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중기의 키워드 셋, #화란 #칸 #아들 바보[TF인터뷰]

박지윤 2023. 10. 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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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란'서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 役 맡아 연기 변신
"아직도 배우로서 고픈 게 많아…다른 문화권의 시스템도 경험하고파"

배우 송중기가 영화 '화란'으로 오랜만에 관객들과 만난다. /하이지음스튜디오
[더팩트|박지윤 기자] 배우 송중기는 글과 캐릭터에 매료돼 노 개런티를 자처했고, 데뷔 15년 만에 칸 국제영화제의 부름을 받았다. 그는 훗날 소중한 아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을 만큼 커리어적으로, 스토리적으로 만족도 높은 '화란'으로 오랜만에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송중기는 오는 11일 스크린에 걸리는 영화 '화란'(감독 김창훈)에서 조직의 중간보스 치건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는 개봉을 앞둔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작품과 관련된 이야기부터 많은 것이 달라진 일상과 논란이 됐던 자신의 발언까지 언급했다.

앞서 송중기는 '화란'에 노 개런티로 출연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이날도 가장 먼저 나온 질문은 노 개런티와 관련된 것이었고, 이에 송중기는 "누가 얘기했는지 범인을 찾으려고 했어요"라고 너스레를 떨면서 말문을 열었다.

사실 '화란'은 송중기가 제안받은 것이 아닌, 다른 작품을 거절하러 간 자리에서 처음 받은 시나리오였다. 평소 거칠고 스산한 정서를 해보고 싶었던 그는 '화란'을 읽으면서 '똥파리'(2003)를 봤을 때의 기분을 느꼈다고. 그는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면 카체이싱 등 흥행 공식에 맞는,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될 장면들이 들어갈 것 같았어요. 이 영화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 개런티를 받지 않기로 했죠"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송중기는 "앞으로는 개런티를 받을 것"이라고 강조해 웃음을 안겼다.

송중기는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 역을 맡아 지금껏 보여준 적 없는 얼굴을 선보인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화란'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 연규(홍사빈 분)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을 만나 위태로운 세계에 함께 하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누아르 드라마다. 극 중 치건은 냉혹한 현실 속 자신만의 생존법을 터득한 인물로, 자신과 비슷한 상처를 안고 사는 연규를 알아보고 손을 내민다.

이를 연기한 송중기는 피부톤을 어둡게 칠하고, 속을 짐작할 수 없는 표정과 중저음의 보이스, 한층 깊어진 눈빛을 장착하며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얼굴을 선보인다. 이렇게 그는 대중들에게 익숙한 멀끔하고 깔끔한 이미지를 지우고, 배우로서 유의미한 연기 변주를 꾀했다.

"다양한 캐릭터보다 다채로운 장르를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요. 물론 '화란'을 하면서 평소 커버했던 상처를 더 돋보이게 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할 수 있어서 좋았죠. 관객들에게 먹힐지 모르겠지만, 새로운 걸 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좋아요."

송중기는 "치건이 연규에게 어떤 존재일까 궁금했어요. 이런 미묘한 지점이 시네마틱하다고 느꼈어요"라고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하이지음스튜디오
송중기에게 '화란'이 더욱 특별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평소 좋아하는 '무뢰한'(2015)과 비슷한 결의 영화를 찍으면서 배우로서 뜻깊은 필모그래피를 구축할 수 있었다. 특히 그는 극 중 김남길이 전도연에게 접근하는 이유가 좋아하는 감정인지, 미션인지 헷갈리게 끌고 가는 미묘한 지점이 와닿았다고.

이번 작품을 읽으면서 '무뢰한'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는 송중기는 "치건이 연규에게 어떤 존재인지 궁금했어요. '나를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라는 문장이 떠올랐죠. 이런 미묘한 지점이 시네마틱하다고 느꼈어요"라고 작품의 매력을 전했다.

또한 '화란'은 제76회 칸 국제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공식 초청됐고, 이에 따라서 송중기는 데뷔 15년 만에 칸의 부름을 받으면서 배우로서 평생 잊지 못할 영광스러운 순간을 만끽했다.

영화 '로기완'을 찍을 당시 초청 소식을 들었다는 그는 "저예산 영화라서 손익분기점만 넘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칸에 가게 돼서 너무 좋았어요. 그때 감정신을 찍어야 했는데 촬영에 집중 못 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니까 철이 없었네요"라고 회상했다.

뿐만 아니라 '화란'은 송중기에게 새로운 배움의 장이 됐다. 신예 홍사빈, 신인 감독과 함께 새벽 6시까지 회의하다가 7시에 첫 촬영에 돌입할 정도로 치열하게 찍었다고. 모두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면서 작품을 만들었다는 그는 "그 지점이 정말 즐거웠어요. 저희 작품이 관객들에게 친절하지 않아서 칭찬과 욕 모두 각오가 되어 있어요. 그런 콘셉트로 진행됐던 영화니까요. 좀 더 시네마틱하게 표현하고 싶었어요"라고 덧붙였다.

송중기는 "배우로서 아직도 고프다. 다양한 장르를 해보고 싶은 욕심이 강하다"고 각오를 다졌다. /하이지음스튜디오
그런가 하면 송중기는 배우, 그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많은 변화를 맞이했다. 그는 지난 1월 영국 배우 출신 여성 케이티 루이스 사운더스와 혼인 신고를 했고, 그해 6월 아들을 품에 안으며 한 아이의 아빠가 됐다. 이날 취재진에게 아이의 영상을 보여준 송중기는 "다른 일을 하다가 문득 '나 아빠 됐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 아기니까 너무 이쁘죠. 아내랑 함께 으쌰으쌰 하면서 키우고 있어요"라고 아들 바보의 면모를 드러냈다.

이어 송중기는 논란이 됐던 자신의 발언도 언급했다. 최근 그는 중국 매체와 진행된 인터뷰에서 "남편과 아빠가 된다는 것은 쇼 비즈니스 업계에서 일자리를 잃는다는 뜻"이라며 "그러나 나는 두렵지 않고 신경 쓰지 않는다. 나에게는 일보다 가족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결혼 후에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송중기가 경력 단절을 언급한 것에 관해 "경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송중기는 "그때 이탈리아였는데 기사가 많이 났다고 연락을 받았어요. 경력 단절이라는 이슈로 많은 분이 불편해하실 거라고 생각 못 했어요. 신중하지 못했죠"라며 "제가 영어 공부를 시작한 이유 중 하나"라고 해명했다.

2008년 영화 '쌍화점'으로 데뷔한 송중기는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빈센조' '재벌집 막내아들', 영화 '늑대소년'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구축했다. 매 작품 연기 변주를 꾀하며 여러 '인생캐'와 화제작을 탄생시켰지만, 여전히 배우로서 이루고 싶은 게 많은 그는 꾸준히 새로운 곳을 두드릴 계획이다.

해외 프로젝트 오디션을 보러 다는 것도 뜬소문이 아닌 사실이라고 밝힌 송중기는 "다양한 장르를 해보고 싶은 욕심이 커요. 부족한 점도 많고요. 팩트는 요즘 오디션 본 게 다 떨어져서 슬픈데 문을 두드리고 있어요. 제가 지루하면 집중하지 못하는 편이거든요. 늘 새로운 걸 찾고 있어요. 또 다른 문화권의 시스템도 경험하고 싶어요"라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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