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30년…‘유통 공룡’은 빙하기 넘을까
[앵커]
우리나라에 대형마트가 등장한지 올해로 30년이 됐습니다.
한때 황금기를 맞기도 했지만 온라인 쇼핑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위상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새로운 과제도 안게 됐습니다.
먼저 황경주 기자입니다.
[리포트]
1993년 처음 등장한 대형마트의 무기는 '싸고 편리하다' 였습니다.
["이곳에선 일반 백화점과 똑같은 품질의 제품을 평균 20%까지 싸게 팔고 있습니다."]
["우리 소비자 입장에선 일단 싸니까, 소비자에게 돌아오는 이익이 크니까 그게 좋은 것 같아요."]
대기업에 외국계 유통 기업까지 가세하며 매장 수가 크게 늘었고, 가격 경쟁에 불이 붙기도 했습니다.
["타 업계보다 10원이라도 우리가 비싸게 판다면은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생돼지 불고기 좀 주세요."]
["죄송합니다. 다 팔렸는데요. 내일 아침 일찍 오시겠어요?"]
경쟁에서 밀린 건 외국계 유통 기업들이었습니다.
["이익을 못 내는 일부 할인점 점포가 다른 할인점에 넘어가는 등…"]
이후 연중 무휴, 24시간 돌아가는 '한국형 대형마트'가 자리 잡습니다.
마트 근무 29년, 장윤주 씨는 이렇게 기억합니다.
[장윤주/이마트 29년 근무 : "그 당시에는 현금이 이제 워낙 이제 많이 들어오다 보니까 중간, 중간에 현금을 입금을 해야 하는…"]
2010년대 초반까지 1위 업체가 매장 수를 40% 가까이 늘릴 정도로 폭발적 성장을 했지만, 그만큼 소상공인들의 반발도 이어졌고, 영업시간 제한 규제까지 나왔습니다.
["이번에 여기서 밀려나면 저희들은 죽는거라예."]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에 대해 한달에 하루 이틀은 강제로 영업을 쉬게 할…"]
그러나 현장에서 느끼는 더 큰 위기는 따로 있습니다.
[장윤주/이마트 29년 근무 : "매장에서 온라인으로 가격을 보시고, 현장에 오셔서 가격이 온라인보다 좀 비싸면 구매를 포기하시고 가시는…"]
먹을거리는 기본, 취미·문화 생활을 담은 체험형 공간으로의 변신에 이어 신선식품 특화 매장 도입 같은 생존전략까지 고객의 발길을 붙잡기 위해 대형마트들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황경주입니다.
[앵커]
이러면서 대형마트들은 더이상 '유통 공룡'이 아니라며 규제를 풀어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칫 규제를 풀었다 전통시장 등 소상공인 피해를 더 키울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어서 김준범 기자입니다.
[리포트]
대형마트가 꼽은 대표적 규제 '의무 휴업'.
올해 들어 대구시에 이어 충청북도 청주시가 의무 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바꿨습니다.
[홍준표/대구시장/지난해 12월 : "(일요일 영업 허용은) 무엇보다도 소비자인 시민들의 편익 보호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고 보여집니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모두 지난해보다 매출이 늘었다는 분석도 있지만, 비교 시점이 적절하지 않다는 반론도 나옵니다.
[이동주 의원/민주당 소상공특위 위원장 : "비교하려면 코로나 이전의 매출과 (올해 매출을) 비교하는 게 더 객관적인 데이터를 얻을 수 있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논란 속에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꾸자는 움직임도 있지만, 여전히 규제 자체는 유지하자는 게 대체적인 여론입니다.
반면에 배송시간 제한은 '폐지'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현재 마트는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온라인 배송을 못 합니다.
쿠팡 등 전자상거래 쪽은 이런 제한이 없습니다.
마트도 배송시간 제한을 걷어내자는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입니다.
2014년 이후 온라인 쇼핑 매출액이 대형 마트를 넘어섰고, 올해는 3.8배로 격차가 더 벌어졌습니다.
[조춘한 교수/마트 규제 완화 지지 : "(마트가 예전보다 약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강자 아닙니까?) (대형마트 3사가) 매년 30개 이상 폐점 계획이 있습니다. 생존을 위한 업태가 된 거지 강자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고요."]
관건은 소상공인 피해 여부인데, 그나마 대형마트의 사정이 소상공인보다는 낫다는 게 반론의 핵심입니다.
[유병국 교수/마트 규제 완화 반대 : "같은 오프라인이라고 해도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는 대형 유통점보다는 선택지가 별로 없는 중소 자영업자, 전통시장, 이런 쪽이 더 큰 피해를 보고 있다, 더 큰 대책이 필요하다."]
배송시간 확대 법안은 내년 6월까지 결론을 못 내면 자동폐기됩니다.
KBS 뉴스 김준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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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범 기자 (jbkim@kbs.co.kr)
황경주 기자 (rac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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