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귀은의멜랑콜리아] ‘주작’과 ‘조작’ 사이
사이트 오용해 인정욕망 채우고
수익 올린 포털, 주작 공모한 셈
모두 ‘윤리’ 성찰해야 곡해 없어
‘주작’은 사전에 있던 단어이지만, 인터넷상에서는 마치 신조어처럼 쓰인다. ‘주작’과 ‘조작’은 그 뜻의 경중과 뉘앙스가 다르다. ‘조작’은 더 무거운 범죄행위를 연상시키고, ‘주작’은 ‘주작질’이란 표현에서처럼 거짓으로 꾸미는 그 행위가 어리석고 한심하다는 인상을 준다.
스포츠 경기에서 클릭 매크로를 쓴 경우는 예전에도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자기의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한 ‘주작놀이’였다. 자신이 ‘숫자’를 결정적으로 바꾼 본인이라는 ‘인증’도 서슴지 않는 유저도 있었다. 이 유저에겐 ‘디지털 자존감’이 필요했던 것이고, 비윤리적이고 왜곡된 방식으로 인정욕망을 채우려 했던 것이다.
‘클릭 주작’은 결국 디지털 리터러시(literacy) 부족에서 나온 것이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디지털 활용능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디지털 윤리의식이 더 중요하다. ‘매크로 클릭 주작’을 한 유저는 디지털 이용 기술이 좋았을지 몰라도 디지털 윤리의식은 없었고, 결국 디지털 리터러시가 결핍돼 있었던 것이다.
‘클릭 주작’을 ‘정치적 조작’으로 전도시킨 정부 여당도 마찬가지 아닐까. 포털사이트 사용자의 어리석은 놀이를 정치적 담론으로 끌어와 이념 논쟁으로 오독한 정부 여당에게 결여됐던 것 또한 디지털 리터러시다. 설마, 정부 여당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 해프닝을 역이용 혹은 악용했다고 생각지 않는다. 그런 억측은 소모적인 논쟁을 만들고, 이 소모적 논쟁으로 잃은 기회비용은 공동체를 더 위험에 빠뜨린다.
다음 카카오 관계자는 “클릭 응원 수 이상 현상은 서비스 취지를 훼손하는 중대한 업무방해 행위”라고 규정했다. 맞는 말일 것이다. 그리고 예상된 일이었을 것이다. 그 예상 안에는 사용자가 사이트를 오용했을 때 발생하는 수익도 계산돼 있었을 것이다.
포털사이트 측은 매크로를 사용한 유저를 비난했지만, 그런 유저를 만든 건 바로 그 시스템이다. 로그인 없이 참여할 수 있게 프로그래밍한 것은 접근을 편리하게 하고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의도였을 것이다. 그리고 참여는 수익으로 환금된다. 사용자의 커뮤니티 참여가 ‘상호작용’이 아닌 ‘수익창출’이 되는 것이다.
사용자는 사이트 오용으로 인정욕망을 채우고, 포털사이트는 그 오용을 이용해 수익률을 끌어올린다. 인정욕망과 수익률의 강력한 결합은 ‘인터넷 주작놀이’를 창안하는 산실이 될 수 있다. 이익 중심의 포털사이트는 결과적으로 이 주작질과 공모한 셈이다. 포털사이트의 문제는, 여당이 지적한 ‘정치적 편향성’이 아니라 극단적인 ‘경제적 편향성’이다.
소통조차도 상품이 되는 세상이다. 온라인 포털사이트에서 소통의 ‘양’은 광고수익의 원재료다. 클릭 응원장은 ‘응원’을 부추기기 위한 놀이터가 아니라 ‘수익’을 발생시키는 플랫폼이 된다. 로그인 없이 매크로 클릭을 폭증시킬 수 있었던 이유도 포털사이트의 수익구조에 원인이 있다. 온라인 상호작용을 언제나 효율적으로 상품화하는 포털사이트는 결국 자본주의의 선봉 역할을 하게 된다.
클릭 수가 높으면 수익으로 환원되는 알고리즘부터 돌아봐야 한다. 클릭 수가 올라가면 인센티브는 더 가팔라진다. ‘수’ 중심 설계가 더 선정적인 콘텐츠를 전면에 홍보하는 피드백 루프를 형성한다. 균형과 성찰의 콘텐츠는 선정적인 콘텐츠에 깔려 질식된다. 주작과 조작, 가짜뉴스는 그것을 만든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을 쉽게 만들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의 문제다.
카카오는 로그인 기반 서비스로 응원을 바꾸고, 특정 IP에서 과도하게 트래픽이 나오면 이를 집계에서 제외하는 방식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것만으론 안 된다. 단순히 ‘규제’만으로도 안 된다. 사용자가 자신의 활동에 대해 스스로 책임의식을 가질 수 있는 구조로 재설계돼야 한다. 이 재설계는 수익에만 초점을 맞추는 관점에서 벗어나야 가능하다.
현실에 대한 불안과 불만족이 점점 더 많은 사람을 온라인 정체감, 디지털 페르소나에 빠지게 한다. 온라인상의 왜곡된 인정욕망이 포털사이트, 메타버스, 인공지능과 결합되면, 나아가 가상현실, 증강현실과 만나면 주작놀이는 무궁무진하게 파생될 것이다. 주작과 조작의 경계도 사라질 것이다.
디지털 리터러시가 필요하다. 사용자도, 정부도, 디지털 플랫폼과 포털사이트 경영자도 ‘기술’이 아닌 ‘윤리’를 성찰해야 한다. 우리는 디지털 온라인을 너무 잘 사용한다. 잘 사용하기 때문에 ‘안다’고 착각하며 윤리적 무지를 저지르게 된다. 윤리적 무지는 주작과 조작, 곡해와 가짜뉴스를 만든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 모두에게 폭력이 된다.
한귀은 경상국립대 교수·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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