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수혜자는 이란?…하마스 작전 축하 속 ‘배후설’ 부인
WSJ “이란, 2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공격 최종 승인”
중동 전문가 “모든 시나리오가 이란에 유리하게 작용”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배후에 이란이 있다는 추측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란이 하마스를 비롯한 반이스라엘 무장세력을 오랫동안 지원했을 뿐만 아니라, 이번 공격에 앞서 하마스·헤즈볼라와 논의하며 준비했다는 정황이 배후설의 주요 근거다. 이란은 이 같은 의혹을 “이스라엘이 자국의 정보 실패를 합리화하려는 것”이라며 부인했지만, 이란이 이번 전쟁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란 분석까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고위급 관계자들 말을 인용해 이란이 하마스와 함께 이스라엘 급습 계획을 마련했고, 지난 2일 레바논에서 회의를 열어 하마스의 공격 작전을 최종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배후설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주유엔 이란 대표부는 이날 성명을 내 “우리는 팔레스타인의 대응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이는 순전히 팔레스타인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이 자국의 정보 실패를 “이란의 정보력과 작전기획 탓이라며 합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란이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어떤 형태로든 개입했을 가능성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란은 1980년대 초부터 하마스와 헤즈볼라, 이슬라믹 지하드(PIJ)를 비롯한 기타 반이스라엘 무장조직에 무기와 자금, 훈련 등을 제공해왔으며 이를 굳이 숨기지 않았다. 이들은 이스라엘을 ‘영원한 적’으로 삼는 이란과 한편에 선다.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우리의 이맘이자 주인”이라고 명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무엇보다 하마스의 이번 공격은 이란 측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규모와 체계성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런던대 리나 카티브 중동연구소장은 “이런 규모의 공격은 수개월 동안의 계획을 거쳐야만 가능하다. 이란과의 조율이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헤즈볼라와 마찬가지로 하마스는 이란의 명시적인 사전 동의 없이 단독으로 전쟁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 역시 공격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는 것이 다소 ‘시기상조’라고 판단하면서도 이란과 하마스의 특수관계를 고려할 때 자금 지원이나 공동 훈련 등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번 공격이 오랫동안 준비돼온 것이라는 정황은 쌓여 있다. 지난여름 이스라엘군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드론에 감지되지 않는 터널을 최초로 발견하는 등 이란 무기가 팔레스타인 지역으로 들어오는 새 밀수 경로를 적발했다. 지난해 8월 이란혁명수비대 호세인 살라미 대장은 “이스라엘의 가장 큰 약점은 지상전이며, 팔레스타인인들은 지금 지상전을 벌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란은 하마스의 이번 작전을 지지하고 축하하는 메시지를 내놨다.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사진)은 하마스·PIJ 지도자와 각각 통화한 후 “이란은 팔레스타인의 정당한 방어를 지지한다”면서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과 그 지지자들은 이 지역 안보를 위험에 빠뜨린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시점에서 이번 전쟁의 최대 수혜자는 이란으로 꼽힌다. 미 공군의 중동 전문가 에런 필킹턴은 컨버세이션 기고에서 “모든 시나리오가 이란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다음에 또 다른 폭력사태가 발생한다면 이란 지도자들은 다시 자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앞으로 상황이 이란에 마냥 유리하게 전개될지는 미지수다.
김서영 기자·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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