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노벨상] 노동시장 내 남녀 격차 이유 꿰뚫은 골딘의 탁월한 연구…“한국도 살필 부분 많아”
“여성의 노동시장 성과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증진시켜 준 것에 대해”(For having advanced our understanding of women’s labor market outcomes.)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
2023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클로디아 골딘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변화와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의 원인을 분석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경제학자들은 지난 1세기 동안 노동시장에서 발생한 주요한 변화 중 하나로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꼽는다. 노벨위원회 역시 “지난 세기 동안 여성의 일자리는 집에서 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했다”면서 “역사의 렌즈(The lens of history)를 통해 우리는 변화의 원동력을 확인하고 여성의 경제적 경로가 미래에 어떻게 진화할지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사회적 장벽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만들어지고 해결됐는지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계적으로 여성 중 절반은 소득을 위해 일하거나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고 있다. 반면 남성은 전체의 80%가 일하거나 구직 중이다. 이러한 남성의 취업·구직율은 대부분의 국가가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여성의 참여율은 국가에 따라 크게 차이난다.
백년 전에는 현재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활발한 유럽과 북미에서도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는 저조했다. 그러나 100년 사이에 이들 선진국에선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세 배로 증가했다. 선진국에서 발생한 가장 중요한 경제적·사회적 변화 중 하나였다.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는 활발해졌지만 성별 간 격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골딘 교수 이전에도 많은 경제학자들이 이러한 ‘유리천장’에 대해 연구를 했지만 유의미한 결과를 내놓진 못했다. 노벨위원회는 “골딘 교수의 작업 이전에는 여성의 노동 시장 결과를 연구하기 위한 일관된 프레임워크가 부족했다”면서 “많은 연구에서 제시한 사실들이 정확하지 않았고, 때로는 모순된 경우도 있었다. 제시한 설명 역시 너무 단순했다”고 비평했다.
위원회는 이어 “다수의 경제학자는 여성의 노동에 대한 의미 있는 추정치를 사료에서 찾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경제에서 여성의 역할에 거의 주목하지 않았다”라며 “반면 골딘 교수는 여성의 교육, 출산율 및 생산성이 여성의 정체성과 제도적 변화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포함한 프레임워크를 개척했다”고 말했다.
골딘 교수는 여성의 경제적 지위 변화를 노동의 공급과 수요에 따라 여성의 고용과 임금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로 설명했다. 노동 수요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회 구조적 및 기술적 변화 등으로 달라진다. 노동 공급은 미래 노동시장 전망에 대한 기대와 교육 여부로 결정된다. 여기에 일과 가정의 균형을 요구하는 사회적 규범과 제도적 장벽 등은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골딘 교수는 이러한 수요-공급 프레임워크를 통해 변화하는 여성 노동시장의 결과를 일관된 시각으로 분석했다. 골딘 교수의 연구는 시간과 발전 단계에 따른 여성 노동 시장 참여 및 성별 간 소득 격차에 관한 핵심 사실에 대한 이해를 향상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벨위원회는 “평등한 기회는 건강하고 번영하는 사회에 필수적”이라며 “골딘의 선구적인 연구 덕택에 우리는 성 평등을 저해하는 장벽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골딘 교수는 젠더경제학을 경제 연구의 주류 분야로 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경제학적 역사를 응용 경제와 융합하는 역할도 수행했다”고 덧붙였다.
골딘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취업 직후 격차가 크지 않던 남녀간 임금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졌고, 특히 이 격차는 여성이 첫 아이를 출산한 이후 급격하게 벌어졌다. 출산이 남녀 간 임금 격차로 이어진다는 골딘 교수의 연구는 초저출산에 직면한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노동경제학회장을 지낸 김진영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1세기 동안 세계적으로 발생한 현상 중 가장 큰 변화는 여성의 노동 참여 증가를 꼽을 수 있다. 골딘 교수는 여성이 노동시장에 참여한 이후로 발생한 임금 격차를 비롯한 각종 갭(gap) 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했다”면서 “한국의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고려했을 때, 골딘 교수의 출산과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에 대한 연구는 다시 살펴볼 부분이 많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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