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수령액 늘릴 재원 불투명” vs “노후소득 보장이 본래의 목적”[인사이드&인사이트]
“소득대체율 인상 반대”
첫째, 소득대체율을 올려도 소득이 적고 가입 기간이 짧은 불안정 취업자에게 연금액 인상 효과는 약하다. 국민연금의 급여액은 노동시장의 지위를 반영해 소득이 높고 가입 기간이 길수록 많으므로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려도 정작 노인 빈곤 위험이 큰 가입자의 인상액은 그리 많지 않다. ‘노인 빈곤이 심하니 소득대체율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약한 이유이다.
둘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연금보고서에 한국 공적연금의 소득대체율이 회원국 평균보다 낮게 제시된 것을 인용하는데, 이것이 국민연금 명목 소득대체율과 같은 개념은 아니다. OECD의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의 지급률(1년 가입당 소득대체율)에 의무가입기간, 기초연금을 종합해 산정된다.
무엇이 한국 공적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낮게 만들었을까. 우선 국민연금 급여는 회원국 대다수 소득비례 연금과 달리 하후상박 구조를 지닌다. OECD 연금 산식에서 평균소득이 국민연금 내부에서는 가입자 평균 소득의 1.6배에 해당하기에 상대적으로 낮은 지급률이 적용되는 중상위 소득 가입자가 국민연금을 대표하고 있다. 또한 국민연금은 의무가입 기간이 OECD 평균보다 6.1년이 짧아 OECD 산식에서 그만큼 소득대체율이 낮게 계산된다.
노인 70%가 받는 기초연금이 한국 소득대체율 산정에서 제외된 것도 유념할 이유이다. 국민연금의 하후상박 구조는 그대로 유지한다면, 필요한 건 의무가입 연령을 올리고 한국 소득대체율 산정에 기초연금을 포함하도록 OECD와 협의하는 일이다.
셋째, 소득대체율 인상론의 재정 안정화 방안이 불명확하다. 국민연금을 장기 추계하면 미래에 당해 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7%에 이르고,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 9%로 커진다. 인상론은 보험료 외에 자본과 이윤에 세금을 더 부과하고, 보험료 부과 대상도 확대하자고 제안한다. 현행 소득대체율에서도 다양한 재원을 마련해야 하기에 이는 어떤 입장에서든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내용이 당위적 방향에 머문다.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얼마를 더 거두어 재정 부족분의 얼마를 충당하는지를 제시해야 재정 안정화 방안이다. 보장성 확대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 시야를 국민연금 명목 소득대체율에 한정하지 말자는 비판이다. 이미 법정 의무 제도로 기초연금, 국민연금, 퇴직연금이 운영되고 있다. 이 현실을 직시해야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실질적 계획도 세울 수 있다.
우선 기초연금은 2022년 급여 지출액이 20조 원으로 국민연금 34조 원의 절반을 넘는 제도로 성장했다. 앞으로 노인 수가 대폭 늘어나므로 대상은 줄이되 저소득일수록 금액을 더 지급하는 최저보장 소득 방식으로 전환해 노인 빈곤에 대응하자.
국민연금은 지속가능성을 위해 단계적으로 보험료율을 올려가자. 보장성에서는 가입 기간을 늘리는 게 과제다. 출산, 실업, 군 복무 등으로 연금 가입이 불리한 사람들에게 연금 크레디트를 대폭 확대하고, 도시의 지역 가입자에게 국가가 보험료를 절반 지원해 가입을 독려하자. 현재 만 59세인 의무가입 연령도 64세로 상향하면 명목 소득대체율 5%포인트 인상 효과가 생긴다.
퇴직연금은 지난해 기업이 납부한 기여금 총액이 57조 원이었다. 국민연금 보험료 수입 56조 원보다 많다. 이제부터 1년 미만 고용 노동자에게도 적용하고, 중간 해지를 엄격히 관리해 연금으로 자리 잡게 하자. 시야를 기초연금, 국민연금, 퇴직연금의 연금 삼총사로 확장하자. 그래야 적정 노후소득 보장을 설계하고, 지속가능성도 확보하며, 청년들과 연금 개혁 비전을 이야기할 수 있다.
