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한글 이름 '설믜' 씨들의 우울한 한글날…무슨 사연?
보신 것처럼 오늘 한글날이죠. 순 우리말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설믜. '눈썰미'라는 뜻인데요, 지혜롭다, 총명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이름으로도 많이 쓰입니다. 그런데 순우리말 이름인데도, '믜'라는 글자가 전산 입력이 안 돼 일상에서 불편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김안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순우리말 '설믜'를 이름으로 쓰는 박설믜, 서설믜씨입니다.
온라인에서 만나 금방 가까워졌습니다.
발음하는 것부터 일상 생활까지 그동안 겪어온 불편을 서로 잘 알기 때문입니다.
[박설믜 : 설뫼? 설뮈? 다들 어떻게 발음해야 할지 몰라서.]
[서설믜 : 각종 행정 민원을 넣는 법과 그리고 한탄과….]
코로나19 때는 지원금을 신청하지 못했고, 연말정산도 손으로 썼습니다.
[서설믜 : 가장 중요한 게 통신, 보험, 은행입니다. 세 가지가 모두 안 되고 있습니다.]
최근 온라인 실명인증 때문에 청년월세지원 사업 신청을 포기 했습니다.
[박설믜 : 오프라인 신청이 없더라고요. 아이핀 인증 아니면 휴대폰을 이용한 간편인증, 그 어느 것도 받을 수가 없었고.]
우리나라 일부 전산 시스템이 '믜'자를 인식하지 못해 벌어진 일 입니다.
정부는 2010년부터 모든 한글 단어를 인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관공서와 민간 기관엔 적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40년 동안 불편을 참아왔던 서설믜 씨는 결국 마음을 바꿨습니다.
아이 도서관 등록증조차 만들지 못한 뒤입니다.
[서설믜 : 저는 이름을 바꾸기로 솔직히 마음을 먹었고.]
하지만 순우리말인데도 이름을 바꿔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영상그래픽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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