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북미 전기차 충전 방식 평정…한국도 바꾸나 ‘촉각’
미국 내 충전기 설치 1만9000여기로 두 배 많은 ‘슈퍼차저’에 밀려나
현대차그룹도 내년 4분기부터 미 수출 차량에는 ‘NACS’ 단자 부착
CCS1 사용 한국뿐…전환 비용·테슬라 종속 등 유불리 놓고 ‘고심’
중국·유럽 다음으로 큰 전기차 시장인 북미에서 전기차 충전 표준이 기존 ‘CCS1’에서 테슬라의 ‘NACS’ 방식으로 사실상 일원화하면서 CCS1을 따랐던 국내 전기차 충전 방식도 결국 테슬라를 따라갈지, 현행대로 유지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완성차 업체들이 북미 시장에 판매하는 전기차 충전 규격으로 테슬라의 NACS를 채택하기로 하면서 충전 규격 주도권이 기존의 CCS1에서 NACS 쪽으로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다.
미국 전기차 점유율 2위인 현대자동차그룹도 내년 4분기부터 북미에서 판매하는 전기차에 CCS1 충전 단자를 없애고 NACS 단자를 넣기로 지난 6일 발표했다. 앞서 GM·혼다·닛산·볼보·메르세데스-벤츠·포드 등이 자사의 전기차 신차에 NACS 단자를 적용하거나 NACS 방식의 충전이 가능하도록 어댑터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미국에서 NACS 충전기가 CCS1 충전기보다 널리 보급됐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부(DOE)에 따르면, 고속 충전이 가능한 급속 충전기는 CCS1은 1만여기인 반면, 테슬라의 슈퍼차저는 2배 수준인 1만9000여기에 달한다. 특히 슈퍼차저는 고속도로 주변에 설치되는 등 접근성이 더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CCS1을 포기할 경우, 주요 시장에서 CCS1을 사용하는 지역은 한국만 남게 된다.
유럽은 CCS1과 비슷하지만 완속 충전에서 더 유리한 CCS2를 사용한다. 중국은 CCS 대비 설치 비용이 싼 GB/T 방식을 쓴다. 일본은 초기에 차데모(CHAdeMO)라는 급속 충전 방식을 개발해 전 세계에 보급했지만, 이후 전기차 기술 개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CCS 등에 밀려났다. 다만 일본은 최근 중국과 함께 차오지(ChaoJi)라는 급속 충전 규격을 개발 중이다.
일각에서는 한국만 CCS1을 사용하게 될 경우 기술개발 비용 등이 늘어날 가능성을 제기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 7월 보고서를 내고 “미국의 주류 충전방식이 NACS로 바뀌게 되면 현재 국내 표준(CCS1)과 달라져 기술개발 비용 부담이 늘어나고, 내수·수출 EV 모델의 별도 생산 등으로 복잡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미 CCS1이 상당 부분 보급된 한국에서 충전 규격을 바꾸는 것은 더 많은 비용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CCS1 방식의 충전기가 상대적으로 많이 보급됐고 이해관계자도 다수”라며 “이런 상황에서 CCS1을 포기하는 건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아가 테슬라 충전 방식을 사용할 경우 테슬라에 충전 생태계가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충전 업체들은 전기차 충전 과정에서 충전 속도, 소모 속도, 충전 패턴 등 빅데이터를 같이 수집해 사업에 활용한다.
앞서 김흥수 현대차 GSO(글로벌전략오피스) 담당 부사장도 지난 6월 “테슬라의 충전 인프라에 참여하면 당장 많은 충전소를 쓸 수 있겠지만 많은 데이터와 부가서비스 등이 테슬라에 종속된다”고 말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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