“소득대체율 인상 찬성”
첫째, 모든 제도는 그것의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어야 지속 가능하다. 국민연금도 신뢰를 얻고 지속 가능하려면 본래 목적인 ‘노후소득 보장’을 실현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그간의 개혁으로 소득대체율을 너무 급격히 인하한 관계로 급여 수준이 매우 낮아지게 됐다. 우선 국제 기준으로도 낮다. 소득대체율이 현 상태를 유지하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31.2%가 되는데 이는 OECD 평균 42.2%의 74%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것은 이 31.2%라는 소득대체율은 가입 기간을 38년으로, 즉 최대 가입 기간으로 가정했을 때의 수치라는 점이다. 이번 재정계산에 따르면 국민연금 실제 가입 기간은 2030년부터 새로 국민연금을 받는 수급자의 경우 20년, 2060년대 이후 신규 수급자는 27년 정도일 것으로 각각 전망됐다. 따라서 실가입 기간을 27년으로 가정하면 소득대체율은 31.2%가 아니라 22%가 된다.
이러니 실가입 기간을 반영한 국민연금의 급여 수준은 노후 최소 생활비(월 113만 원)의 60% 정도에 불과하고, 여기에 기초연금을 합해도 80% 정도에 그친다. 따라서 기초연금을 합해 국민연금이 적어도 노후 최소 생활비만큼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인상해야 한다.
둘째, 소득대체율 인상은 청년세대의 형평성 제고에 기여한다. 현 청년세대는 대략 2050년대 이후 연금을 받게 되는데, 이들의 실가입 기간은 지금보다 5∼8년이 더 길지만 급여 수준은 오히려 더 낮아지거나 별 변동이 없다. 우리는 흔히 청년을 비롯한 후세대가 보험료 부담으로 불공평을 경험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노후소득 보장이 국민연금의 본래 목적임을 감안한다면 지금보다 더 오래 가입하고도 급여는 더 적게 받는 문제가 더 심각한 사안이라 할 수 있다.
셋째,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인상은 현세대 노인 빈곤에는 효과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소득대체율을 2025년에 인상한다고 가정하면 그해에 연금을 신규 수급하는 사람은 그 인상분을 거의 못 받지만 2026년 신규 수급자는 1년분의 인상분을 받는다. 따라서 2030년 정도 이후 신규 수급자는 5년치 이상의 인상분을 받으므로 제법 인상 효과를 볼 수 있다.
국민연금 급여 인상이 당장 노인 빈곤에 효과가 없다고 소득대체율을 계속 올리지 않으면 국민연금으로는 5년 후에도 그리고 10년 후에도 노인 빈곤을 해소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빈곤은 생각보다 복잡한 사안이어서 1년 혹은 2년 내 해결이 어렵다. 지금 당장 노인 빈곤에 효과가 없다고 국민연금 급여를 인상하지 않는 것은 실제로는 5∼10년의 기간을 두고 해결해야 할 노인 빈곤에 접근하는 방책으로는 비효율적이다.
넷째, 일각에서는 크레디트나 보험료 지원 강화로 가입 기간을 늘려 이른바 실질 소득대체율을 올리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크레디트나 보험료 지원 강화로는 가입 기간을 제도적 상한 이상으로 늘릴 수 없다. 즉, OECD의 계산에서 가정된 최대 가입 기간 38년을 넘지 못한다. 따라서 이미 최대 가입 기간인 38년을 가정해 계산된 31.2%를 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른바 실질 소득대체율은 법정 소득대체율 인상 자체를 대체할 수 없다.
우리 사회는 빠른 고령화로 2060년대 이후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45% 이상이 되리라 전망된다. 이럴수록 이들에게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고 이들의 소비가 청장년 세대와 선순환할 수 있는 경제구조를 만들어야 하며, 여기에 국민연금은 노후 소득 보장의 확보로 기여해야 할 것이다.
소득대체율 |
국민연금 가입자의 은퇴 전 평균소득과 비교했을 때 노후연금 수령액이 차지하는 비중. 60세까지 월 평균소득이 100만 원이고 65세 이후 국민연금으로 40만 원을 받으면 소득대체율은 40%. |
보험료율 |
소득 대비 국민연금 보험료를 부과하는 비율. 1999년부터 현재까지 소득의 9%로 동결. 직장가입자는 9%에 해당하는 금액을 본인과 회사가 각각 절반(4.5%)씩 부담. 지역가입자는 본인 전액 부담. |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정책위원장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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