통령실은 부결 후 “국민 권리를 인질로 삼고 정치 투쟁을 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여당도 연신 야당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원인을 제공한 데 대한 반성은 찾아볼 수 없다. 헌정 시스템이 정상 작동을 멈출 위기 상황에서 이를 막으려는 집권여당의 절박함과 노력이 부족했다. 언제까지 의석 열세를 핑계로 댈지 답답하다. 여소야대라는 정치 현실을 너무 가볍게 보는 것 아닌가.
대법원장 공백 사태는 여야 정치권 모두의 책임이다. 네탓 공방이나 벌이며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국민·기업들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건 정상적인 나라라고 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은 국민 눈높이에 맞고 야당이 거부할 수 없을 만한 후보자 인선을 서둘러야 한다. 거대 야당을 설득하는 정치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흘려듣지 말라. 민주당이 힘 과시를 멈추지 않고 계속 몽니를 부린다면 민심의 역풍을 맞을 것이다. 국민은 사법부 정상화를 방해하는 쪽에 회초리를 들 것이다.
채희창 수석논설위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처럼 결혼·출산 NO”…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서 주목받는 ‘4B 운동’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단독] “초등생들도 이용하는 女탈의실, 성인男들 버젓이”… 난리난 용산초 수영장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송지은이 간병인이냐”…박위 동생 “형수가 ○○해줬다” 축사에 갑론을박
- “홍기야, 제발 가만 있어”…성매매 의혹 최민환 옹호에 팬들 ‘원성’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