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노조’에 대한 오해[2030세상/박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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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는 시대적으로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완성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사회를 온전히 누린 세대다.
기성세대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대중매체들은 당시 노동조합의 위원장 다수가 나처럼 그간 노동운동에서 비교적 주류라고 여겨지지 않았던 젊은 MZ세대인 점을 부각했고, 협의회를 'MZ노조'라 부르기 시작했다.
세대를 불문하고 협의회에 소속된 노조는 같은 생각으로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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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내가 취업한 회사에서는 MZ세대 동료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하기 전까지 자기주장을 잘 펼치지 못했다. 수직적인 지시에 따랐고, 불만이 있지만 제기하지 못했다. 기성세대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세대를 불문하고 노동자들은 회사에서 불이익을 당할까 봐, 주장하는 방법과 통로를 잘 몰라서 우리의 주장을 삭이고 숨겼다.
나는 뭔가를 바꾸고 싶었다. 지금 회사의 노동조합 설립에 참여했다. 이제 나는 목소리를 내느냐, 안 내느냐는 차이가 세대에 따라 다른 게 아님을 안다. 문제는 우리를 보호하는 조직력과 환경이었다. 변화하고자 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 방법을 잘 몰라 침묵했던 것이다. 노조는 그런 사람들에게 방아쇠가 되어주었다. 마침 위원장인 내 나이가 MZ세대에 속해 있었을 뿐, MZ세대였기 때문에 그동안 참아왔던 목소리를 낸 것은 아니다.
우리 노조를 포함해 총 8개 노조가 모여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를 설립했고, 지금은 소속 노조가 17개로 늘었다. 2020년을 전후하여 대기업과 사무직을 중심으로 신설된 노동조합들과 중소기업, 특수고용 노동자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함께하고 있다. 대중매체들은 당시 노동조합의 위원장 다수가 나처럼 그간 노동운동에서 비교적 주류라고 여겨지지 않았던 젊은 MZ세대인 점을 부각했고, 협의회를 ‘MZ노조’라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의 위원장들과 조합원들 가운데는 오히려 MZ세대가 아닌 분들이 더 많다. 세대를 불문하고 협의회에 소속된 노조는 같은 생각으로 뭉쳤다. 더 이상 정치를 위한 정치적 투쟁을 하는 노조는 지양하겠다는 것. 반일이니 반미이니 외교나 남북 관계는 노조원들과 상관이 없다. 노동운동의 본질 앞에 진영과 이념이 우선할 수 없고 지금 현재 처한 노동 현실, 그걸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중요할 뿐이다. 노조 조합원들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노동자단체를 만든다는 점에서 우리는 일반적인 노조와 다를 게 없다.
다만 대중매체의 우리에 대한 인식이 아예 틀린 것은 아니다. MZ든 아니든 우리는 소위 MZ세대의 특징 또는 가치관이라 하는 것을 공유하고 있다. 수평성, 실용주의, 탈정치가 그것이다. 어쩌면 MZ세대의 가치는 더 이상 MZ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라 이 사회에 합리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시대에 과연 진영과 이념이 그리도 중요할까.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역사적으로 이념과 체제 경쟁에서 승자가 누구인지, 결과가 어떤지. 대한민국은 어느 한 극단을 달린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모적인 진영과 이념에 대한 논쟁으로 노동운동의 본질을 흐리는 이들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흔히 우리를 포함한 새로고침 협의회를 두고 MZ노조, 탈정치노조라고들 하는데 이는 부족한 표현이다. 우린 그저 노동조합일 뿐이다. 진짜 노동운동을 하는.
박재민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사무처장·코레일네트웍스 일반직 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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