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소개팅…지자체 저출생 탈출 고육책

김태희 기자 2023. 10. 9.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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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문 닫으면 어떻게 될까’
하남시, 어린이극 무대 올려
성남시, 만남 이벤트 주선
“기발하지만 효과는 의문”

“외로움 안 돼요~ 친구 많아지고 가족 많아지는 우리 모두 행복한 세대!”

지난 5일 경기 하남시 청아초등학교 강당에는 이 학교 4학년 학생 200여명이 모였다. 학생들 앞에선 어린이 뮤지컬 배우들이 노래에 맞춰 흥겹게 춤을 췄다.

이날 공연은 하남시가 준비한 ‘찾아가는 인구교육 뮤지컬’이다. 얼핏 보기에는 다른 어린이 뮤지컬과 다르지 않은 것 같았지만, 극 중 내용 대부분은 ‘저출생’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뮤지컬은 저출생으로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아이의 시선에서 풀어냈다. 다소 어렵게 다가올 수 있는 ‘저출생’에 관한 고민을 ‘만약 친구가 없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사람이 줄어 내가 다니던 학교가 문을 닫으면 어떻게 될까’ 등의 질문으로 바꿔 이야기한 것이다.

저출생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이색적인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근본적인 방법이 될 수 없다는 지적에도 ‘어떻게든 인구 감소세를 막아보겠다’며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하남시의 ‘찾아가는 인구교육 뮤지컬’ 역시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마련된 행사다. 하남시는 미래세대인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가족의 가치, 출산·양육의 중요성 등 인식 개선을 끌어내기 위해 사업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하남시는 이번 공연에 대한 반응이 좋으면 계속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남시는 이외에도 출산장려금(첫째 50만원, 둘째 100만원, 셋째 200만원 등), 산후조리비(출생아 1인당 100만원), 아빠 육아휴직 장려금(최대 6개월간 월 30만원 이내) 지원 등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현재 하남시장은 “아이들이 미래 주역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임신부터 출산, 보육, 교육까지 성장 과정 전반에 걸쳐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시에서는 지난 7월부터 비혼남녀의 만남을 위한 행사인 ‘솔로몬(SOLO MON)의 선택’을 진행하고 있다. 이 행사는 시민들에게 자연스러운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고 결혼에 관한 긍정적인 가치관을 확산시키고자 성남시가 기획한 이벤트다.

정책 추진 당시 ‘시대착오적 행사다’ ‘저출생 정책 번지수가 틀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성남시 역시 이 행사가 저출생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순 없다고 보고 있지만, 행사를 통해 일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행사는 현재까지 총 3차례 진행됐으며, 1·2차 행사에서 39쌍 커플이 탄생했다. 아직 결혼까지 이어진 커플은 나타나지 않았다. 성남시는 오는 28일과 다음달 19일 2차례 더 행사를 열 예정이다.

솔로몬의 선택은 뉴욕타임스(NYT)에 ‘한국의 저출생 대책’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NYT는 “3년 연속 세계 최저 출생률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에서 비혼남녀의 만남 행사를 후원하는 도시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도 올해 이와 비슷한 ‘서울팅’을 추진했다가 비판이 나오자 사업을 철회한 바 있다.

송재룡 경희대 특임교수(사회학)는 “출생률을 끌어올리기가 어려우니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나오는 것 같다”면서도 “다만 방법론적 측면에서 볼 때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 보이고, 아동과 청년들의 자유로운 선택과 판단을 속박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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