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임금격차 '뿌리' 찾은 골딘에 노벨상…"韓저출산에 관심"(종합)
(세종=연합뉴스) 정책·금융팀 =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클로디아 골딘 하버드대 교수는 남녀 임금 격차 등 노동시장의 성 불평등 문제를 역사적 관점에서 처음 연구한 노동 경제학자다.
그는 미시·단기적인 시각이 아닌 거시·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여성의 경제활동이 어떻게 변했고, 일과 가정 사이에서 여성들이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연구해왔다.
역사적 관점에서 성별 임금격차 연구에 천착
남녀 간 임금 격차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사회도 반세기 넘게 고민해온 문제다.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을 추월해도, 전문직 진출이 늘어나도 노동시장의 성 불평등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난제로 남아있다.
골딘 교수의 제자인 황지수 서울대 교수는 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수십년간 기술이 발전하고 대학은 남녀공학으로 바뀌고 차별도 줄어들었다"라며 "골딘 교수는 이 과정에서 일과 가정에 대한 여성의 선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인사이트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골딘 교수의 연구에 대해 "여성이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사이에 상당한 불리함이 축적되면서, 차별을 안 한 것 같아도 궁극적으로 여성과 남성의 사회적 위치도 달라진다는 분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21년 10월 펴낸 저서 '커리어 그리고 가정'(원제: Career and Family: Women's Century-Long Journey toward Equity)에 그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했다. 이 책은 무려 100여년간 미국의 대졸 여성들을 다섯 세대로 나누어 성별 소득격차를 집요하게 추적했다.
골딘 교수는 대학 졸업 후 남녀가 동일선상에서 출발해도 10년 정도가 지나면 상당한 임금 격차가 발생하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아이가 태어나면 "거의 언제나" 여성의 커리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남녀 간 소득 격차는 커리어 격차의 결과이고, 커리어 격차는 부부간 공평성이 깨지는 데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사회의 '탐욕적 노동 문화'(Greedy work)도 이런 임금 격차를 부채질한다고 봤다.
늦은 밤이나 주말에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구조는 아이와 가정생활에 우선순위를 매기는 여성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결국 골딘 교수는 성별 소득 격차 해소를 위해 탐욕스러운 일자리에만 주어지던 보상을 줄이고 지금보다 유연한 일자리가 더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수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고학력 직업들은 노동시간이 길다 보니 일·가정 양쪽에서 요구하는 것들이 많다"라며 "골딘 교수는 여성들이 이런 구조에 어떻게 대처했는지 긴 시각으로 분석했다"고 말했다.
팬데믹 기간 원격근무에 주목…여성 노동장벽 낮춰
이런 맥락에서 골딘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본격 도입된 원격 근무가 여성 고용에 미친 긍정적 영향에 주목하기도 했다.
그는 팬데믹 기간 기업들이 이미 기술적으로 완성이 된 화상회의 시스템을 뒤늦게 꺼내 들면서 원격 근무가 가능해졌고, 이는 고소득 일자리에 대한 여성의 접근성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고 봤다.
골딘 교수는 지난해 영아 자녀를 둔 미국 대졸자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비율이 팬데믹 이후 오히려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이런 가설에 힘을 실었다.
부부 양쪽이 모두 재택근무를 하면서 육아에 공동 참여한 것이 여성의 고용유지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본 것이다.
황지수 교수는 "지금 많은 학자가 여성의 노동 공급과 남녀 격차에 대해 말하지만 몇십년 전에는 골딘 교수가 개척자였다"며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고 많은 제자를 키워냈다"고 말했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에서 그를 알게 됐다는 이종화 고려대 교수는 "미국 경제에서 여성의 경제활동, 가정·일의 양립 등에 대해 굉장히 연구를 많이 한 학자"라고 말했다.
골딘 교수는 이런 독보적인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하버드 경제학과 첫 여성 종신 교수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최근 한국 사회의 저출산 문제에 관심을 두고 제자인 황지수 교수와 의견을 주고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황 교수는 "여성의 일과 가정 사이의 균형이 저출산과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등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갖고 계신 거 같다"라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많은 선진국과 공통점이 많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항상 카리스마가 있고 학자로서 깐깐한 면이 있지만 동시에 격려해주고 힘도 주셨다"라며 "학계에서 저의 롤 모델로 계속 계셨던 분"이라고 회상했다.
ro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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