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업글 했다더니 더 엉망”…교사도 부모도 뿔났다는데 무슨 일
교사 10명 중 8명 “4세대, 전보다 불편”
대기업 입찰 제한에 中企 아이티센 수주
골프접대 향응·허위 입찰제안서 전력 무시
나이스 시스템은 학교의 학사·교무 업무를 전자화하고 통합 관리하는 체계로,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운영한다. 교사들 사이에서 나이스는 일명 ‘예구지구’로 불리고 있다. ‘예전에도 구리고 지금은 더 구리다’의 준말이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4세대가 나온 후에는 ‘그나마 3세대가 나았다’고들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나이스 시스템은 2002년 첫 도입 이후 3번의 개편(삼성SDS가 구축)을 거쳐 지난 6월 4세대 나이스(쌍용정보통신이 구축)로 개통했다. 1~3세대 나이스도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4세대는 개통 직후부터 접속이 느리거나 안 되는 등의 오류가 발생하고, 일부 학교에서는 다른 학교의 시험 답안지가 출력되는 등의 보안 문제까지 발생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터졌다.
실제로 4세대 개통 약 한 달 뒤 교원노조·교원단체가 교원 2만306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4세대 나이스가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82.9%가 부정적(그렇지 않다, 매우 그렇지 않다)으로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하남시 한 고교에 근무하는 C교사는 “3세대에 있던 가정통신문 기능이 없어져 내부결재를 다시 올리는가 하면 여전히 답안 유출이 염려돼 문항정보표는 시험후 올리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교육계에서 이 문제는 어느정도 예견됐다고 한다. 4세대 나이스 시스템 구축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업체 선정 시 대기업은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건을 달았다. 워낙 거대 시스템이라 1~3세대를 삼성SDS가 맡았을 때도 오류가 몇차례 발생했고 이런 시스템을 중소기업에 맡기는 것은 위험부담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그 결과 중견 SI(시스템 통합) 기업인 아이티센 계열 쌍용정보통신이 선정됐다. 아이티센은 나이스 시스템 유지보수 사업을 통해 크게 성장한 회사다. 결국 아이티센이 나이스 시스템 구축까지 맡게 된 것이다.
문제는 아이티센이 나이스 유지보수와 KERIS의 주요 사업인 K에듀파인 구축 입찰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수차례 적발된바 있다는 것이다. 2016년 교육부 감사에서 아이티센은 KERIS 측에 골프접대 등 향응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 아이티센은 그러나 아무런 페널티없이 2017년 448억원 규모의 나이스 유지보수 사업을 따냈다.
교육부는 2020년 1월 총 12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차세대 학교 행정·재정 시스템 K에듀파인을 개통했다. 당시에도 잦은 시스템 오류로 혼란을 겪었다. 이 사업은 2015년 아이티센이 낙찰 받은 것이었다. 당시 아이티센은 입찰 제안서를 허위로 작성한 사실이 드러나 조달청으로부터 입찰 제한 처분을 받았다.
조달청 제재를 받은 후 아이티센은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2016년 1심, 2017년 2심에서 연달아 패배했지만,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사업을 강행했다. 교육부와 KERIS도 입찰 제안서 허위 작성이라는 불법 행위가 드러났음에도 아이티센에 그대로 사업을 맡겼다. 이러한 전례가 있었음에도 교육부와 KERIS는 4세대 나이스 시스템 구축이라는 거대 사업을 아이티센 계열사에 또 맡겼던 것이다.
건수 비율은 70%, 계약금액은 84.5%에 달한다. 유찰에 의한 계약이 22건, 협상에 의한 계약이 31건(유찰과 일부 중복)이었다. 적격 심사를 통해 계약한 건은 0건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계약은 전례를 볼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입찰 계약 비리를 전문적으로 조사한 김영수 공익신고센터장은 해당 통계를 분석한 뒤 “교육부 나이스 시스템은 KERIS와 아이티센간 오랜 유착의 결과물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게 한다”고 말했다.
이교원 한국구매전문가협회 부회장은 “총 계약 건의 4%를 낙찰 받았는데 계약금액은 42.7%에 달한다면 감사 대상이 되어야 한다”며 “유찰과 협상에 의한 계약 비율이 이렇게 높은 것도 감사를 통해 살펴봐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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