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G.R’·‘Range.O’?…메뉴판에 넘쳐나는 영어 외계어
[앵커]
오늘(9일)은 다섯 온 일흔 일곱 돌 한글날입니다.
"말이 오르면 나라가 오른다" 했던 국어학자 주시경 선생의 말이 무색하게 외국어, 국적 불명의 단어들이 하루를 채우곤 합니다.
영어로만 된 식당 간판이나 메뉴판이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요즘은 영어로 읽어도 이해하기 힘든, 외계어 같은 메뉴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이예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른 오전부터 늘어선 대기줄.
영국풍으로 입소문을 탄 유명 빵집입니다.
간판에 적힌 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영어 문장.
안으로 들어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입구부터 소품, 메뉴판까지 한글을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빵 가게 직원/음성변조 : "(스프링 어니언이 쪽파예요?) 네 그게 이거예요."]
영어로 적힌 메뉴의 뜻을 물어보니, 직원도 잘 모릅니다.
[빵 가게 직원/음성변조 : "(브릭레인이 무슨 말이에요?) 잠시만요 여쭤보고 올게요."]
근처 또 다른 카페, 역시 메뉴판에는 한글이 한 자도 없습니다.
'M.S.G.R'
'랜지 오'라는 음료는 정체가 뭔지 가늠하기 힘듭니다.
[카페 직원/음성변조 : "(랜지 오가 뭐예요?) 오렌지 주스요. (M.S.G.R이 뭐예요?) 미숫가루요."]
젊은 세대가 많이 찾는 가게에선 마치 유행 같은 영어 메뉴판.
[카페 직원/음성변조 : "(비튼 크림이 뭐예요?) 달고나 크림 같은 거라서..."]
세대에 따라 반응은 엇갈립니다.
[문영웅 : "(처음 들었을 때 어떠셨어요? M.S.G.R.) 요즘에 워낙에 영어라든지 초성에 맞춰서 많이 써가지고 이질감은 없었습니다."]
[홍명선 : "젊은 사람들은 그거 알아듣나요? 한글을 먼저 쓰고 그 옆에 영어를 표기해야 하지 않을까..."]
한글 외계어, 영어에서 한발 더 나아간 영어 외계어 메뉴판은 이해하는 사람만 즐기라는 '배제'의 문화로 이어질 우려도 있습니다.
[이건범/한글문화연대 대표 : "언어 능력에 따른 차별이거든요. 외국어 능력에 따라서 그 이용 여부를 차별하게 되는..."]
서울 지역 가게 간판의 20% 이상을 외국어가 잠식한 상황.
그나마 간판은 한글을 함께 쓰지 않으면 시정 요구나 이행강제금 부과가 가능하지만, 정체불명의 외국어 메뉴판은 어쩔 도리도 없습니다.
KBS 뉴스 이예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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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린 기자 (eyeri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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