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안보 붕괴…"기만작전에 당했다"

백운 기자 2023. 10. 9.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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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군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에 속수무책이었다는 정황이 계속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 같은 안보 실패는 하마스가 벌인 기만 작전과 이스라엘의 불감증이 맞물린 결과라는 정보당국의 자성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미국 CNN방송은 이스라엘을 기습한 하마스가 온라인에 올린 영상 10여 개를 분석해 안보 부실 정황을 8일(현지시간) 지적했습니다.

우선 드론, 로켓추진유탄(RPG), 대전차유도미사일(ATGM) 등으로 추정되는 무기가 동원된 이번 공격에 국경 초소에 주둔하던 영상 속 이스라엘군 대부분은 크게 당황한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하마스가 그 틈을 노려 국경 근처의 군사 기지를 점령해 군용 차량을 탈취하고 탱크에 불을 지르는 당시 상황도 영상에 담겼습니다.

하마스 SNS 계정에는 국경 철책 인근에서 이스라엘 측 탱크가 공격받고 철책에는 구멍이 나 있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하마스가 베에리 키부츠에서 이스라엘인 여러 명을 인질로 잡는 모습도 촬영됐습니다.

이들 인질의 행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간 주요 접경 지역인 에레즈 통행로에서 촬영된 것으로 확인된 한 영상에는 하마스가 폭발물을 이용해 국경을 뚫은 뒤 이곳 군사시설로 손쉽게 진입하는 모습도 담겼습니다.

일인칭 시점으로 촬영된 이 영상에는 총을 든 한 대원이 바닥에 쓰러진 남성을 향해 총을 쏘고, 또 다른 무장 대원 여럿이 이스라엘 남성 2명을 인질로 확보하는 모습까지 포착됐습니다.


무장대원들이 이 지역 군사기지에 침투해 군용 차량을 탈취하는 모습도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당시 바닥에는 이스라엘군 전사자로 추정되는 시신 여러 구가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 외 하마스가 게시한 영상에는 패러글라이더 최소 2대가 국경 너머 이스라엘 '지킴'(Zikim) 키부츠 방향으로 날아가는 모습도 담겼습니다.

키부츠는 이스라엘의 생활 공동체를 뜻하는 말입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 나할 오즈 지역의 군사기지를 장악하는 모습도 영상으로 전해졌습니다.

CNN이 위치 등을 파악한 이 영상에는 총, 수류탄 등으로 무장한 하마스 대원 수십 명이 이스라엘 군인 최소 2명을 죽이고 기지에 있던 여군 최소 6명을 포로로 잡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이스라엘 남부 수파 키부츠에서도 하마스 대원들이 군사 기지를 습격하는 장면, 이스라엘 군인 일부가 속옷 차림으로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모습 등이 담긴 영상이 촬영됐습니다.

이런 상황과 관련해 하마스의 이번 침공은 이스라엘 최악의 정보 실패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하마스의 공격을 사전에 파악해 막지 못한 데다 돌발 상황에 대한 준비 태세도 미흡했다는 지적입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보당국 소식통들은 하마스 기습에 속절없이 무너진 원인을 방심과 불감증에서 찾았습니다.

하마스도 전쟁에 지쳤을 것이란 이스라엘의 막연한 추측 뒤에서 하마스가 군사훈련을 지속해 왔다는 설명입니다.

낙하산 타고 내려오는 하마스


한 소식통은 "하마스가 전투 준비가 안 됐다는 인상을 이스라엘에 줬다"며 이번 기습이 고도의 기만작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하마스가 최근 수개월 동안 전례 없는 정보 전술을 가동했다"며 "이번 대규모 작전을 준비하는 동안 이스라엘과 전투나 대결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공공연한 인상을 줬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하마스는 유대인 명절 직후 안식일로 평온이 이어지던 지난 7일 갑자기 로켓 수천 발을 날리고 전투원을 투입해 대규모 살상을 저질렀습니다.

이스라엘의 안보 부실은 이번 기습의 속도와 규모를 감당하기에는 물리적으로 역부족이었다는 수준을 넘어서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한 소식통은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유대인 정착촌 모형을 건축하고 상공에서 침투하는 훈련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스라엘이 그런 훈련을 본 게 분명하지만, 하마스가 대결에 들어갈 것이라고는 확신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 사이 하마스는 가자지구 주민들이 국경을 넘어 이스라엘에서 일자리를 얻는 데 집중하는 척하면서 전쟁 계획을 숨겨왔습니다.

이스라엘은 2021년부터 가자지구 주민 수천 명이 이스라엘이나 서안지구에서 노동할 수 있도록 허가를 내주는 방식으로 안정을 유지하려고 했습니다.

한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우리가 틀렸다"며 "그 사람들이 건너와서 일하고 가자지구에 돈을 가져가면 어느 정도 평온이 생길 줄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백운 기자 cloud@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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