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의 고위법관 검증, 사법권 독립 위배” 지적 있었다
법무부 인사검증단 설치 이후
작년 ‘상위법 위배’ 여부 검토
‘대통령의 위임’ 찬성 의견부터
‘행정부서 독립’ 위헌 해석도
이균용 낙마·부실검증 논란 속
법무부·대법 국감 쟁점 될 듯
“법무부에 의한 대법원장과 대법관 등 고위법관에 대한 인사 검증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헌법상의 ‘사법권 독립의 원칙’ 위배.”
국회 법제실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는 법무부 인사검증단 설치의 근거가 된 시행령이 ‘상위법률 취지에 반하지 않는다’는 의견과 ‘상위법률 취지에 반한다’는 의견을 각각 소개하는 형식을 취했는데, ‘상위법률 취지에 반한다’는 의견의 핵심이 사법권 독립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었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사진)의 인준동의안이 부결된 것을 계기로 법무부의 법관 검증 문제가 법무부·대법원 국정감사의 쟁점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법제실은 지난해 10월 법무부의 인사검증 관련 상위 법률 위배 여부와 관련해 반대 의견이 포함된 외부 전문가 의견을 취합해 ‘행정입법 분석·평가 결과서’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제출했다. 수신인이 행안위 수석전문위원으로 표기된 이 분석·평가 결과서는 외부에 공개된 바 없다.
경향신문이 9일 국회 행안위 소속 천준호 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이 문건의 분석 대상은 지난해 6월 시행된 ‘공직후보자 등에 관한 정보의 수집 및 관리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10조 2항 등이다. 해당 조항은 대통령이 임명, 위촉하는 공직후보자 정보 수집, 관리 권한을 인사혁신처장이 법무부에 위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건에는 법무부 인사검증단 설치의 근거가 된 시행령이 ‘상위법률 취지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의견과 ‘상위법률 취지를 위반한다’는 의견이 각각 약 1600자, 2000자 분량으로 담겼다.
문건에 따르면 상위법률에 반하지 않는다는 의견은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에 속하는 인사권은 법률에 의해 창설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별도의 법률적 근거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인사검증권은 적절한 보좌기관에 위임될 수밖에 없다”면서 “어떤 보좌기관에 위임할 것인지는 인사권자이자 인사검증권자인 대통령의 의사에 맡겨져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도 했다.
상위법률에 반한다는 의견은 “정부조직법상 법무부 업무에 ‘인사’가 포함돼 있지 않아 법률 위임범위를 벗어나 시행령을 규정한 것이므로 헌법 제75조 위배”라는 것이다.
특히 “법무부에 의한 대법원장과 대법관 등 고위법관에 대한 인사 검증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헌법상의 ‘사법권 독립의 원칙’ 위배”라며 “법원과 행정부는 조직구성 및 인사에 있어 상호독립적이어야 한다는 법원의 ‘행정부로부터의 독립’이나 ‘법관인사의 독립’에 위반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위법관의 인사 검증에 행정부인 법무부가 개입하게 되면 법관이 형사재판을 함에 있어 재판에서 소송당사자인 검사가 다수 포진한 법무부로부터 영향을 받아 ‘오직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서만 재판(헌법 제103조)’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물적 독립’에도 위배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인준동의안이 지난 6일 국회에서 부결된 뒤 ‘부실 검증’ ‘밀실 검증’ 문제가 도마에 오른 터다. 법무부는 이 전 후보자의 인사검증을 했는지도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회 회의록을 보면 지난달 19일 대법원장 인사청문특위에서 권성동 위원장(국민의힘)은 인사시스템이 무너졌다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결국은 검증이라는 것이 법에 나와 있듯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법무부에 설치된 인사검증단이 일차적으로 스크린할 것이고, 그 일차 스크린한 걸 갖고 아마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보고 대통령한테 인사검증 보고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전혜숙 민주당 의원이 “위원장님 짐작이네”라고 말하자 “아니, 그건 틀림없는 사실이니까 그렇다”고 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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