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기록한 ‘오월 광주’…5·18 사진 43년 만에 공개
[KBS 광주] [앵커]
80년 5·18 당시 정부의 검열은 언론사뿐 아니라 민간인 기록물에까지 뻗쳤습니다.
그래서 5·18 기록을 남기기란 쉽지 않았는데요.
한 시민이 기록한 당시 광주와 광주시민들의 생생한 모습이 필름으로 남아 43년 만에 공개됐습니다.
하선아 기자입니다.
[리포트]
1980년 5월 15일 옛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민족·민주화성회.
시민 수백 명이 '비상계엄 해제'를 외쳤던 그때.
기존에 공개된 다른 사진들과는 달리 서로가 어깨동무한 모습입니다.
전남도청 정문을 막고 선 경찰 앞에서 집회를 여는 시민들, 무자비한 진압작전 직전입니다.
공중전화 부스 안에 숨어 찍은 민간인들의 시신 사진에는 계엄군의 만행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전남도청 인근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던 故 최병오 씨가 촬영한 1980년 5월의 기록들입니다.
최씨는 당시 대학생이던 아들과 함께 현장을 누비며, 아들의 어깨를 삼각대 삼아 광주의 항쟁을 기록했습니다.
[최재영/화가/故 최병오 씨 아들 : "저를 하나의 가림막으로 해가지고 사진 촬영을 하시면서, 저도 순간순간 그런 상황들을 인상깊게 느끼고 그랬죠."]
정부 검열에 모두 소각된 줄 알았던 필름들은, 20여 년 전 작고한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빛을 보게 됐습니다.
1980년 5월 15일과 20일, 21일과 22일 나흘간 촬영한 흑백과 컬러사진 137점입니다.
[고가연/5.18기록관 학예연구사 : "그 당시의 정황이나 상황들을 추측을 하면서 5·18 당시에 어떤 의미들을 담고 있는 사진들인지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화가가 된 아들은 아버지와 함께한 광주의 5월을 그림으로 승화시켰습니다.
[최재영/화가/故 최병오 씨 아들 : "(아버지께서는) 정권을 잡기 위해 군인들이 무도하게 광주시민들을 희생양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말씀하셨고요. '다양한 자료를 남기지 못한 게 아쉽다...'"]
5.18기록관은 전문가 자문과 디지털화 작업 등을 거쳐 기증된 사진들의 사료로서의 가치를 분석할 계획입니다.
KBS 뉴스 하선아입니다.
촬영기자:이성현/사진 원작자:故 최병오/사진 제공:5·18민주화운동기록관
하선아 기자 (sah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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